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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벌교읍내에 있는 옛 금융조합 건물 앞에는 30여명의 관광객들이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신기한 듯 사진도 찍고 내부도 둘러보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근처 남도여관을 관람하고 온 후였다. 이렇듯 벌교를 방문하는 이들은 소설 태백산맥문학관을 시작으로 벌교읍내 전체를 돌아보는 것이 정례화 돼 있다.

 

관광객들은 벌교 읍내를 돌아보면서 1만5000여명의 벌교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삶도 체험해 보고 있는 셈이다. 좀 다르게 분석해 보면, 소설 태백산맥문학관을 찾는 관광객들이 특정구역에만 머물지 않고 읍내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그 경제적 혜택을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은 너 나 없이 관광객을 맞이할 마음의 채비도 하고 있고 '내가 해설사'라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관광객은 관광객대로 큰 형태의 관광지인 읍내를 돌아봄으로써 지역에 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고 삶의 느낌까지 전달받는 체험관광을 할 수 있어 기억에도 많이 남는다.

 

이런 벌교의 관광정책이나 형태는 다듬어져있지 않아 다소 거칠지만 관광객이나 지역민 모두에게 바람직스런 형태로 보인다.

 

관광객들은 쇼윈도처럼 전시된 공간에 머물면서 박제된 것들로 머릿속을 채우고 가는 것보다 살아있는 현장의 느낌을 가지고 가기에 지역에 대해 진실된 배움을 가져가는 계기가 될 것이며 주민들은 관광객들을 접하면서 소통을 배우고 지역 사랑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물론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된다.

 

이에 반해 인근 낙안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고작 둘레 1400여m의 성곽인 낙안읍성안에 관광객을 몰아넣고 있다. 어찌 보면 소설 태백산맥문학관이 지역 구석구석에 관광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반면 낙안읍성은 욕심 많게 독식하고 있다고 봐도 틀림없다.

 

그런데 혹자는 관광지의 특성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는 한낱 변명이거나 말장난에 불과하다. 낙안읍성 주변으로는 낙안읍성을 최초로 쌓은 김빈길 장군의 고향과 이 지역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낙안군팔경의 장소 옥산 망해당이라는 의미있는 곳이 있다.

 

그 외에도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사직단이 인근 야산에 자리하고 있고 낙안읍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낙안향교도 지척에 있다. 100년에 가까운 배나무가 자리한 배꽃 피는 마을과 이순신 장군이 인근 지형을 살피기 위해 올랐던 오봉산과 장군바위가 있고 군사들이 훈련을 받았던 진터도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25년 동안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벌교가 최근 태백산맥문학관을 완공하고 곧바로 읍내 전체를 관광지로 만들어 1만5000여명의 벌교읍 전체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움직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강산이 두 번 변했는데도 100여 가구 거주하는 낙안읍성만을 고집해 인근 지역민들은 혜택에서 멀어지고 읍성 내부에서는 불법과 탈법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관광에도 나눔이 필요한 듯하다. 혼자 독식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은 스스로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인근 벌교가 읍내 전체를 관광지로 만들어 꼬막식당들이 번성하듯 낙안도 관광의 인프라를 지역 전체로 확대해 그 혜택이 지역 특산물인 오이와 배로 이어졌으면 한다. 그것이 더불어 사는 관광이다. 이런 형태로 나갈 경우 벌교와 낙안의 미래는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올레꾼, #낙안,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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