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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외국 거리를 걷다가 한국식당을 만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간만에 입맛에 맞는 우리 음식을 먹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우리 음식문화를 전파하는 사람들이 고맙기도 합니다. '음식 한류'가 불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한국식당은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오마이뉴스 해외통신원들이 새해를 맞아 전세계의 한국식당들을 집중 탐구해봤습니다. [편집자말]
미국 신시내티에 자리잡은 한국식당 '강변'
 미국 신시내티에 자리잡은 한국식당 '강변'
ⓒ 전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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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매운 짬뽕은 마법의 국물"

"작은 그릇에 깍두기, 김치, 미역무침, 오이무침, 오징어무침이 나오는 반찬은 화려하고 이국적인데 한번이든 백번이든 먹을 때마다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오!' 하는 탄성이나 유사한 감탄의 소리를 내게 된다. 반찬의 차갑고 신 맛은 뜨겁고 매운 짬뽕과 잘 어울리는데 짬뽕은 두꺼운 면과 오징어, 새우, 게와 야채가 어우러진 마법의 국물이다."

42년의 역사와 판매부수 6만부를 자랑하는 <신시내티 매거진>이 작년 3월에 뽑은 '신시내티 최고 음식점 톱10'에 오른 한국식당 '강변'에 대한 소개글이다.

기자는 이 글을 쓴 다나 코브렛 편집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선정방식과 한국음식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4명의 심사위원이 몇 달에 걸쳐 신시내티의 30여개 식당을 방문하여 직접 맛을 보고 식당의 모든 항목을 점검하여 '톱 10'을 뽑는다"며 매콤한 짬뽐의 맛에 대해 연신 찬사를 쏟아냈다.

중국집에서나 팔 듯한 짬뽕이 정통 한국음식을 제치고 한국 식당의 대표음식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는 이 식당 요리사 김욱범(40. 미국명 '부르스 김')씨의 노력에 의한 것이다.

그가 3년 반 전에 이 식당에 왔을 땐 돌솥비빔밥이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찬밥 신세였던 짬뽕도 독특한 외국 음식을 찾아다니는 미국인들의 입맛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짬뽕은 중국음식이 아닌 한국 음식이었다. 두꺼운 면빨과 매콤한 국물이 특징인 짬뽕을 자신만의 요리법을 사용해 완전 새로운 짬뽕으로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그 결과 드디어 작년엔 돌솥비빔밥과 함께 짬뽕을 내세워 '신시내티 매거진'의 톱10에 들게 됐다.

미국인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강변'의 돌솥비빔밥
 미국인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강변'의 돌솥비빔밥
ⓒ 전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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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솥비빔밥에 이어 한국식당 '강변'의 주력 메뉴인 짬뽕
 돌솥비빔밥에 이어 한국식당 '강변'의 주력 메뉴인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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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한 누룽지의 돌솥비빔밥에 매료된 미국인들

코브렛 편집자는 짬뽕 외에 돌솥비빔밥도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았다. "나는 돌솥비빔밥도 사랑한다. 돌솥비빔밥은 한국 간편 음식이다. 맛과 감촉의 복잡함과 뜨거운 그릇 바닥에 붙은 누룽지의 바삭함을 좋아한다."

'강변' 식당 사람들도 "미국 손님들이 뜨거운 돌솥을 신기해한다"며 "바삭한 밥과 야채의 질감을 느낄 수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미국인들의 돌솥비빔밥 사랑을 놀라워했다.

신시내티 클리프톤에 사는 동물보호론자이고 채식주의자인 50대 토니 알터만씨는 "나는 아시아 음식과 해물요리를 좋아하는데, 돌로 만든 그릇에 밥과 야채, 두부, 달걀이 어우러져서 지글지글거리는 돌솥비빕밥의 팬이다"고 말했다.

디자인 회사 부대표인 50대 브라이언 헤니건씨는 "한국식으로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 먹는 테이블이 있고 반찬과 서비스가 좋아서 이 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신시내티 대학의 40대 커밋 데이비스 교수도 "한국음식과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다들 '강변'에 가봤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잠시 신시내티란 곳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신시내티는 오하이오주에서 콜럼부스, 클리블랜드 다음으로 큰 도시로, 동부시간을 따르고 동부에 가깝지만 중서부지역이라 불리는 오하이오주, 인디아나주, 켄터키주의 경계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이 곳에는 유학생과 한인 1세~2세를 포함해서 3000여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식당은 6개정도가 있을 뿐, 6시간 거리인 대도시 시카고에 비하면 한국식당간 경쟁이 심하지 않다.

신시내티시 자체는 미국에서 24번째인 38만의 중소도시지만, 세 주의 일부를 포괄하는 광역 신시내티에는 약 2백만명이 살며, 역사상 내륙에 자리한 첫 도시로 거주민 스스로 우리는 '신시내티사람(cincinnatian)'이라고 부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등도 광역 신시내티 출신으로 분류, 신시내티사람이라 칭한다. '강변' 식당의 현주소도 켄터키주로 되어 있지만 광역신시내티에 속한다.

한국식당 '강변'은 작년 현지 언론으로부터 '신시내티 최고음식점 톱10'에 선정됐다.
 한국식당 '강변'은 작년 현지 언론으로부터 '신시내티 최고음식점 톱10'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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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마련 위한 요리행사에 초대되기도

<신시내티 매거진>은 매해 3월이면 도시 최고 음식점 10곳을 발표한다. 여기에 소개되면 '신시내티 스테이트 기술전문 커뮤니티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생들의 장학금 마련을 위한 '하루밤 12개의 부엌(one night 12 kitchens)'이라는 행사에 초대되어 솜씨를 뽐낼 수 있게 된다.

이 행사는 와인과 음식 맛보기 행사이자, 요리학교 학생들의 장학금을 모금하는 행사이기도 해서 지역 미디어도 관심을 보이는 행사이다. 장학금은 성별 나이를 따지지 않고 장학금이 꼭 필요한 학생에게 지급된다고 한다. '강변'의 김욱범 요리사도 지난해 이 행사에서 갈비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6살에 미국으로 이민 와 시카고에서 자란 김욱범 요리사는 요리가 제일 자신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요리사가 되었단다. 집에서 어머니를 도와주고 김치를 직접 담그다 보니 재미를 느껴서 요리 일을 하자고 맘을 먹고, 시카고 식당을 찾아다니며 맛을 보고 감을 잡았다고 한다. 요리학원을 다닌 적이 없는 그의 요리실력은 모두 어머니에게서 전수받은 것이라고 한다.

김씨는 "우리 식당은 돌솥비빔밥, 불고기, 닭불고기, 갈비, 짬뽕이 잘 나가는데 특히 돌솥비빔밥으로 유명하다"며 "80%가 미국인 손님인데, 작년에 돌솥비빔밥과 짬뽕이 음식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서 <신시내티 매거진> 3월호에 실렸다"고 말했다.

오하이오 강 옆에 있어서 '강변'이라 이름 짓고 95년에 식당을 시작한 전 주인은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고, 현 주인(한국인 마크 장과 중국인 아내 샌디 장)이 넘겨받아 2006년부터 실질적인 운영을 시작했단다. 2006년에는 식당순위가 24위였지만, 김욱범 요리사가 온 이후로 2007년에 18위, 2009년에 10위로 올라섰다.

"돌솥비빔밥을 좋아하는 신시내티 사람들이 참 신기했다. 돌솥비빔밥이나 비빔밥은 집에서 남아있는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쉬운 요리이다. 그런데 미국사람들은 돌솥이 신기한가 보다. 돌솥비빔밥을 아주 좋아한다. 돌솥비빔밥에는 야채 7가지에 고기나 두부가 들어간다. 그리고 반찬이 중요한데, 나는 매주 한 박스씩 김치와 깍두기를 직접 담근다. 맛이 있어서 김치를 팔라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을 방문했거나 방문할 미국인들이 음식, 언어나 문화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며, 아기 돌잔치를 위해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12일 점심시간, 너무 멀어서 가지 않던 '강변'을 4년만에 다시 찾았다 .

입구에 들어서니 작은 북과 <신시내티 매거진>의 톱10 식당기사 스크랩이 눈에 띈다. 조금 더 들어서니 유리벽 속에 놓여있는 아이들 한복이 눈에 들어온다. 방석이 놓인 앉은뱅이 테이블 5개, 소파 테이블이 4개가 있는 작은 식당인 것은 여전한데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차분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인 오후 1시 40분경에 찾은 식당에는 10여명의 미국인 손님들이 있었다. 일하는 사람들은 검정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가슴에는 각자의 이름이 새겨 있고 팔에는 작은 태극기가 붙어있다. 돌솥비빔밥과 짬뽕을 주문한 후 마크 장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한국음식이 알려질 차례다"
[인터뷰] 신시내티 한국 식당 '강변'의 마크 장 사장

신시내티 한국식당 '강변'의 마크 장 사장(오른쪽)과 김욱범 요리사
 신시내티 한국식당 '강변'의 마크 장 사장(오른쪽)과 김욱범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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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식당을 언제부터 운영했나. 성공 비결이 있다면?
"2005년에 구입했지만 2006년부터 실질적인 운영을 했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고, 하고 싶은 것을 할 나이가 되어서 식당에 관심을 가졌다. 아직까지는 한국음식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 예전에는 손님 네 분이 오셔서 다른 음식을 주문하실 경우, 당황해서 애피타이저나 메인 디너가 아무 때나 순서없이 나오거나, 각 손님이 주문한 음식 나오는 시간이 각기 달라 서비스 점수가 낮았다. 홀과 주방의 소통을 통해서 서비스 타이밍을 맞추고,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서비스하게 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

-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비빔밥처럼 좋은 음식이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 '1night 12 kitchens' 행사에서 비빔밥을 예쁘게 선보일 계획이다. 정부가 비빔밥을 세계에 많이 알려서, 건강에 좋은 한국음식으로서 세계화되었으면 좋겠다. 미국에 비빔밥이 많이 소개되어서 LA에는 비빔밥만 전문으로 하는 집이 생겼다. 미국에 소개된 음식들을 시대별로 보면, 80년대 중국음식, 90년대 베트남 음식, 2000년대 타이, 인도 음식 순이다. 이제 한국음식이 알려질 차례다."

-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브루스 김 요리사가 '언젠가는 짬뽕을 더 유명하게 만들겠다'고 했는데, 작년 매거진에 짬뽕이 실렸고 정말로 돌솥비빔밥만큼 유명해졌다."

- 경쟁(국) 식당이 있다면?
"우리는 위치상으로 모두 떨어져 있어서 경쟁을 한다는 생각이 안든다. 미국인들도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식당이 생긴다고 해서 단골손님이 줄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음식의 맛에 대한 자신감과 손이 많이 가는 한국음식을 준비하는 일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장 사장은 광역신시내티 지역에 한국음식점을 더 낼 생각도 있다고 한다.
김치, 소고기 장조림, 감자조림, 오이무침, 마른 오징어 무침, 과일 샐러드, 시금치나물, 어묵조림을 비롯한 14가지 반찬은 철에 따라 바뀌며, 8가지 종류의 반찬이 앙증맞게 그릇에 담긴다. 잔반이 남아 버리는 것보다 적당히 담긴 반찬이 낫다는 주인과 넉넉하게 내가는 게 맞다는 요리사의 논쟁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단다.

건강에 좋은 한국음식을 전파하고 싶다는 주인 마크 장 사장과 '강변'보다 더 한국적인 식당을 내고 싶다는 김욱범 요리사. 문화 첨병인 그들이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가기를 기대해본다.


태그:#한국식당, #강변, #짬뽕, #돌솥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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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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