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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수목드라마.
▲ 추노 KBS 2TV 수목드라마.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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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니미럴…. 시방 나랑 한번 해보자는 것이여. 숭례문 개백정이 어떤 놈인가 성깔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것이여 뭐여. 그냉 개피보고 확 파계 해불랑께."
-<광주일보> 2월 3일자 2면 기사 중.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올바로 쓰장께라우"
-<전라남도> 2월 2일 보도자료 중.

KBS 2TV 수목드라마 <추노>가 지역에서 화제다. 특히 등장 인물 중 '땡초'의 거침없는 전라도 사투리가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저급한 야만성과 천박성을 띤 문화를 상징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특정지역 사투리가 대중에게 파고드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30%대를 돌파한 이 드라마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비로 전락한 조선시대 병자호란 직후 도망가는 노비와 그를 쫓는 '추노꾼'의 이야기를 다룬 '길바닥 사극'의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 1위를 오르내리는 드라마답게 시작부터 많은 논란거리를 낳고 있다. 우선 이 드라마는 지난달 3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묘사를 이유로 제재의 일종인 '의견 제시' 결정을 받았다.

극 중 한 여성이 저잣거리 남성들에게 겁탈 당할 뻔한 장면, 또 한 남성이 여성의 옷고름을 푸는 장면, 옷을 갈아입거나 부상 후 치료를 받는 장면에서 필요 이상으로 여성의 가슴 부위를 강조한 장면이 문제시 됐다.

<추노> 땡초의 거침없는 사투리, 왜 전라도?  

홈페이지 보도자료.
▲ 전라남도 홈페이지 보도자료.
ⓒ 전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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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배우들의 노출장면이 과다해 화제를 불러 모으더니 다시 도마에 오른 배경은 특정지역 사투리를 제한된 장면에서 지나치게 남발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극경쟁 열풍 속에서 시청률을 조금이라도 더 선점하려는 방송사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드라마가 구사하고자 한 고전 캐릭터가 특정지역을 비하하는 이미지로 비치면서 문제가 됐다. 광주․전남지역 시청자들은 '땡초'의 거침없는 사투리 중에는 구수한 사투리 대신 '개백정' 등 천박한 표현이 섞인 사투리 남발은 결국 특정지역을 부정적 이미지로 묘사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행정기관까지 발끈하고 나섰다. 전라남도가 '전라도 사투리 바로 쓰기 범국민 운동'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런 문제점 때문이다. 영화나 TV드라마, 코미디 가릴 것 없이 전라도 사투리가 지역 이미지를 비하하는 설정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면서 자칫 고정 관념을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남도는 2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올바로 쓰장께라우'라는 보도자료에 이어 3일 한국방송작가협회에 건의문을 보내는 등 최근 '전라도 사투리 바로쓰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선포하고 나섰다.

전남도는 보도자료와 건의문에서 "전라도 사투리는 지방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지역만의 고유 언어인데도, 방송 드라마 상에서 전라도 사투리가 지역을 비하하는 웃음거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사투리의 참뜻을 고려해 건전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방송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인물들은 무직에 좀 모자라거나 '푼수끼'있는 하류계층의 역할을 맡고 있는가 하면, '조폭'영화에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깡패나 범죄자가 '공식'처럼 등장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오주승 전남도 공보관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 사이에서도 전라도 사투리가 올바로 쓰일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함으로써 지역 특유의 사투리 문화를 올바르게 정착시키고 지역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불식시켜나갈 계획"이라며 "적극적인 캠페인을 통해 전라도의 구수한 사투리가 전라도 사람들의 긍정적인 성향을 표현해주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방송 드라마, 특정지역 사투리 악역 표현하는 수단으로 악용"...비난

3일자 2면.
▲ <광주일보> 3일자 2면.
ⓒ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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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지역 사투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악역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더 이상 부정적인 선입견을 확산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지역에서 '사투리 바로 쓰기 범국민 운동'을 벌이고 나섰다니 해당 매체는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비단 드라마 <추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종영한 SBS <천사의 유혹>도 이 같은 문제점이 제기됐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작은엄마와 아빠는 돈 욕심이 많고 탐욕스런 사기꾼 부부로 묘사됐지만 이들도 전라도 사투리를 지나치게 사용했다는 점에서 일부 시청자들과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 대상이 됐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특정 지역에서만 보는 게 아니지 않느냐', '잘못된 지역감정 유발이나 편견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 지역 사투리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정하라'는 등의 따가운 비난의 글들이 올라 시선을 끌었다.

그래서 일까. 전남도는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 사이에서도 전라도 사투리가 올바로 쓰일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함으로써 지역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문화를 올바르게 정착시키고 지역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불식시켜나간다는 방침이다.

사투리는 해당 지역이 가진 독특한 고유 언어다. 그 지방의 넋이 밴 정서와 문화를 그대로 반영해주고 있다. 특히 전라도 사투리는 지역 특유의 순박하면서도 구수한 인심이 절로 묻어나는 표현들이 많다. 동편제와 서편제 등 우리 전통의 판소리와 문학에도 투박하면서도 구수한 전통의 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부정적인 인물을 묘사하기 위한 말투로 악용되기 시작해 지역민들에 대한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으로 마치 전라도 사투리는 삐뚤어지고 그릇된 사람들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돼버렸다. 특히 드라마 상에서 자주 목격된다. 이러한 부정적 인상을 지워야 한다는 게 '전라도 사투리 바로 쓰기 운동'의 근본 취지다.

"전라도 사투리=조폭·푼수 안될 말...신중하게 생각하고 선정하라"

4일자 11면.
▲ <경향신문> 4일자 11면.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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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영화와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지역 사투리는 대중들에게 파고드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도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표본이 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줄 수 있다.

<광주일보> 3일 '전라도 사투리=조폭·푼수 안될 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그 심각성이 읽힌다. "시청률 1위를 오르내리는 KBS2의 '추노'에서 극의 재미를 더하는 '땡초'는 거친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며 기사는 맹렬히 비판했다.

이어 "일부 시청자들은 '개백정=전라도'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묘사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 20%의 시청률을 올리며 종영한 SBS '천사의 유혹'에서도 돈 욕심이 많고 탐욕스런 사기꾼 부부로 묘사된 이들도 전라도 사투리를 썼으나 시청자 게시판에 꼬집는 글이 잇따랐다"고 기사는 지적한다.

<경향신문>도 4일 '전라도 사투리 왜곡에 뿔난 전남'이란 제목의 광주 발 기사에서 비슷한 충고와 지적을 했다.  

"시청률 정상을 달리는 KBS2 <추노>에 나오는 '땡초'는 험악한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땡초는 뭔가 출신 성분이 불확실하고, 사이비 종교인 냄새가 풍긴다. 지난해 말 시청률 20%대를 올리며 끝난 SBS <천사의 유혹>에서 여주인공의 작은 엄마와 아버지는 돈 욕심 많은 탐욕스러운 사기꾼 부부도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기사는 이어 "배경이 옛 한성(서울) 부근인데, 왜 전라도 말을 거칠게 쓰는 사람을 등장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전라도 사람들이 줏대도, 품위도, 절제도 없는 '2등 국민'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한 시민의 발언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도가 나서서 '전라도 사투리를 바로 써달라'는 건의문을 한국방송작가협회 등 전국 사회·문화 단체에 보낼 만하다.

오죽했으면 "공교롭게도 요즘 영화·드라마에서 전라도 사투리가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는 웃음거리 수단으로 자주 악용되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 분들이 전라도 사람들을 악한 자들로 기억하는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관공서가 이처럼 사투리 남발 자제를 요청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태그:#추노, #전라도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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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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