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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번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오늘은 용기를 내어 이렇게 펜을 듭니다. 오늘(23일)도 신문, 방송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께서 "법질서 확립", "토착비리 근절", "부정부패에 대한 엄단" 등을 언급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밖에도 신임 경찰 임용식 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법질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사회간접자본이자 선진화의 핵심 인프라"라고 역설하셨고, 심지어 브라질에까지 가셔서, 법질서 확립 원칙을 강조하셨습니다. 법과 질서를 지키면 성장률 1%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는 평소의 신념을 브라질 방문에서도 주창한 셈이라고 언론은 평가하더군요.

 

대통령께서는 이렇게 수시로 "법질서 확립, 비리와 부정부패 근절"을 강조해오셨습니다. '법질서 확립을 통해 국격을 높여야 선진국이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계신 것으로 읽혀집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 보입니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 '토착비리'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주문한 탓에, 검찰의 '토착비리 수사'가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았으나, 적어도 서울남부지검 양천고 사학비리 수사팀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검찰도 틈만 나면 부정부패 엄단, 토착비리 척결을 부르짖습니다. 그런데 그런 검찰이 사학비리 앞에만 서면 왜 이렇게 작아지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학교 감싸기에 급급한 교육청, 씁쓸합니다

 

제가 양천고 교사들을 대표하여 작년에 교육자적 양심과 신앙적 양심에 의거, 서울시교육청 클린센터와 국민신문고를 믿고, 서울 양천고 사학비리를 제보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작년 5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를 받았으나, 교육청은 비리의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보다는 감싸기에 급급하였고, 관계자에게 경고 등 솜방망이처분에 그쳤습니다.

 

대신 교육청은 저희 교사들과 함께 교육청 감사가 이루어지도록 애쓴 행정실장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결국 그만두게 했습니다. 저도 파면과 복직을 반복하다, 지난 16일 해임 통보를 받았습니다. 분명히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에는 "교원은 해당 학교의 운영과 관련하여 발생한 부패행위나 이에 준하는 행위 및 비리 사실 등을 관계 행정기관 또는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거나 고발하는 행위로 인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의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제6조 2항)"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최근 공익신고자 신분을 누설하면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의 뉴스를 접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너무도 억울하여, 국민권익위에 여러 번 호소하였으나, 권익위는 사립학교라는 이유로 끝내 외면하였습니다. 사립학교는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치외법권적 영역이고 사립학교 교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겁니까. 국민권익위원회가 외치고 있는 "억울함이 없는 나라,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는 구호는 그냥 구호일 뿐인가요?

 

제가 가장 실망하고 분노하는 곳은 검찰입니다. 대한민국 검찰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교육청 감사 자료를 토대로 저희 교사들이 '양천고 사학비리'에 대해 고발을 하였으나, 검찰은 어처구니없게도 두 번이나 수사다운 수사 한번 하지 않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하였습니다.

 
양천고 비리, 제발 바로잡아주세요
 

도둑을 신고했는데 잡으라는 도둑은 잡지 않고, 어떻게 신고한 사람을 파면, 해임할 수 있나요? 불행하게도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는 법 현실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날마다 법질서를 강조하시고 부정부패 엄단을 역설하고 계시지만, 검찰과 교육청은 여전히 비리사학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그를 고발한 공익신고자(내부고발자)에 대해서는 가혹하기 짝이 없습니다.

 

저와 양천고 문제는 결국 지난 국감 대상에까지 올라 교육청의 특별감사가 12일간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비리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나마 이번 감사팀은 나름대로 노력하여 일부를 밝혀냈습니다(관련기사 보기).

 

어떻게 21세기 대명천지에, 다른 곳도 아니고 수도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버젓이 장삿속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가 있습니까? 그것을 올바르게 지도 감독해야할 서울시교육청은 비리사학과 한통속이 되어 학교비리를 비호하고 은폐, 축소하기에 급급하고, 범죄에 대해 추상같아야 할 검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교육청보다 한 술 더 떠 사학비리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간청하오니, 제발 이를 바로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번에 서울 양천고와 서울시 교육청과 서울 남부지검이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저는 192일째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꿈꾸고 소망하는 학교는 이렇습니다. "학생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학교, 학부모님들이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 선생님들이 근무하고 싶어하는 학교..." 정말 이것이 실현불가능한 꿈이란 말입니까?  


태그:#서울 양천고, #사학비리, #김형태, # 공개서한, #공익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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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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