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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속적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공신력 있는 집값 통계로 알려진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와 국토해양부 아파트실거래가 지수는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것이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투기 수요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는 일곱 차례에 걸쳐 현장기사와 분석을 통해 집값 통계 왜곡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편집자말]
실거래가 지수가 주택가격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호도하고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지역(잠실)의 아파트단지 모습.
 실거래가 지수가 주택가격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호도하고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지역(잠실)의 아파트단지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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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는 2009년 상반기에 발표하겠다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지난해 말부터 작성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현행 국민은행이 조사해 매월 발표하는 주택가격 지수는 회원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호가에 근거한 지수인데다 신규 입주물량이 일정한 시점에 한꺼번에 표본에 잡히는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현실의 주택 가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2007년 이후로는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가격지수가 실제 거래되는 주택 가격과 괴리가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대 모았던 실거래가지수, 현실과 큰 괴리 보여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수도권 주요 도시들의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 사례들을 조사한 바로는 이미 2006년 이후로 고점 대비 15~20% 가량 떨어진 단지들이 대부분이다. 서울 동북권과 경기 동북부 및 인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2008년 상반기가 고점이기는 했으나 이들 지역에서도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들은 실거래가 상으로는 2008년 상반기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도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은행 가격지수로는 수도권과 수도권 각 광역시도의 가격지수가 2006년 말은 고사하고 2008년 상반기 고점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전체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광역시도 아파트가격지수 추이 비교(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도표1 수도권 전체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광역시도 아파트가격지수 추이 비교(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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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 때문에 비록 3개월가량 시차가 발생하는 단점은 있지만, 2006년 1월부터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가 사례를 집계해 국토해양부가 작성하는 실거래가 지수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는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좀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국토부가 발표한 실거래가 지수를 보면 누가 보더라도 쉽게 수긍하기 힘든, 현실과 동떨어진 주택가격 지수임을 한 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를 살펴보자. 

<도표1>은 국토부의 아파트 실거래 지수와 국민은행의 아파트 가격지수추이를 2006년 1월의 가격 수준을 100으로 삼아 나타낸 것이다. 이들 도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실거래가 지수는 주택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가격의 진폭이 크게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는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호가 위주 가격지수보다 같은 기간에 훨씬 더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현실과 심각한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그동안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주변 아파트 가격을 띄우기 위해서나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압력 때문에라도 실제 체결되는 아파트 가격보다 높은 호가를 유지해왔다. 특히 이 같은 호가는 주변 아파트 소유자들이 요구하는 '매도 호가'에 가까운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되는 실제 아파트 가격, 즉 실거래가는 이 같은 호가보다는 낮은 것이 정상이다.

특히 2007년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에 접어들면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부터는 호가보다는 최소 10~20% 이상 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이 기간에 작성된 실거래가 지수가 국민은행 호가 지수보다 상승폭이 적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결과는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오히려 실거래가 지수의 상승폭이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 훨씬 더 컸고, 따라서 2009년 9월 현재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 훨씬 더 높은 상태에 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격지수임을 실거래가 지수 스스로가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 등 주요 아파트 단지 가격, 일제히 내리막인데도...

국토부의 실거래가 지수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는 아래에 소개하는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 사례를 살펴보면 좀 더 분명히 드러난다. 참고로, 아래에서 소개하는 실거래가 사례는 2009년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거래 사례들을 도표화한 것으로 2009년 11월까지 거래 사례들이 포함돼 있으나 상당수 단지의 경우 2009년 8, 9월 이후 거래가 소멸된 경우가 많았다.

서울 강남구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격 변화 추이(국토해양부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도표2 서울 강남구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격 변화 추이(국토해양부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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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표2>를 토대로 이른바 '부동산 1번지'라고 하는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실거래가 사례를 살펴보자. 이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울 강남의 경우에도 저층 재건축 단지의 대명사인 개포동 주공1단지만이 겨우 2006년 말 고점 수준의 가격을 회복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수도권 전역에 DTI규제가 도입된 2009년 9월 이후로는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층 재건축 단지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에는 아예 2006년 말 고점 회복은커녕 고점보다 15%가량 낮은 가격에서 다시 떨어지고 있다.

이른바 명품아파트의 대명사였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이나 도곡동 도곡렉슬 등도 2006년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가격에서 거래가 끊어지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거나 재하락하고 있다.

강남구뿐만 아니다. <도표3>에서 수도권 주요 아파트단지들의 실거래가 사례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분당파크뷰의 경우 2009년에 가격이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2006년 고점 대비 -30% 수준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떨어지면서 거래가 끊기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용인, 일산신도시 등 수도권의 주요 도시들도 대부분 비슷한 양상이다.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 추이(국토해양부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도표3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 추이(국토해양부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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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도 주요 도시들과는 달리 2007년 이후부터 오르기 시작한 인천시의 경우 2008년 상반기에 고점을 찍었으나 대체로 2009년에도 고점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서 모두 소개할 수는 없으나 수도권 대부분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대체로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부동산 1번지'라는 서울 강남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도의 주요 도시 대부분 지역에서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2006년 말 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 가장 최근의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발표된 2009년 9월 시점까지 평균적으로 고점대비 최소 15% 이상 떨어진 가격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에서 수도권의 경우 2006년 12월의 지수가 127.5이므로 2009년 9월의 가격이 이보다 15% 가량 떨어진 지수가 나와야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설사 2006년 말 이후 '버블 세븐'을 비롯, 수도권 주요 도시의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남은 투기 수요가 경기 동북부와 이른바 '노도강' 등 서울 동북 3구 등으로 유입되면서 2008년 상반기까지 오른 것이 다른 수도권 주요 도시의 실거래가 하락을 상쇄했다고 치더라도 2009년 9월의 실거래가 지수가 2006년 고점 수준을 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2009년 9월의 수도권 실거래가 지수는 2006년 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147.0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발표한 실거래가 지수가 한 마디로 현실과 동떨어진 또 하나의 엉터리 통계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 호가지수의 문제점을 개선·보완하기는커녕 오히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격지수를 만들어낸 셈이다.

실거래가 지수, 조작 난무 부동산 시장에 혼란 가중

그러면 이처럼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엉터리 가격지수가 된 이유는 뭘까. 국토부가 구체적인 지수 작성 방법이나 이에 사용된 표본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으므로 현재로선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한두 가지 이유를 추정해 볼 수는 있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실거래 가격지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 지수의 기법을 본 따 2번 이상 반복 거래된 동일주택의 가격 변동률로 지수를 산정하는 '반복매매(repeat sales)' 모형을 사용해 작성됐다고 한다.

다만, 한국적 특성에 따라 아파트의 단지·면적·동·층그룹(저층·중간층·최상층 등)이 같은 아파트는 동일한 주택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이 같은 지수 작성 방법과 대상기간 아파트 거래의 특성 때문에 현실과 달리 특정 면적형이나 유형의 아파트 거래 비중이 과다 반영됐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주택시장 침체기간 동안에도 상대적으로 소형 아파트는 거래도 비교적 활발했고, 가격도 중대형과는 달리 강세를 나타내는 지역이 많았다. 또 2007년 이후로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투기적 거래가 전반적인 시장 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활발했는데, 이 같은 투기적 거래가 과다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우야 어찌됐든 이처럼 시장상황 때문에 나타난 일부의 양상이 과대 반영되는 경우라면 이를 보정하면서 전반적인 주택시장의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작성했어야 옳다. 통계나 각종 지수는 개별적 사례들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사회, 경제적 현상 등을 수치화해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로서는 사회, 경제적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올바른 정책적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인력과 예산을 쏟아 붓고도 그 결과는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는 지수를 내놓고 말았다. 이러니 실거래가 지수가 발표되자마자 상당수 언론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 것이다.

사실 각 정부 부처가 작성한 통계의 정합성이 떨어지거나 현실과 동떨어지는 경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관련 통계 또한 마찬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가격지수 외에 아파트 거래량의 경우에도 2009년 5월부터 그동안 거래량에서 제외해온 이른바 '부적정 하한가' 거래 사례 건수를 거래량에 포함시켜 갑자기 거래량을 늘리기도 했다. 또 미분양 물량 통계는 아예 사실상 건설업계가 마음대로 조작하는 통계에 가깝다. 건설업체가 신고하는 수치를 국토해양부가 단순 집계해서 발표하는 것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 지수 또한 정부의 고의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실거래가 기준으로 주택가격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호도하고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가뜩이나 사기와 조작이 난무하는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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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집값 왜곡, #실거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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