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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이런저런 말 못할 이유로 우울증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기고 있다. 나 역시 한동안 우울증에 빠져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마침내 우울증을 이겨냈다. 우울증으로부터 나를 꺼내준 것은 바로 발명이었다. 우울증은 우울증과 조울증을 반복한다. 조울증 단계에 들어서면 뭐든지 하고 싶은 의욕이 넘쳐난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뭔가 유익한 일을 하자. 어차피 죽지못해 살아났으니까 뭐라도 좋은 일을 하자."-<환희Ⅱ>-'실패하는 자신에게도 격려의 꽃다발을'중에서 '정의봉'

<환희Ⅱ>겉그림
 <환희Ⅱ>겉그림
ⓒ 어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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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Ⅱ>(어문각 펴냄)의 저자는 한국여성발명가협회. 우리의 여성발명가 10인의 삶과 발명이야기다.

주인공 중 한사람인 정의봉(한올하이텍)씨는 발명으로 우울증을 극복했으며, '2009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통풍구가 형성된 차량용 창문'으로 금상과 특허청상을 받았다. 

그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4시간 버티는 것도 힘들만큼 위태로운 상태였단다. 소신을 다 바쳐 생산한, 초극세를 이용한 목욕용 타월이 제대로 팔리지 않으면서 자금 압박이 심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가급 싸게 사서 오래 쓸 수 있어야 좋은 물건이다. 하지만 생산자 입장은 다르다. 최대한 많이 팔려야 한다. 그러나 물건이 너무 좋다보면 수요는 많이 늘지 않을 터, 정의봉씨의 초극세사를 이용한 때밀이용 타월은 가격에 비해 기능이 너무 좋은 나머지 더 이상의 판로가 막히는 경우에 해당했다. 그러니 망할 수밖에!

내 몸은 극도로 쇠약해졌다. 집을 판 돈 천만 원 단위를 백만 원 단위로 인지할 정도로 웃어넘길 수 없는 최악의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말았다. 인터넷뱅킹으로 다른 통장에 입금하고서도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해킹 당했다고 헛소리를 하는 지경이었다. 마침내 그 해(2007년) 3월 말 119에 실려…-책속에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하던 중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죽지못해 살아났으니 어떻게든 유익한 일을 한 가지라도 하고 죽어야겠다고.

그리하여 타월 사업을 하는 중에 "특허권이 있다면 사업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제안에 솔깃해져 어려운 시기에 출원했던 경험을 살려 발명에 몰두한다. 여성발명가 정의봉씨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 및 실용신안 건수는 40여 개가 넘는단다.

특허 출원을 시작한지 1년 만에 특허청장상을 비롯하여 금상 1개, 은상 2개, 출품작 3개가 모두 상을 탔다니 그 열정과 삶의 용기가 대단하다 싶다.

극세사 목욕 타월 용품들을 비롯하여 볼펜 뚜껑에 자석을 이용한 결재도장, 설거지할 때 행주치마로도 쓸 수 있는 튀김방지커튼, 취침등을 구비한 모기향 연소기, 때밀이용 침대, 열 조리기구의 이동이 가능한 주방구조, 벽장을 구비한 출입문, 실리콘단추, 반지 교통카드와 책갈피 교통카드, 뚱뚱한 여자들을 위한 팬티 등은 그의 대표적인 발명품들.

책에는 우울증에 빠져 죽음의 문턱을 셀 수 없이 넘나들던 그녀가 어떻게 발명으로 우울증을 극복해내는지와 함께 몇몇 발명품에 얽힌 사연들이 소개된다.

"내 인생의 좌우명은 '자신 있게 살자'는 것이다. 남의 경험은 참고는 될지언정 나의 기준이나 목표물은 아니다. 부딪치는 과정에서 경험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나의 자산이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계단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실패는 성공이 가까워졌다는 증거라고 한다. 죽는 날까지 작은 소망이라도 성공하는 꿈을 꾸자. 이다음에 꼭 성공할 테니까. 그때를 위해 아직도 젊은 자신에게 잘할 수 있다고 격려의 꽃다발을 주자는 생각이다."
-책속에서

2007년, <환희Ⅱ> 첫 번째 책인 <환희Ⅰ>(휴먼 북스.2007.7)를 읽었었다. 그 책을 읽기 전까지 발명은 내게 '특별한 것'이었다. '과학적 지식이 풍부한', 때문에 대단하고 유별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그런. 이런지라 발명은 나의 생활 멀리에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속의 주인공들은 말하고 있었다. '발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우리 생활 속에 있는 것'이라고. 책을 읽은 이후 무언가 불편할 때면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바꿀 수 없을까?'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습관도 생겼다. 또한 책속 주인공들의, 역경을 성공으로 꽃피운 이야기들은 간혹 고단한 일상에서 떠오를 때가 많다.

-'생활발명'이란 무엇입니까?
:"생활발명이라는 말은 제가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일반인이 발명을 멀고 어렵게만 생각하기에 만든 개념이지요. 생활 속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바탕이 되는 발명, 생활 속에서 곧바로 활용되는 발명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을 변혁시킬 수 있는 것은 과학자가 하지만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은 보통 여성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오히려 간단해 보이는 생활발명이 사업성이 더 좋고 잘 팔립니다. '발명'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복잡한 기계 설계도와 많은 분량의 설명서는 굳이 필요 없습니다. 아주 많은 것을 바꾸거나 획기적인 무언가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그저 종이 한 장에 그림 하나 그려 넣으면 모든 것이 설명되는 간단한 변화면 충분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 줄 수 있는 중요한 발명품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책속에서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는 "한국을 세계여성발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한미영 한국여성발명가협회장의 인터뷰, 최근 몇 년 새 급속 신장한 한국 여성들의 발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글이다. 또한 아이디어는 있으나 경험과 지식이 전혀 없어 발명으로 연결할 수 없는 여성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있는 한국여성발명협회에 대해 알 수 있는 글이다.

2009년 12월말 현재, 한국여성발명협회의 회원은 4500여 명. 여성발명창의교실, 여성발명지도사양성과정, 여성발명경진대회, 우수사례발표회, 여대생발명캠프 등의 프로그램으로 여성들의 창의적인 발상이 발명으로 꽃필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단다. 또, 장애인 지식재산권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홈페이지 http://www.inventor.or.kr/)

<환희Ⅱ>는 여성발명가 10인이 겪은 용기 있고 뜨거운 삶의 드라마를 진솔하게 담고 있다. 또한 발명을 통해 여성이 어떻게 성공하고 행복해 질 수 있는지, 발명을 통해 여성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여성의 발명이 왜 필요한지를 잘 말해주고 있는 책이다.

어느 날 남편을 덮친 병을 계기로 발명을 시작, 남편도 살리고 돈도 버는 국순려씨, 고향에서 오래전부터 즐기던 오미자로 세계여성발명대회 3관왕을 차지한 신화숙씨, 주방에서 쓰고 남은 식용유를 버리다 하수구가 막히는 불편함에서 시작된 식용유 정제기 발명자 이가연씨 등의 이야기는 특히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한국여성발명협회의 <환희Ⅱ>Ⅰ어문각 펴냄Ⅰ2009.12Ⅰ12500원



환희 2 - 행복한 여성발명가 15인의 인생과 발명이야기

한국여성발명협회 지음, 장명확 사진, 어문각(2009)


태그:#한국여성발명협회, #세계여성발명대회, #특허권, #실용신안권, #발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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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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