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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중 자고 있는 TTC 요금징수 직원. 지나가는 승객이 찍은 이 사진은 트위터에 올려져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근무시간중 자고 있는 TTC 요금징수 직원. 지나가는 승객이 찍은 이 사진은 트위터에 올려져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 트위터 사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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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제1도시 토론토의 시민과 대중교통 직원들이 인터넷 상에서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하철 직원이 근무시간 중 자거나 버스기사가 무단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승객이 휴대전화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자, 발끈한 직원들이 승객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나 낙서 사진을 올려 반격에 나서는 등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도한 인터넷 사이트 <토론토이스트>(Torontoist)에 의하면,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지난 1월 9일 밤 10시쯤 지하철 승객 제이슨 윌러는 퇴근하고 집에 가려고 내린 스카브로 매카완역에서 TTC 요금징수 직원이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처음에는 몰래카메라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5분을 지켜봐도 계속 자고 있었고, 그 사이 몇몇 승객들은 요금을 내지 않고 그냥 들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이 장면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으며, "내 세금이 이런 식으로 낭비되고 있다"고 글을 남겼다.

"내 세금이 이렇게 낭비되고 있다"

이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졌으며 시민들은 분노했다. 토론토시에서 운영하는 TTC(토론토 지하철, 버스, 전차 등 통합대중교통)는 올해 1억불 운영 적자가 예상된다며 지난 1월 3일 2.75불이던 1회 이용요금을 3불로 9%나 인상했다.

또한 잦은 파업 시도로 급여 인상을 쟁취했으며, 그에 따른 적자가 늘고 있다며 다시 요금을 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TTC는 평일 하루 평균 150만 명이 이용하며, 지난 2008년 약 4.7억 명이 이용한 필수 대중교통이다.

이 사건을 보도한 CBC 웹사이트에는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적이다. 500여 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고, 캘빈 맥매스터라는 시민은 "페이프 역에서도 요금징수 직원이 근무시간에 책 읽는 것을 주기적으로 본다. 그는 승객들이 요금을 통에 넣고 가는지, 안 넣고 그냥 지나가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책만 읽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건을 조사하겠다는 TTC의 발표에 대해 "조사는 무슨 조사! 조사한다고 세금 낭비하지 말고, 그냥 그 직원에게 근무 도중 잠자지 말라고 한 마디만 하면 된다"는 비아냥이 들끓었다.

토론토 시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TTC 전차.
 토론토 시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TTC 전차.
ⓒ 강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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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내버려둔 채 커피 마시러 간 버스기사

이 와중에, 이번엔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새벽에 승객들을 차안에 둔 채 상습적으로 무단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승객이 휴대전화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는 일이 발생했다.

<토론토스타> 보도에 의하면, 경비원으로 출근하기 위해 매일 새벽 2시 45분경 시내버스를 탄다는 루벤 폴리티씨는 같은 운전자가 매번 도너츠가게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지난 1월 29일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운전사는 7분간 버스 운전석을 비웠다.

폴리티씨는 지난 2일 또다시 도너츠가게에 들르려는 운전자를 정중하게 만류했지만, 운전사는 이를 거절했다. 운전사는 "지금은 60년대가 아닌 21세기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신고할 테면 해 봐라. 나는 노조가 보호해 준다"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TTC 전무 게리 웹스터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지난 몇 주동안 발생했던 일은 부끄러운 일이다. TTC조직 안의 나태와 불만의 문화는 끝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밝혔다. 또한 버스운전자가 급히 화장실을 가야 할 경우, 승객들에게 먼저 알리고 3분내에 돌아올 것을 지시했다.

평소에도 TTC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은 계속 늘고 있었다. TTC에 의하면, 2009년 1월부터 11월말까지 신고된 불만제기 건수는 3만1000여 건으로 지난 2008년 대비 15%가 증가했다. 대부분 불만사례는 무례한 운전사들, 요금인상, 지연운행 등이었다.

승객들이 버린 쓰레기와 낙서 사진들. 승객들이 TTC 직원들의 나태한 모습을 고발한데 대해 직원들이 반발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승객들이 버린 쓰레기와 낙서 사진들. 승객들이 TTC 직원들의 나태한 모습을 고발한데 대해 직원들이 반발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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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들의 반격... 승객들이 버린 쓰레기 사진 올려

이용객들의 따가운 시선과 감시카메라에 시달리던 노조원들이 이번에는 승객들이 버스와 지하철안에 버린 각종 쓰레기, 낙서 등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반박하는 등 감정적인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약 1600여 명이 가입한 이 페이스북 계정에는, 최근 TTC 승객들이 사진과 비디오를 찍으며 괴롭히는 것에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승객들이 법규 어기는 것을 사진찍어 올리라고 명시되어 있다.

시민들 역시 이에 지지않고 승객들도 TTC 서비스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알려야 한다고 페이스북 계정을 열었다. 현재 이 계정에는 113명이 가입돼있다.

TTC 지부 밥 키니어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근무중인 우리 근로자들에게 모욕주지 말고, 휴대폰으로 꼬투리 잡으려 하지 말고, 침 뱉지 말고, 화장실에 가야만 하는 운전사 모습을 비디오로 찍지 말라. 우리는 화장실에 갈 권리가 있다"고 항변했다.

1만 명이상 노조원을 대표하는 키니어 위원장은, 노조원이 근무중 졸거나, 고객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을 너그럽게 봐줄 수는 없지만, 일부 직원의 실수로 전 직원이 한꺼번에 욕 먹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TTC 소속 직원들이 '준법투쟁'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무산됐다. 키니어 위원장은 "시민들과 TTC측의 과다한 요구에 좌절감을 느낀 노조원들이 개인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TTC의 모든 문제점을 운전사 등 일선에서 일하는 노조원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경영층을 비판했다.

잠자던 직원 "동료들에 사과... 수술 후 회복약 복용중이었다"

근무 중 잠잤던 직원은 <토론토선>과의 통화에서 "이용객들과 동료직원, 상사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8월 심장수술을 받은 후 회복약을 복용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0여 년간 TTC에서 근무한 그는 "이번 사건으로 분노한 이용객들과 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던 동료직원들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7분간 버스를 세우고 휴식했던 버스운전사는 지난 4일 정직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토론토, #T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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