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미 검토했다 '폐기'된 사안, 부작용 가능성 높다"

[최한성 기자] 민간 신용정보회사가 국가기관을 대신해 체납된 세금 등 공공채권을 추심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에 건의하겠다는 김석원 사단법인 신용정보협회 회장의 발언을 놓고 논란이다.

김 회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세 징수업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신용정보회사들이 밀린 세금 등을 대신 받아낼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신용정보회사의 채권추심 업무영역을 넓히겠다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매년 14조원 규모의 국세가 제때 걷히지 않고 있다. 손실로 처리하는 금액만도 매년 7조원에 이른다"며 체납된 세금 등을 받아내기 위한 아웃소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지난 2006년 세금추징 업무를 민간 채권추심업체에 위탁한 미국의 경우를 언급하며 "국세청 입장에서도 세금추징 업무를 아웃소싱하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업계는 '환영'-여론은 '냉담'= 김 회장의 발언에 대해 신용정보업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세금 등 공공채권 추심이 업체들의 오랜 숙원 중 하나였고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업계 전체의 '파이'도 커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채권추심 시장이 많이 위축됐다"며 "세금 등 공공채권을 걷을 수 있다는 건 새로운 시장을 얻는다는 것이므로 업계 입장에서는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과는 달리 일반적인 여론은 아직까지 '냉담'하다. 이는 신용정보회사들에 대한 일반 국민들이 가진 '부정적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공채권 추심을 민간에 위탁할 경우 각종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단 민간업체에 공공채권 추심을 위탁하려면 당국은 국세징수법이 정한 징세권과 함께 효율적인 채권 추심에 필요한 납세정보 등 기초자료를 넘겨야 한다. 국세청이 끔찍이도 싫어하는 개인납세자 정보의 외부유출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신용정보사들의 무리한 채권추심 행위도 예상가능한 부작용 중 하나. 김 회장은 인센티브와 경쟁시스템을 갖고서 공공채권 추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성과주의'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해결사'식의 무리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부작용을 모두 감수하면서 관련 제도를 시행했을 때 과연 기대효과가 얼마나 클 지 검증할 근거가 현재로서는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기관 등의 연구결과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 상태다.

결과적으로 공공채권 추심업무의 대행을 기대하는 신용정보협회도 관련한 연구용역의 발주를 준비하는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의 공공채권 추심 아웃소싱 사례만을 앞세워 설익은 정책을 제안, 괜한 논란만 야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정부.국회 "이미 검토했다가 폐기한 사안"= 신용정보회사 등이 공공채권 추심 업무를 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만만치가 않다. 정부를 설득하든 국회를 설득하든 입법안을 마련해야 하고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 법률안의 국회통과를 관철시켜야 한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반응도 싸늘하기 짝이 없다. 체납세금 추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부분도 있지만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없이는 도입자체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의 공공채권 추심 대행 논의는 국세청 등을 중심으로 몇 차례 있었지만 제도화되지 못했다"며 "국가기관의 업무를 민간에 위탁했다가 발생하는 부작용에 따른 후폭풍은 상당하다. 여러 측면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체납 징수액에서 어느 정도나 수수료를 떼어 가져가려는 건지 업계의 정확한 입장을 아직 모르겠다"며 "당국의 채권추심 인력 부족을 거론하며 일을 추진하는 모양새이지만 업계라고 인력상황 등이 더 낫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선택할 문제이지만 그렇게 하려면 법도 만들고 국세청 등의 조직도 개편해야 한다"며 "국세청 등에서 세금을 걷는 게 효율적인지 민간에 맡기는 게 나은지 논의할 순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하기는 힘들 것이다. 국가 공권력이 사용되는 문제를 단순하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경제적 약자들을 배려해 당국이 정책적으로 공공채권 추심을 느슨하게 하는 경향도 있다"라며 "업계가 단순히 파이 늘리기를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다면 자칫 조세저항 등 정권의 부담만 늘어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업계, "단계적 추진하겠다"= 우호적 여론 형성에 실패했지만 업계는 신용정보협회를 필두로 목적달성을 위해 작업을 진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단계적 계획 추진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면서 긍정적인 여론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안지민 신용정보협회 홍보팀장은 "모든 공공채권에 대한 추심업무를 한꺼번에 다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부 세목에 한해, 그것도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는 업체들에 채권추심 업무를 위탁하고 결과를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채권 추심 업무를 위임받을 경우의 수익과 관련해서 "채권의 상태를 봐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자신들의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전한 바는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빠른 시일 내에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한편 세부결과를 토대로 정부 당국에 입법조치를 건의할 계획이다. 또한 다양한 선전활동 작업을 통해 공공채권 추심 대행의 걸림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갈 방침이다.

hsforyj@joseilbo.com 
ⓒ조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그:#체납세금, #신용정보협회, #채권추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조세일보는 국내 유일의 '리얼 타임 조세 전문 웹진'입니다. 매일 매일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생생한 기사를 뉴스 당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지금 세정가에 돌고 있는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고 싶으시면 www.joseilbo.com을 클릭하세요. 기사 송고 담당자: 손경표(직통 없고 대표전화만 있다고 함)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