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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교육문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 시기마다 교육, 특히 대학입학제도에 대한 원성으로 말미암아 하루가 멀다하고 교육정책이 바뀌어왔다. 그렇지만 교육의 원성이 잦아들기는커녕 더 커지고 있다. 현재 주 원성의 대상은 '영재교육'과 '사교육비'다.

 

이명박 정부는 '자율'과 '경쟁'을 내세우면서도 국민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우리 미래 교육에 대한 비전과 청사진은 없고 고교체제 다양화, 영어교육, 대학자율화 등 단편적인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창조적 공고육의 내실화와 여전한 대입위주의 학교 교육 타파, 영재교육 내실화, 사교육비 경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교육이 출현한 계기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국민이 새로운 나랏말을 말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나라마다 국가적 교육체제가 필요했다. 그런 국가별 단일 교육시스템이 생기자 국민들이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에 관한 믿을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졌다."

 

한국 공교육은 군사정권과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실상 리프킨이 말한 초기 자본주의 국민 전반교육의 과제는 완료했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1965년과 2005년을 비교해 보면 학급당 학생수는 65.4명에서 31.8명으로, 교원1인당 학생수는 62.4명에서 25.1명으로 크게 줄었다. 중․고교도 학급당 학생수는 30명 수준으로, 그리고 교원1인당 학생수는 20명 이내로 낮아져 교육여건이 대폭 개선됐다.

 

4년제 일반대학의 경우 1955년과 2007년을 비교해 보면 대학 수는 44개에서 175개로 4배 늘었으며, 학생수는 7만 8649명에서 191만 9504명으로 무려 25배나 늘어나 고등교육기회가 크게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고졸자의 대학진학률은 1965년에 32.3%에서 2007년 현재 무려 82.8%에 달해 초·중등교육의 일반화에 이어서 고등교육까지 대중화 단계를 넘어 이미 보편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예산 대비 교육예산의 비율도 1950년도에 겨우 5.7%에 불과했으나 2007년 현재 17.9% 수준으로 증대됐다.

 

그런데 어느정도 우리나라 경제가 궤도에 들어서고, '세계화'라는 광풍이 몰아치면서 세계적 '경제전쟁'에 승리하기 위한 대안이 논의되었다. 그 경제전쟁의 중심에 교육이 있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문제는 많았지만 한국교육이 제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이제 지식을 암기해서 다른 나라를 따라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세계경제를 주도하며 지식을 창조해야 할 전 지구적 경제가 출현하여 한국교육에는 변화가 요구되었다.

 

앨빈 토플러 말대로 '공장' 같은 학교에서는 창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면서 창조적인 인재교육의 중심에 영재교육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탄생했다. 첨단산업이 승패를 가르는 현실 속에서 경쟁력의 열쇠는 교육에 있고, 그래서 영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어려서 부터 아이들을 등급분류해서 기름으로써 현대교육의 기본 전제인 구성원간의 동질감을 파괴하는 영재교육은 곧 귀족교육이라는 비판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가 속속 설립되었다. 하지만 우수한 국가인재를 목표로 했던 특목고들은 좋은 대학으로 가는 지름길로 전락하였다. 특히 외국어고로 인한 사교육비 지출 과다경쟁으로 학부모들로부터 폐지의 원성이 자자했다. "외국어 잘한다고 영재냐, 미국 사람들은 다 영어한다. 돈을 들여 쏟아부은 만큼 언어는 느는 법인데, 외국어고로 진학하면 명문대로 가서 학력 우수학생이 되어 사회에 진출할 때도 유리하지 않냐"는 것이다. 그래서 너도 나도 이제는 외국어고, 과학고, 영재학교를 보내기 위해 초,중등학교 때부터 과외나 학원수강을 한다. 이전에 고교입시제가 사실상 일부 부활한 듯하다.

 

그런데 저소득층 일부를 제외하고 중산층 이상의 모든 학부모들이 자식에게 사교육을 시키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은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장과 소득향상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 자식에게 투자할 소득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돈이 없었을 땐 일부 고소득층의 전유물이었던 과외나 학원에 자식들을 보낸다. 그러자 고소득층은 한 술 더 떠 해외조기유학을 보내서라도 자녀의 학력, 특히 영어 수준이 높아져 다른 학생들을 따돌리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더 좋은 교육기회인 조기유학을 보낼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한다.

 

이렇듯 자랑 아닌 '돈자랑'(?)을 하면서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사실 자식이 잘 돼 명문대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을 찾는 것보다 더 큰 투자는 없기 때문이다. 자식들의 성공 하는 것 자체가 자랑이요, 노후를 위한 보탬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학벌만이 가장 좋은 신분상승과 유지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한국사회에서 '양반집이냐 아니냐', '전라도냐, 경상도냐'가 사회 신분을 나누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학벌은 가장 공정한 게임인 시험의 결과이므로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성적자체가 과외나 조기유학 등 돈에 의해 좌우된다. 그리고 영재의 범위도 넓어져서 과학,수학, 어학뿐 아니라예술, 체육 등 자식의 재능을 살려주는 쪽으로 다원화 되고 있다. 어디든 돈이 들어간다. 그래서 앞으로는 돈이 있는 집 사람이 좋은 학교를 가는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커질 것이라고들 전망한다. 가난한 집 자녀는 자신의 공부를 보충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하기사 옛날에도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었듯이 가난한 집 자식이 영재로 성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가난한 집 자식에게도 공정한 교육경쟁을 할 수 있는 정부의 보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부가 되물림되고, 사회가 양극화되는 것을 완화하여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90% 이상이 되는 평범한 아이들에게 우리사회가 어떤 비전을 줄 수 있는가도 동시에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 1등만이 인정받는 세상은 다른 수 많은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패배자'라는 상처만을 주는 것이다. 학벌에 따라 개인에게 주어지는 성과의 차이가 쿨수록 또다시 학부모가 된 학생들은 자식에게 집을 팔아서라도 사교육을 시키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옛말이 실현되는 학벌파괴의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교육개혁 이전에 풀어야 할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열등생이라 불리는 학생들을 일정 교육수준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평등교육의 실천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화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상위 학생들을 돌보듯이, 또한 정부가 나서 하위 열등생들을 돌보기 위한 연구와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과학영재' 둔 학부모와의 인터뷰

경북 포항에서 2남 1녀를 키우는 A씨(여,46)는 둘째 B군의 교육 때문에 고민이 많다. 올 해 중학교에 진학하는데 '과학영재'로 밀어줄 생각이다. B군은 초등학교 6학년으로 작년에 대학부설 과학영재원에서 1년간 교육받았다. 영재교육에 대해 학부모로서 느끼는 점을 인터뷰하였다.

 

- 영재교육에 대한 정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

"주로 입소문이나 학원가에서 정보를 얻는다. 학교에서도 간간히 정보를 얻고 있다."

 

- 얼마전 외국어고 폐지논란이 있었는데, 영재교육도 외국어고 처럼 귀족교육이라는 말들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다. 시켜보니 평범한 부모들에게 어렵다. 어릴 때부터 수학,과학을 학부모가 교육시킨 애들이 유리하다. 외고보다는 덜하다. 돈이 많이 들어 힘들다. (어려운 영재원의 과학, 수학)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밑바탕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어야 밑바탕을 깔아 줄 수 있다."

 

- 사교육비는 많이 들어가나?

"예를 들면 '물리1' 한 과목에 100만원이다, 2 사람이면 50만원씩 내면 된다. 돈 없는 사람들은 혼자 들으면 서민에겐 부담이 돼서 8명이 한 팀을 짠다. 어떤 엄마는 수학, 화학, 영어 이렇게 강의 듣는다 하면 한 달에 100만원 금방이라고 한다. 돈 많은 사람들은 과목당 부르는게 값이다. 선행학습 한다고 다되는 것 아니지만, 투자(돈)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

 

- 영재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개선점은 무엇인가?

"선행학습된 애들만 뽑혀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지필고사로만 아이를 단순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진짜 창의력 있고, 흥미를 가진 영재를 뽑아야 한다. 인재를 한가지 말고 다양한 방법으로 뽑아야 한다. 대학입시처럼 농어촌 학생 대학 입학 특례 같은게 있어야 한다. 영재학교에도 입학사정관제, 창의력테스트, 면접토론 등의 다양한 선발방식이 도입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 한 방향이다."

 

- 영재교육이 자식의 미래를 보장해 주는가? 또 자식이 어떻게 자라주길 바라는가?

"(아들이)일반교육은 무료해 한다. 흥미를 잃었다. 남을 누르고 가는 건 원치 않는다. 출세위주로 가는 것도 원치 않는다. (본인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부모가 원해서 (영재학교나 과학고)를 간다면 불행한 것이다. 과학을 하면 아들이 행복해 한다. 수학,과학은 하라고 강요해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과학자로서 (기독교) '창조과학'에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 영재처럼 열등생에게도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A씨의 맏아들 C군은 중학교 2학년으로 자폐증을 앓고 있다) 열등생이 일반학급에서 따라가기 힘들다. 괴롭다. 과목별로 같은 레벨을 묶어서 교육해야 기죽지 않는다. 선생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한다. 강제로 끌고 나가면 머리가 터져 죽는다. 수준에 맞게 해야 한다. 요새는 과밀학급이 아니라 아이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 (열등생들을) 그대로  놔두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된다. 이미 잘하는 애들은 자기들 끼리 경쟁한다. 열등생들에게 적합한 기술이든 뭐든 익히도록 해야 한다."


태그:#영재교육, #사교육, #영재학교, #외국어고, #과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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