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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연구원'과 <오마이뉴스>는 '2010 코리아,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새해 특별기획을 6회에 걸쳐 공동 진행한다. 2010년은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한반도 핵 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개선노력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또 MB 정부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출범 3년 차를 맞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코리아연구원'은 2010년 새해를 맞아 통일외교안보-경제-사회분야에 대한 전망과 정책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Ⅰ. 들어가며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추진한 사회복지정책은 저소득층 생활안정 지원과 고용유지 및 취업기회 확대 사업을 꼽을 수 있다. 한시적인 공공부조 급여와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일자리 제공은 갑작스러운 경제위기가 사회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은 경제위기로 인한 소득상실의 위협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집단인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의 경제위기가 초래한 사회문제를 요약해 보면,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 근로계층의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가 빈곤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들 취약 근로계층의 대다수는 비정규직이거나 영세 자영업자들로 월평균 가구 경상소득이 최저생계비 이상에서 120% 미만인 차상위 가구에 속한다. 그러므로 경제위기의 충격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사회 집단은 비정규직이거나 영세 자영업자로서 차상위 가구에 속하는 '일을 하지만 가난한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이다.

차상위 가구에 속하는 근로능력자들이 경제위기로 인하여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감소하여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절대적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 생계유지를 위한 사회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실업급여가 있다. 그런데 임시·일용직근로자의 대다수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직 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으며, 영세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에 가입조차 할 수 없다. 통계청(2008)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2008년 8월 기준 임금근로자 중에서 고용보험에 가입된 비율은 57%이다. 정규직은 66%가 가입되어 있으나, 비정규직은 39%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결국, 빈곤층으로 전락한 대다수의 임시·일용직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은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지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제위기시 국민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공부조를 확대하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 공공부조가 사회보장제도에서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민주주의 이론가인 코로피(Korpi)에 따르면, 빈자에게 복지급여를 집중할수록 빈곤과 불평등이 줄어들 가능성이 감소하는 역설이 존재한다. 공공부조의 과부하는 사회복지정책 설계시 사회투자적·예방적 사회복지프로그램에 대한 자원 배분을 어렵게 한다. 또한, 잠재적 빈곤가구가 공공부조 수급가구로 선정되고 나면, 탈수급·탈빈곤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공공부조의 확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보건복지가족부 발표 자료를 보면, 근로능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활프로그램 참여자 가운데 수급자에서 벗어난 비율은 2002년 6.9%. 2004년 5.4%, 2006년 6%, 2008년 6.1 % 등으로 매우 낮다. 이와 같이 수급자의 탈수급·탈빈곤이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근로능력자가 있는 차상위 가구가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하여 수급자로 되는 것을 예방하는 일이 탈수급을 꾀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최근의 경제위기로 인해 임시·일용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여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적·예방적 빈곤대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명박 정부는 사회복지정책의 주요 정책 대상집단을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들로 삼고, 사회복지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 대책인 소득보장제도의 정비와 중장기적 대책인 인적자원개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Ⅱ. 임시·일용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소득보장제도 정비

사회보장제도는 임시·일용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소득 상실의 위험을 완화하는 완충장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임시·일용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은 사회보장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대다수는 소득유지를 위한 1차적 사회안전망인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의 혜택에서 배제되어 있다. 또한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소득으로 인하여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급여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법제도적 차원에서 보편주의 복지제도를 도입하고 있어도 실질적인 보편주의를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동안 정부의 소득정책으로부터 배제되어 왔던 임시·일용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서 소득정책을 통하여 사회적 임금과 시장임금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일이 우선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다음에 열거한 소득보장제도의 개선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

첫째, 실업자가 늘어나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휴·폐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회보장제도가 1차적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실업급여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즉,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을 높이고, 영세 자영업자의 실업급여 사업 가입을 조속히 추진하여야 한다. 그런데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임시·일용근로자의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되었다고 해도 실직일 이전 18개월 중 6개월 이상 피보험기간을 유지하고 실직일 직전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실업급여 수급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용보험법 제 40조). 또한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실업급여 사업의 임의가입을 허용한다고 해도 추가적인 보험료 납입에 대한 부담과 6개월 이상 피보험기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수급조건 등으로 인해 실업급여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실직일 직전 3개월 이상 보험료 납부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수급조건을 완화하여 임시·일용근로자의 실업급여 수급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영세 자영업자의 임의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실업급여 가입을 촉진하기 위하여 보험료 납부제도를 유연화하고, 보험료 납부를 유예 또는 지원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근로장려세제(EITC)의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급여수준을 인상해야 한다. EITC는 근로소득이 증가하면 급여가 줄어드는 공공부조와 달리 일정한 수준까지 근로가 증가할수록 소득지원 혜택이 증가하도록 설계된다(현행 EITC에서 점증구간의 끝점은 800만원, 평탄구간의 끝점은 1200만원, 점감구간의 끝점은 1700만원으로 설계되어 있음). 그러므로  EITC는 저소득층의 근로동기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예방적·사전적인 빈곤대책이며, 동시에 저소득 근로자에게 사회적 임금을 지급하여 취약기업체의 노동비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EITC는 참여정부에서 도입되어 2009년 9월에 처음으로 근로장려금이 지급되었는데, 적용대상이 협소하고 급여수준이 낮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EITC 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

먼저, EITC 수급조건인 소득, 재산,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여 적용대상을 확대여야 한다. 첫째, 현행 제도에서는 근로장려금을 수급할 수 있는 최대소득을 의미하는 점감구간의 끝점을 배우자 소득을 포함하여 연간 총소득 1700만원 미만으로 정하는데(조세특례제한법, 제 100조의 3항), 이를 2009년 긴급지원제도의 소득기준인 최저생계비 150% 미만으로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4인 가구 기준 198만9914원). 그리고 급여 점증구간의 끝점을 최저생계비의 60% 수준, 평탄구간의 끝점은 최저생계비 100%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적절하다.

둘째, 현행 제도에서는 무주택자거나 5천만원 이하 소규모 주택을 한 채 소유하고 토지, 건물, 자동차, 예금 등 재산 합계액이 1억원 미만인 자로 수급자를 제한하고 있는데(조세특례제한법 제 100조 3항), 이는 수급자를 협소하게 할뿐만 아니라 자산형성을 저해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2009년 긴급지원제도의 재산기준이 대도시 1만3500만원, 중소도시 8500만원, 농어촌 7250만원 미만인 것을 고려한다면, 차상위 가구에 속하는 근로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게 될 EITC 재산기준은 긴급지원제도의 재산기준에 맞추거나 높게 책정되어야 한다.

셋째, 현행 제도에서는 18세 미만의 부양아동이 1인 이상이 있어야 한다는 부양의무자 규정을 두고 있는데(조세특례법 제 100조 3항), 이는 저소득층의 근로동기를 높인다는 제도취지와 맞지 않으므로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다. 넷째, 현행 제도에서는 임금 근로자만 근로장려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도 확대되어야 한다. 그 동안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당수는 비공식부문에 속해 있어 사업자 등록증이 없고, 매출과 소득 등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EITC를 영세 자영업자에게도 확대 시행한다면 이들을 공식부문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EITC의 급여수준을 높여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 근로장려금의 최대급여액은 연간 120만원인데, 이는 저소득층의 근로동기를 높이고 영세기업의 임금부담을 보충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미국에서 시행중인 EITC를 보면, 2009년 현재 자녀가 둘 이상인 근로소득자의 경우 연간총소득이 3만8646달러 미만인 경우 수급대상자가 되며, 최대급여액(maximum credit)은 4824달러이다. 우리나라 현행 사회보험체계에서 고용주와 근로자가 부담하는 보험료의 합계 부담률이 근로소득의 17.88% 수준인 것을 고려한다면, 최대급여액은 평탄구간의 끝점인 연간 최저생계비 금액의 20% 수준으로 정하는 것이 적정할 것이다. 이는 4인 가구기준으로 318만원에 해당한다.

Ⅲ.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인적자원개발 강화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소득정책의 대상으로 흡수하고, 정부의 사회 안전망을 통하여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사회적 임금체계의 정비가 이들을 위한 대책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의 능력과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훈련기회를 확충하고 보다 나은 직장으로 점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취약 근로자의 인적자원개발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휴·폐업으로 인해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영세 자영업자에 대하여 한시적인 긴급지원을 시행하거나, 재산담보부 융자서비스를 시행하는 등의 임시방편적인 대책을 통해서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과 빈곤화라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빈곤 또는 실업상태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직업능력개발사업과 고용지원서비스가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적극적 노동시장사업을 효과적으로 펼쳐나갈 종합대책이 부재하며, 행정체계와 인프라 등이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지원은 중소기업청, 지자체, 노동부 등으로 나누어져 업무 연계나 협조가 미흡한 실정이다. 노동부가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 문제를 총괄하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문제를 다룰 대책기구를 마련하여 정책을 기획·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별로 설치된 고용지원센타에서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의 직업능력개발과 고용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고용지원센타에 비정규직 지원팀과 자영업자 지원팀을 각각 설치하고, 취업알선·심층상담 등 고용지원서비스와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특별히 자영업자를 위한 경영도우미 서비스, 자금지원 알선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고용지원센터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고용서비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 하에서 고용지원센터의 인력을 대폭 확충하거나 공공 훈련기관을 확대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양질의 고용서비스와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고용서비스 및 훈련기관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활용해 한다.

고용보험에서 실시되는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은 고용보험 가입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임시·일용직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직업훈련은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재원이 조달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취약계층의 직업능력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특히 중요하다. 정부는 임시·일용직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특성에 맞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하여야 한다. 공공훈련기관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정부는 민간기관이 고용 및 직업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직업훈련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고용서비스 시장이 발달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민간기관간의 경쟁을 통하여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그리고 민간시장의 경쟁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영역과 지역에서는 공공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Ⅳ. 나가며

이명박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은 경제위기 이후 임시·일용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에게 집중되는 최근의 사회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단기간에 극복될 수 없고 공공부조의 과부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사후적 성격의 빈곤대책을 추진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임시·일용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사전적·예방적 빈곤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해야 한다. 경제위기로 인해 임시·일용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여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이들을 위한 소득보장제도의 정비와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사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실업보험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여 1차적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근로를 장려하기 위해 EITC의 적용대상을 확대하며 급여수준을 인상해야 한다. 또한, 임시·일용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직업능력 개발과 고용지원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펼쳐나갈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행정체계와 인프라를 확충해 가야 한다. 이와 같은 대책들이 추진될 때, 사회복지정책이 경제회복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능케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이글을 쓴 신동면님은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이며, 경희대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코리아연구원'은 통일외교안보·경제통상·사회통합 분야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이 글(특별기획29-5호)의 원문 및 관련 정책자료들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빈곤대책, #사회복지정책, #신동면, #코리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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