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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숙 전 총리가 27일 오전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충남도지사 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8일 정치검찰의 한명숙 죽이기 조작수사 공판준비기일에 다녀왔습니다. 공판준비기일. 말이 참 어렵습니다. 아직 법조용어에는 한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 대부분은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그만큼 법조계가 변하지 않고 보수적이라는 뜻입니다. 아무튼 공판준비기일이란 공판을 하기 위한 준비 모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중법정 311호에는 공판을 지켜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곽영욱 대한통운 전 사장은 휠체어에 앉아 링거까지 맞으며 등장했습니다. 성성한 백발에 목소리는 힘이 없어 거의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판사가 곽 전 사장에게 본적을 묻자 헛갈려 제대로 말을 못하더군요. 보다 못한 판사가 본적을 불러주었습니다. 70살이 훨씬 넘은 노인을 저 지경으로 만들었다니 순간 곽 사장에 대한 연민이 들 정도였습니다.

 

공판준비기일은 원고와 피고간의 소송을 원활하게 진행시키기 위해 방법과 절차를 조율하는 날입니다. 당연히 유리한 고지 점령을 위한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검찰과 한명숙 변호인단의 기 싸움은 팽팽하고 치열했습니다.

 

선공은 검찰이었습니다. 검찰은 증인신청에 앞서 한 총리에 대한 신문을 먼저 진행하고 25가지 쟁점 사항에 대한 한 전 총리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신문을 우선해야 하는 근거로 한 전 총리가 수사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것인데 참으로 우스운 것이 묵비권의 행사는 법적으로 보장된 피의자의 권리라는 것입니다. 피의자가 수사과정에서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행사했다해서 공판에서 신문을 선행해야 한다는 것은 검찰 스스로 부실수사를 고백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한명숙 전 총리가 묵비권을 행사해서 아무것도 밝힐 수 없었으므로 법정에서 다시 수사를 하겠다는 말과 진배없습니다.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애초에 기소를 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검찰이 신문을 먼저 시작하자고 한 것은 그만큼 법리적인 싸움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검찰은 신문과정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확인되지도 않은 음해성 루머를 퍼붓겠다는 것이지요. 즉, 언론플레이를 합법적으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복사의 힘듦'을 핑계로 수사기록 누락한 검찰

 

법원은 검찰의 억지를 '적절치 않다'며 가볍게 묵살해 버리더군요. 검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것입니다. 단, 명령이 아닌 변호인측에 협조를 부탁하더군요. 협조하겠다는 변호사의 말에 웃음이 터지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참았습니다. 이로서 1회전은 검찰의 넉다운입니다.

 

이후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누락된 부분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검찰이 복사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수사기록에서 일정 부분을 빼고 제출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복사의 어려움과 누락된 부분에 대해서 변명을 했지만 법원은 누락된 부분을 제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공판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기록을 피고측 변호인에게 제출하는 것은 법에 정해진 의무입니다. 하지만 한국 검찰은 용산 공판에서도 보았듯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기록만 쏙 빼고 유리한 수사기록만 넘겨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위법입니다. 한국 검찰은 위법을 관행으로 만드는 데 있어 탁월한 재주를 가진 집단입니다. 아무튼 검찰이 대한민국 법의 사각지대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또한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이며 진술의 일관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곽영욱 횡령사건의 모든 수사기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처음에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진술하던 곽영욱 전 사장이 어떤 시점에서 처음의 진술을 번복하게 됐는지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검찰이 제출하지 않은 곽영욱의 횡령혐의에 대한 수사기록과 내사 기록 일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검찰은 "곽 전 사장을 상대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내사를 벌였지만 혐의가 없어 종결했으며 본 사건과는 관계없는 별건임으로 검찰 내부 문서까지 공개할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사건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10년 전의 골프채 사건을 퍼트렸습니다. 그리고 이미 검찰이 덮어버린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문제가 있음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검찰은 무엇이 두려워 자신들이 한 수사에 대해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걸까요?

 

법 적용은 일관성과 정확한 논리가 함께해야 그 공정성을 인정받습니다. 법이 공정하지 못하면 법의 가치가 상실됩니다. 법이 평등하지 못한 사회에서 결코 공동체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불평등한 법 적용은 국민의 심판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 역사의 진리입니다. 지금 검찰은 검찰 스스로 법을 희롱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검찰 스스로 국민의 심판을 앞당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아오는 길. 한명숙 전 총리께서 하신 말씀이 되새겨 집니다.

 

"진실은 힘이 셉니다."

 

우리는 그 진실을 믿고 묵묵히 걸어갈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문병옥 기자는 노무현재단 자문위원입니다. 이기사는 서프라이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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