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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당 창당모임. 오른쪽이 당주 김태윤씨(@Crazy_iPhone)
 연애당 창당모임. 오른쪽이 당주 김태윤씨(@Crazy_iPhone)
ⓒ 김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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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구혼이 실패로 끝나고 결국엔 '연애당'을 창당합니다. 저 연애해야겠습니다.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연애하고 싶은 사람들이여. @YeonAeDang 당원이되십시요. 연애당 팔로우파티하자구욧'

대학생 김태윤(29·트위터 아이디 @Crazy_iPhone)씨는 지난 2월 2일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애인수배'를 했다. 그 내용이 리트윗(퍼뜨리기)되면서 200건 정도의 답신이 왔지만 '힘내라'는 말만 있을 뿐 정작 번호를 주거나 소개를 시켜준 사람은 없었다. 그때 김씨는 결심했다. "이왕 트위터에서 버려진 몸 연애당 만들어서 연애나 해야 겠다"고. 지난 5일, 그는 창당작업에 들어갔고 다음 날 바로 대학로에서 창당모임을 열었다.  

창당모임에는 여자 5명과 남자 7명, 총12명이 모였다. 당주인 김씨가 구입한 연애에 관한 책 몇 권을 게임을 통해 나눠주기도 하고, 각자 연애에 대한 정의도 내렸다. 장기간 연애를 했던 당원은 '연애는 선물이다'라고 말했고, 3개월 동안 연애를 하면서 남자친구에게 돈을 '뜯긴' 경험이 있는 당원은 '연애는 사기'라고 정의했다. 대학로에서 1, 2차를 보낸 당원들은 이태원 클럽에서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신나게 놀았다. 창당한 지 3일이 지난 8일 현재, 70여 명의 사람들이 연애당에 가입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당원'·'신도' 모집 가능

칙힌교 트위터
 칙힌교 트위터
ⓒ 칙힌교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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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힌교(치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도사학당(트위터 신규 이용자 교육), 피자당(피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검당(검정색 아이폰 이용자 모임), 하양당(하얀색 아이폰 이용자 모임), 꽐롸당(맛이 갈 때까지 술을 푸는 모임), 강츄파(강동 츄리닝 모임), 팔구당(89년생들의 모임), 영혼파(영화를 혼자보는 사람들의 모임)….

트위터를 통해 생긴 소모임의 이름들이다. 트위터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계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앞서 예를 든 김태윤씨처럼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당주 혹은 교주나 되어 당원들과 신도들을 모집할 수 있고, 모임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폴로잉(친구등록)을 통해 가입이 가능하다.

이 중 매우 독특한 '행동강령'을 갖고 있는 곳도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유일한 칙힌을 모시는 종교'라는 칙힌교(치킨교)가 그곳. 지난해 12월 30일에 문을 연 이곳은 현재 180여 명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다.

'칙힌님은 여러분을 온 몸으로 사랑하십니다'를 모토로 내걸고 있는 칙힌교의 신도가 되려면 트위터에 '#치킨교_ X호' 또는 '#칙힌교_ X호'와 같은 소개글을 남겨 칙힌교도임을 나타내야 한다. 이들은 주로 치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종종 자신이 먹은 치킨 사진을 올려, 보는 이의 식욕을 자극하기도 한다. 칙힌교에는 '칙힌교 신도들의 말을 잘 모아서 칙힌복음을 완성해가며, 적극적인 홍보를 책임지는' 공식 전도사도 있다. 칙힌교는 오는 2월 19일 처음으로 오프에서 만나 함께 '칙힌님을 영접'할 계획이다.  

트위터 소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전파력'

김씨가 말하는 트위터 소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전파력'에 있다. 연애당이 창당 3일 만에 70명이 넘는 당원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폴로잉과 리트윗의 힘이었다. 나를 폴로잉하는 사람들에게 소모임을 추천하면, 그 사람들이 자신을 폴로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모임을 알리는 작업은 마치 '피라미드 사업'과도 같은 전파력을 갖는다. 김씨의 경우 트위터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489명의 폴로잉과 455명의 폴로어를 갖고 있는데, 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가입하고 활동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적다는 것도 트위터 소모임이 갖는 장점이다. 기존의 카페나 클럽이 가입 양식을 작성하고 '등업'을 기다리고 그 후에도 열심히 활동해야만 회원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트위터 소모임은 클릭 몇 번이면 가입이 된다. 글쓰고 싶을 때 쓰면 되고 모임도 참석하고 싶을 때 참석할 수 있어 활동이 자유롭다. 때문에 트위터에는 한 번에 여러 소모임에 가입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연애당 당주인 김씨의 경우에도 새벽당과 누님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유동성이 크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김씨는 "강제성을 갖지 않으면 모임이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모임을 이끌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연애당의 경우에는 연애를 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기에 더욱 그렇단다.

"창당모임에서 소기의 성과를 얻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연애당은 연애하는 즉시 탈당이기 때문에 앞으로 한 달간 연애가 금지되어 있다"며 "일단은 당내 솔로들을 늘려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트윗 결혼 1호가 되겠다'는 김씨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태그:#트위터, #트위터 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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