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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대학 시절부터 지금껏 가슴에 담고 사는 책 중에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에 들었었지만 참 좋은 이야기여서인지 여기저기서 다시 듣게 되는 이야기 중에 '독수리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새 이야기'는 늘 우리가 지녀야 할 꿈과 삶에 대해 성찰하도록 하는 것 같아 올해의 끝자락에 여러분과 성찰을 나누고 싶습니다.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라는 갈매기가 있었는데 그 갈매기는 다른 갈매기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을 때 혼자 일어나 깊은 밤바다 높은 상공에서 수직 하강을 연습합니다. 몇 백 번을 반복 연습하다가 실수도 자주하여 날개가 찢기기도 하지만, '조나단'은 다친 곳이 아물기만 하면 다시금 깜깜한 바다 위로 날아가 연습에 몰두합니다.

높이 날아오르는 것뿐 아니라 멀리 나는 것도 좋아해서 먼 바다에 홀로 갔다 오기도 합니다. 갈매기는 큰 바다를 날아다니는 새 중의 새여야 한다고 믿는 '조나난'은 부두의 쓰레기 더미에 떼로 몰려 음식 쓰레기를 골라 배를 채우는 숱한 갈매기들에게 먼 바다 얘기를 해주고 갈매기답게 높이 날아다니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곤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갈매기 마을에 회의가 열리고 '조나단'은 위험한 존재로 낙인이 찍혀 추방당하고 맙니다. '조나단'이 추방당한 곳으로 그의 친구 갈매기가 찾아와 함께 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말이 오래오래 가슴에 남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인간 세상도 부두의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쉽게 찾으며 바다 위를 날아 용맹스럽고 치열하게 물고기를 사냥하는 갈매기다움을 잊고 또 잃고 사는 부류와 '조나단'과 같은 훨씬 적은 수의 부류로 구성되어 있지 않나요? '높이 날기 싫은 갈매기들'과 '높이, 가장 높이, 날고 싶어 하는 갈매기들' 중에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지요? 혹은 이제라도 선택을 다시하고 싶지는 않으신지요?

독수리의 삶

이젠 '독수리 이야기' 차례입니다. 독수리는 70년까지 살 수 있답니다. 그러나 70년을 살려면 40살 정도 이르렀을 때엔 신중하고도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즈음이 되면 발톱이 안으로 굽어진 채 굳어져 먹이를 잡기조차 어려워지고, 길고 휘어진 부리는 독수리의 가슴 쪽으로 구부러졌으며, 날개는 약해지고 무거워지고 깃털들은 두꺼워져서 날아다니기조차 어렵게 되기 때문이라 합니다. 이제 독수리는 그대로 몇 년 더 살다 죽든지, 아니면, 고통스러운 혁신의 과정을 통하여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든지, 그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합니다.

그대로 죽지 않고 환골탈태 하려면 그 독수리는 무려 5개월 동안 산꼭대기 절벽 끝에 둥지를 틀고 전혀 날지 않고 둥지 안에 머물러 있어야만 합니다. 이 기간 동안 독수리는 자신의 부리가 없어질 때까지 바위에 대고 사정없이 내리치고, 새로운 부리가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 부리가 새로 자라게 되면, 이번에는 그 부리를 가지고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고 합니다. 

발톱이 새로 나서 다 자라나면 이번에는 낡은 깃털을 다 뽑아낸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서 5개월이 지나면 그 독수리는 새로운 부리, 새로운 발톱, 새로운 깃털을 갖고 새로이 비행하며, 이후 생명을 30년 연장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두 가지의 '새 이야기'는 (정치권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시민들을 위한 성찰 자료이기도 합니다. 1948년 제1공화국부터 약 40년 후인 1987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시민사회는 독수리처럼 "그대로 죽든지, 아니면, 고통스러운 혁신의 과정을 통하여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든지, 그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그 선택의 결과가 '6월 항쟁'이자 민주화였다면, 그 1987년부터 20년이 좀 넘는 지금 우리는 다시금 그러한 선택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세월이 워낙 빠르고 세상이 워낙 빨리 변하니까 40년 주기가 이젠 절반인 20년 주기로 단축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돌이켜보건대, 1987년 당시 우리 시민사회는 독수리처럼 절벽 끝 둥지 안에 오랜 동안 머물며 수행하는 환골탈태의 고통을 이미 오랫동안, 그 오랜 독재정권 시기 동안, 지내온 직후였으며 '민주화'라는 극적인 변화에 대한 '타는 목마름'과 범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었지만, 그 이후 '6월 항쟁' 20주년을 이미 몇 년 지나온 현재의 우리는 어떤지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고난의 시절을 함께 싸워 이겨내자던 70년대, 80년대 당시의 반독재투쟁의 외침이 지금에 와서도 다시 울려 퍼져야 하지 않나 싶은데도 말입니다.

독수리처럼 다시 태어나야 할 때

그냥 이대로 살다 죽지 않고 독수리처럼 다시금 태어나려는 결심을 우리 스스로 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 아닌가 싶습니다. 허나, 혹시 우리는 새로이 거듭 사는 것을 벌써 잊고 귀챠니즘, 매너리즘, 무사안일주의, 혹은 패배주의에 깊이 빠져 제2의 인생을 아예 포기하는 독수리들은 아닌지요?

이빨과 발톱으로 잔뜩 무장한 사자는 스스로 '동물의 왕'으로 자처하지만, 몸에 작은 상처라도 패이면 그보다 약한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잘 낫지 않고 상처가 속으로 깊이 곪아 들어간다 합니다. '용산 참사' 현장에서는 내년에도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유가족들과 함께 하는 작은 미사가 매일 저녁 이어질 것이며, '사유화'한 공권력과 '법치주의'라는 허무맹랑한 명분으로 중무장한 정부는 그 질긴 외면을 햇수로 2년째 거듭할 것입니다. 속으로 들어가 곪아가는 그 상처는 겉에선 아문 것 같지만 예후는 점점 더 안 좋아질 것입니다.

똑같은 시간이 주어져도 어떤 것은 그 시간 동안 '부패'하고 있을 뿐이지만, 어떤 것은 그 시간을 '발효'하려고 쓴다지요. 사자의 상처가 점점 곪아 들어가는 그 시간을 우리는 스스로 독수리로서 환골탈태의 힘든 노력을 하는 시간으로 맞대응하자고 외치고 싶습니다. 스스로 갈매기처럼 높이 날아 수직 강하하는 호된 훈련의 기간으로 삼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이 세상이 점점 아픔과 어두움으로 '부패'되어 간다고 느끼는 절망을 참 세상이 여러분에 의해서 '발효'되어 간다는 희망으로 여러분 스스로가 바꾸어 내고야마는 그런 새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높이 날아오르려는 갈매기들과 환골탈태하여 새로이 거듭 사는 독수리들인 여러분! 저 역시도 여러분 가운데의 하나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리라 다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녕씨는 현재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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