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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법연구회 해체가 '튀는 판결'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없다."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하지만, 정치의 사법화 역시 경계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이른바 '편향 판결'의 진원지로 우리법연구회를 꼽고 우리법연구회 해체까지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까지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았던 부산지방법원 문형배 부장판사가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문 판사는 19일 밤 늦게 자신의 블로그(착한사람들을위한법이야기)에 '우리법연구회 해체 주장의 논리적 오류 3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우리법연구회 해체가 '튀는 판결'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의 해체 시도를 비판했다.

 

문 판사는 "권력자가 관심을 갖는 사건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헌법이 3권 분립의 구조를 취하는 이상 불가피할 것"이라며 최근 시국사건의 무죄판결에 대해서 편향으로 몰아붙이는 것을 경계했다.   

 

또한 문 판사는 최근 한나라당의 우리법연구회 해체 움직임과 관련, "정치의 사법화 역시 경계해야 하고 이것이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는다면 법치주의의 근간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국사건 무죄, 3권 분립 원칙상 불가피"

 

문 판사는 "그분들(우리법연구회 해체를 요구하는 세력:기자 주)의 주장은 '튀는 판결을 하는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회원이거나 그 영향권 내에 있다' '우리법연구회는 튀는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튀는 판결을 막으려면 우리법연구회는 해체되어야 한다'와 같이 대체로 3단계 논리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한 뒤 이를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문 판사는 먼저 '튀는 판결'로 꼽는 강기갑 의원 사건, PD수첩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한 무죄판결 중 어느 것도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많아서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는 논리를 편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판사들이 독립적으로 일하고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판사 출신 의원님이 그런 주장을 하시니 뾰족하게 해명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우리법연구회의) 영향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이 의원쪽에 입증책임을 돌렸다.

 

"강기갑 무죄, 우리법연구회 영향 받았다는 증거대라"

 

문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판결 중에서도 화물연대 간부들의 폭력시위 사건에 대한 중형 선고, 민주노동당 당직자의 국회농성에 대한 유죄판결이 있었다고 소개하며 "우리법연구회 활동과 판결의 성향과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문 판사는 이어 "최근 한나라당에서 자료집을 통하여 편향된 판결을 하였다고 지적한 판사는 전직, 현직 포함하여 10명 이내"라며 "그 숫자가 우리법연구회 회원 숫자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으로 볼 때, 절대 다수 회원들의 판결은 편향되었다는 주장조차 못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 판사는 개인 신상 문제까지 공개하면서 편향성 주장에 대해 맞섰다. 그는 "저만 해도 부산판례연구회, 우리법연구회, 노동법분야 연구회에 가입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가 선고한 판결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그것이 우리법연구회 활동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저는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한 적도 있는데, 이런 사람이 회장을 맡은 바 있는 우리법연구회가 좌편향되어 있다는 주장도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정치의 사법화 통제 안되면 법치주의 해칠 것" 한나라당 비판

 

문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해체가 이른바 '튀는 판결'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권력자가 법원의 판결이 좌편향되었다며 비판하는 사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5공화국 시절까지 판사가 시국사건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을 때, 해당 판사들이 얼마나 시련과 고초를 당했는가는 역사를 조금만 공부해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때는 우리법연구회가 창립되기 전이다. 우리법연구회가 해체된다고 하더라도 권력자가 관심을 갖는 사건에 대하여 무죄 판결이 선고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헌법이 3권 분립의 구조를 취하는 이상, 불가피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사법의 정치화는 경계해야 하지만 정치의 사법화 역시 경계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사법부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정면 겨냥하면서 "정치의 사법화가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는다면 법치주의의 근간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판사는 이 글을 올린 취지에 대해 "우리법연구회가 객관적 사실과 다르게 인상과 이미지에 의하여  왜곡 또는 과장되어 있는 만큼, 좀 더 냉정하게 토론을 해보자는 뜻에서 부족한 이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문 판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지금은 (우리법연구회 해체 주장에 대해) 논박을 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인정을 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서 우리법연구회 평회원으로서 입장을 밝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중동 등 주류 언론에서 우리법연구회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기사만 넘쳐나는 현실에서 개인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제대로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문 판사는 또한 "우리법연구회는 (정치권, 언론 등 외부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확인받는 의미에서라도 반드시 존립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태그:#우리법연구회, #문형배, #튀는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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