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초가집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정겹다. 전라도 사투리에서 묻어나는 구수함 같다.
 초가집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정겹다. 전라도 사투리에서 묻어나는 구수함 같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사삭스렁거.(엄살 부리고 있네)
오매 왜 그라요.(어머 왜 그러세요?)
이리 뽀짝 와바야.(이리 가까이 와봐라)
기여, 안 기여?(맞는 것이냐, 틀린 것이냐?)

모냥이 밸시럽드랑께.(모양이 이상하게 생겼구나)
올랑가 말랑가 으짤랑가.(올 것인지, 말 것인지 말 좀 해보소)
글 안 해도 물어볼락 했는디…(그렇지 않아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남도 특유의 사투리들이다. 사투리는 지역이 가진 독특한 언어 영역이다. 사투리에는 그 지방의 넋이 배어있다. 정서와 문화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그 가운데서도 전라도 사투리에는 남도 특유의 순박하면서도 구수한 인심이 묻어난다. 그래서 더 정겹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졌다. 잊혀지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워 부러 사투리를 쓰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언제부터선가 좋지 않게 이용되는 사례가 잦다. 부정적인 인물을 묘사하는 말투로 전라도 사투리가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라도 사투리. 강진에 있는 와보랑께박물관에서 만난 사투리 판이다.
 전라도 사투리. 강진에 있는 와보랑께박물관에서 만난 사투리 판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요사이 전라도 사투리는 비뚤어지고 그릇된 사람들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다. 특히 영화나 방송 드라마에서 전라도 사투리가 남도사람들을 비하하는데 자주 쓰이고 있다. 폭력배와 사기꾼 등 그릇된 사람들에 대한 묘사를 전라도 사투리로 대체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대중들의 이야기 꺼리가 된다. 대중들에게 파고드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는 그 지역의 문화와 수준을 이해하는 표본으로 자리 잡기 일쑤다. 게다가 전라도 사투리가 악역의 대상으로만 등장하고 있어 다른 지역 사람들의 눈에 전라도 사람들은 모두가 악한 자들로 각인되기 십상이다.

결국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나쁜 사람, 또는 웃음거리의 수단으로 이용한 셈이다. 이는 전라도사람 모두, 전라도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작용한다. 얼척 없는(어이 없는) 일이다. 이러한 사례는 때로 지역주민들과 향우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라남도가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구수한 지역 사투리를 올바로 정착시켜 부정적인 지역색을 벗어나자는 취지다. 건강한 지역사회 이미지를 널리 알리자는 몸부림이다.

전라남도가 '전라도 사투리 바로 쓰기 범국민 운동'에 나선 이유다. 여기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악역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다른 지역 출신들로부터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자리잡아가는 것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전라도 사투리 바로 쓰기를 위해 전라남도는 우선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는 각 방송사 작가협회에 협조 건의문을 보냈다. 전라도 사투리가 건전한 방향으로 쓰일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요지다.

강진 와보랑께박물관 전경. 박물관 여기저기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다.
 강진 와보랑께박물관 전경. 박물관 여기저기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전라도 사투리를 올바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부지불식간에 스스로를 비하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자는 것이다. 전남도는 앞으로도 전라도 사투리 바로 쓰기를 위한 캠페인도 벌일 방침이다.

오주승 전남도 공보관은 "우리 도민들부터 우리지역 사투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적극적인 캠페인을 통해 전라도의 구수한 사투리가 전라도 사람들의 긍정적인 성향을 표현해 주고 또 이 같은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태그:#전라도사투리, #와보랑께박물관, #사투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