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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3일) 부산 해운대구 장산에만 눈이 내렸다. 산 아래는 눈 온 자취조차 없는데 장산만 눈이 소복소복 쌓여 있었다. 눈으로 덮인 장산의 설경이 나를 불러 나는 하얗게 눈 덮인 장산의 등산로를 터벅터벅 걸어서 정상(634m)까지 올랐다. 정말 설산을 걷는 기분은 최고였다.  
 
장산 품 속 깊이 들어갈수록 아침 일찍 산을 올라간 등산객의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하얀 눈밭 위에 등산길을 만들고 있었다. 그 발자국 따라 걸어가니 '눈 터덜' 속에는 핸드폰 카메라로 아름다운 설경을 담기위해 분주한 몇몇의 등산객을 만나, 금방 친해져서 커피도 나누고 사진도 서로 찍어 주었다. 하얗게 내린 순백의 눈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금세 동심처럼 깨끗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예로부터 눈은 상서로움의 징조이다. 우리 한국인의 눈에 비치는 눈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도심에 내리는 눈은 다르다. 그래서 눈은 빗자루로 눈을 쓸어내야 한다는 함의에서, 한문으로 표기할 때, 설(雪)이 된 것인가. 

 

그러나 깊은 산 속에 내리는 눈은 수채화처럼 낭만적이다. 이곳에서는 빗자루로 쓸어낼 필요가 없는 눈이다. 그래서 장산에 내린 눈은 그림 속의 눈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그러니까 장산에 내린 함박 눈은 12일 밤 깊은 시각에 펑펑 내렸다. 그 펑펑 내린 눈밭 위에 등산객들의 앞서간 발자국들이 선명하고, 나는 그 발자국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간다.

 

 

눈송이를 무겁게 달고 있는 겨울나무는 환상적이고, 그 환상적인 겨울 풍경 속에 설중매를 만났다. 눈 속에 핀 매화를 보는 것은 내 생애 처음이 아닌가. 소복 소복 나뭇가지에 쌓인 봄눈속에는 버들강아지들도, '강철 새순'처럼 눈길을 끈다.  

 

 
저거 봐라 새잎 돋는다
아가 손마냥 고물고물 잼잼
봄볕에 가느란 눈 부비며
새록새록 고목에 새순 돋는다
 
하 연둣빛 새 이파리
네가 바로 강철이다
엄혹한 겨울도 두터운 껍질도
제 힘으로 뚫었으니 보드라움으로 이겼으니
 
썩어가는 것들 크게 썩은 위에서
분노처럼 불끈불끈 새싹 돋는구나
부드러운 만큼 강하고 여린 만큼 우람하게
오 눈부신 강철 새잎
<강철 새잎>-박노해
 

나는 내리는 눈발 속으로 천천히 온 장산을 덮은 함박눈을 의미하며 아무도 밟지 않는 눈위에 내 발자국을 찍는다. 장산에만 내리는 눈… 아주 어린 시절 다람쥐처럼 고향의 뒷산을 눈이 왔다고 친구들과 온 산을 헤집고 다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눈은 풍년의 상징, 내년은 이 풍성한 눈처럼 이 땅에 충만한 축복이 가득했으면….  

 


태그:#새해, #함박눈, #지우개, #설중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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