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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 조감도
 지난 11일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 조감도
ⓒ 국무총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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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행정도시의 성격을 교육과학도시로 변경하고 원형지 민간 확대와 환매권 행사 제한 등을 골자로 한 관련 법률 개정안을 27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번에 입법예고될 법안은 행정도시건설특별법을 비롯해 혁신도시법, 산업입지·개발법, 기업도시개발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모두 5개 법안에 이른다.

입법예고안, 어떤 내용 담고 있나

입법예고안은 행정도시의 성격을 변경하고, 기업들이 자유롭게 땅의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민간의 원형지 개발을 허용했다. 또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신설 기업에 법인세·소득세 등 각종 조세를 면제하거나 감면토록 했다.

행정도시법 개정안은 기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서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으로 법률명을 변경했다. 건설추진위원장은 현행 국토해양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됐다.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에 국한됐던 원형지 공급 대상도 민간투자자까지 확대됐다. 50만㎡ 이상 대규모 부지를 개발하는 기업과 대학이 그 대상이다.

또 도시 성격 변경으로 예상되는 환매권 소송에 대비해, 수용된 토지에 대한 환매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명문 사립학교 유치를 위한 특례 규정도 신설했다. 공립학교 설립 예정 부지라도 정부가 사립학교에 학교 부지를 임대해주고 일정 기간 후 기부 체납하게 한 것이다.

정부는 혁신도시법과 산업입지·개발법에도 세종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민간에 원형지 공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도시특별법에도 '개발되지 아니한 상태의 토지(원형지)의 처분에 관한 사항'을 포함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신설 기업에 법인세·소득세를 3년간 100% 면제 후 2년간 50% 감면토록 했다. 취등록세와 재산세 등도 15년까지 감면토록 했다.

[쟁점 1] 행정중심도시 → 교육과학중심도시... 사이보그 만드나?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 요지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 요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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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존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바꾸는 것은 명칭은 물론 도시성격의 전면적이고 본질적인 궤도 수정을 의미한다. 당초 '행정수도'에서 '행정중심도시'로 법률을 대체한 것이 부분 성형이라면 '행정'을 빼낸 이번 변경안은 사이보그를 만드는 전혀 다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통해 '수도권 과밀 해소 및 국가균형발전 선도'를 지향했던 도시 건설의 목적 자체를 변질시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정부안이 수도권 과밀 해소와 균형발전이라는 당초 도시건설 목적 자체를 이미 버렸다며 수정안이 아닌 또 하나의 신도시 건설계획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또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더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먼저 모색하기보다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백지화하는 쪽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명칭이 바뀌더라도 도시건설 목적이 동일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건설 목적과 도시성격을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정부안은 성격이 전혀 다른데도 입법 자체를 대체입법으로 하지 않고 기존 법률을 개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쟁점 2] 원형지 개발 허용에 세금 면제·감면... '무한 특혜' 논란

또 다른 쟁점은 '무한 특혜'다. 우선 민간기업들이 세종시 예정지의 땅을 자유롭게 개발하도록(원형지 개발) 허용한 것은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형지 개발 허용은 땅값과 연관돼 있다. 세종시 내 민간아파트 부지의 경우 토지공사가 내놓은 3.3㎡ 조성원가는 227만 원이다. 하지만 정부는 원형지 개발 허용을 통해 같은 면적의 땅을 조성원가의 6분의 1 수준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법이 바뀌기도 전에 전체 347만㎡(105만 평)의 산업용지 중 삼성·한화·웅진·롯데 등 몇몇 대기업에 297만㎡(85.5%)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하는 편법을 사용했다. 이렇게 되면, 세종시 내 산업단지에서 남은 면적은 정부 수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불과 50만㎡(15만 평)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들어설 공간이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원형지 개발 허용은 난개발마저 우려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세금 면제 또는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지역시민단체들은 "결국 행정기관을 이전하면 기존 계획대로 특혜 없이 추진해도 될 일을 행정기관을 무리하게 빼내려다보니 대기업을 유인하기 위한 각종 특혜와 난개발만 난무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원형지 공급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1년 내 사업계획을 승인받고 시행기간에 맞춰 의무적으로 개발에 착수해야 하며, 사업 준공 후 10년 이내에 부지를 매각할 경우 매각차액은 환수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통제장치로 특혜 시비를 차단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난개발 우려에 대해서는 "세종시의 자연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론' 수준의 방안을 제시했다.

[쟁점 3] 특혜와 난개발, 전국 산업단지·기업도시로 확대 논란

정운찬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 과학, 산업 등 자족기능을 강화한 세종시 수정계획 최종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 과학, 산업 등 자족기능을 강화한 세종시 수정계획 최종안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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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큰 폭의 특혜를 부여하는 것에 발맞춰, 혁신도시법과 산업입지·개발법 등을 개정해 다른 지역 산업단지 및 기업도시에도 원형지 공급 등 세종시에 준하는 각종 혜택을 주는 개정안은 특혜의 전국 확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형지 공급 계획 대상인 4개 국가산업단지의 경우 이미 지난해 산업단지 실시계획이 완료되었지만, 정부는 법령 개정 후 원형지 수급자가 실시계획을 변경하면 이를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세종시 행정기관 이전 계획 백지화가 전국 기업도시 및 혁신도시, 산업단지 등에 특혜와 난개발만 안겨주게 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특혜가 지방의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의 행정기관 이전 백지화로 대표되는 수도권 위주 정책 때문에 기업들이 수도권 및 세종시로만 빨려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행 제도로도 민간실수요자가 산업단지 전체 또는 일부를 직접 시행자로 지정받아 개발할 수 있어, 원형지 제도를 도입한 것이 특혜는 아니다"라며 "세종시에 준하는 각종 혜택으로 지역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쟁점 4] 환매권 불인정 논란

관련 법률(토지보상법 91조)에는 행정기관 이전계획 취소로 사업목적이 변경되었을 경우 주민들에게 수용된 토지를 되살 수 있게 하는 환매권을 인정하고 있다. 환매권이 인정되면 토지 수용 당시 보상금을 정부(토지주택공사)에 돌려주고 땅을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입법예고안에 환매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넣어 이를 원천봉쇄했다.

일부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당초 행정중심도시를 만든다고 해서 땅을 내줬지만 기업도시가 들어선다면 땅을 내줄 생각이 전혀 없다"며 '당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될 경우 원래 토지소유자가 환매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환매권 청구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세종시 예정지에서 기업을 운영하다 땅을 내준 경우 땅 주인만 대기업으로 바뀌는 형국이 돼 버렸다.

그런데도 정운찬 총리는 지난 23일 연기지역주민들과 간담회에서 한 중소기업인이 '130여 중소기업들이 세종시 내 땅을 수용당한 후 아직 토지를 구입하지 못해 공장을 못하고 있다'며 "수용지 중소기업들에게 20만 평을 조성해달라"고 요청하자 "연구해보겠지만 딱 부러진 답변을 못 드린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행정기관 이전계획이 취소되었더라도 공익성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환매권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토지보상법'의 입법 취지를 부정하는데다 소급 입법 등 위헌 소지마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대통령 재가받아 2월 말∼3월 초에 국회 제출 계획

충청권 단체 및 연기군 주민들은 11일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거부'를 선언하고, 투쟁을 선포했다.
 충청권 단체 및 연기군 주민들은 11일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거부'를 선언하고, 투쟁을 선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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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부가 관련 법안을 제출하면 20일의 입법예고기간 동안 여론 수렴과 법제처 심사, 규제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등 정부 내 절차를 거치게 된다. 입법예고기간 동안 각 기관 및 단체의 의견 개진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입법안에 의견이 있는 기관, 단체 또는 개인은 내달 16일까지 의견서를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제출할 수 있다. 

정부는 대통령 재가를 얻은 후 빠르면 2월 말이나 늦어도 3월 초에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달 1일 개회하는 2월 임시국회에서는 정부안을 놓고 여야 간에는 물론 여권 내 친이-친박 간 '전면전'이 예상된다.

특히 야권은 정부의 입법예고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장외투쟁 등 투쟁 수위를 한층 높일 방침이다. 반면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방문 등 여론 장악을 위한 대대적인 2차 홍보전에 나설 계획이다. 따라서 누구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종시 안개 정국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개정안 국회 제출 전후에 당론 변경 작업을 벌인 후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시도한다는 계획이지만, 지방선거에 대한 부담 등으로 6월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태그:#세종시, #행정도시, #입법예고, #환매권,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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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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