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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예산심의가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4대강 사업예산이 쟁점이지만, 지역에서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복지, 환경, 교육 등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지방자치단체 예산심의에 대한 감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선심성 예산들이 편성될 우려가 높은 상황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지역풀뿌리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2010 예산참여 풀뿌리 행동'과 공동으로 현재 지방의회에서 심의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쟁점에 대해 몇 차례 다루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감시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의 상근활동가 한 사람이 기획예산담당관실에서 두꺼운 '세입세출 예산(안)'을 열심히 복사하고 있다.

이 시민단체는 10월 20일에 차년도 예산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예산서가 인쇄돼 의회에 제출되는 시기는 기초단체의 경우, 회계연도 개시 40일 전인 11월 20일이다. 지난해에는 11월 20일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 한 번 연기되고(처리기간인 15일) 나서야 정보공개 결정이 났다. 결정이 났을 때는 이미 예산 심의가 끝난 후였다.

이런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엔 예산서가 나오기 한 달 전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예산서를 줄 수 없으니 복사를 해가라는 것이다. 이 시민단체 활동가가 예산서를 복사하는 이유다.

예산(안)도 공개 안 하면서 예산편성에 참여하라?

위 일은 2000년에 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시민단체에게도 예산(안)을 공개한다. 법원에서도 예산(안)을 공개하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확정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예산(안)을 공개하지 못한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강원도 인제군의 한 시민단체는 2010년 예산(안)을 분석하기 위해 이를 요청했다가 줄 수 없다는 담당 공무원의 말을 듣고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충남 당진군도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해야 예산(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예산(안)은 납세자인 시민들에게 얼마의 세금을 걷어서(세입예산) 어떻게 쓰겠다(세출예산)는 것을 의회에서 심의받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편성한 것이다. 그런데 그 예산의 주인인 시민들의 요청을 머슴인 공무원들이 거부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2005년 지방재정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제 39조에 '지방예산편성과정에 주민참여'를 보장했고, 약 10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참여예산조례를 만들어 예산편성 과정에 참여시키고 있다. 아직 조례가 없더라도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통해 예산편성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시킨다. 편성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려면 당연히 예산(안)은 공개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사업부서의 예산요구서나 예산(안)을 공개한다. 예산 정보 없이 예산 편성과정의 시민참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수자원 공사가 부담하는 4대강 예산 전액 삭감과 국토 해양부 소관의 4대강 예산을 1조원 수준으로 삭감 등을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수자원 공사가 부담하는 4대강 예산 전액 삭감과 국토 해양부 소관의 4대강 예산을 1조원 수준으로 삭감 등을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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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의 피해, 역시나 사회취약계층에게 가는구나

지역의 풀뿌리시민단체들이 '2010 예산참여 풀뿌리행동'을 구성해 이렇게 예산(안)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분석하는 이유는 감세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세입이 감소해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아껴 써야 하는데 2010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어서 업무추진비나 시정 홍보비 등 전시성 예산이나 선심성 예산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들어오는 돈은 적고, 전시성 예산이나 선심성 예산이 늘어나면 줄어드는 예산은 돈 없고 힘없는 사회취약계층 예산이다.  실제로 2010 예산참여 풀뿌리 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2010 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우려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2010년 군포시는 '시관문 경관조성비 3억원'을 책정한 반면, '국민기초 생활보장'과 '위기가정 무한 돌봄 사업' 예산을 9억 3천만 원 삭감했다. 천안시의 경우 2010년 예산(안) 공보육예산이 2009년 2차 추경예산과 비교할 때 67억 8천만 원 축소됐다. 2010년에는 국공립보육시설이 신축되지 않음을 감안해 국공립보육시설 신축비용을 제외한 2009년 본예산 234억 4천만 원과 비교해도 3억 5천만 원이 줄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저소득 아동에 대한 유일한 보호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운영비'도 2009년 본예산 대비 3400만원 삭감됐다. 2008년 말과 비교해 지역아동센터가 7개소 추가된 46개임을 고려할 때 오히려 지역아동센터 운영비가 축소된 것은 저소득 아동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기 어렵다며 선심성, 홍보성, 관변단체 지원금은 늘려

반면, 2010년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지출로 의심되는 예산이 있다. 천안시는 둘째자녀부터 '출생축하금'을 늘리는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매년 35억 1천만 원이 출산장려금으로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2009년 현재 천안시 아동복지예산 71억 1천만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예산이다. 급식지원 아동 중 20%에 해당하는 조식결식 아동 568명에게 조식지원을 할 수 있는 20억 원의 두 배에 가까운 돈이기도 하다.

출생축하금이 출산 장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여러 연구보고가 있고, 정작 출산비와 양육비 지원이 필요한 기초생활 수급자의 첫째 자녀에게는 지원이 안 된다. 아이를 낳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와 보육환경 마련 예산은 삭감하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양육지원금과 일회성 출생축하 비용을 준다는 것은 선심성 예산 편성이다.

2010년 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의 홍보비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군포시는 '소식지 제작'에 1억 2060만 원과 '뉴스 제작' 명목으로 1억 2580만 원을 편성했으나 이 두 사업은 중복적 성격의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홍보동영상 제작에 2천만원이 신규예산으로 편성되기도 했다. 지방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정홍보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2010년 군포시 예산에서 2237%의 놀라운 증가율을 보인 예산도 있는데, '민간체육보조' 예산이 그것이다. 민간체육보조 예산은 4500만 원에서 10억 7백만 원으로 증가했다. 부천시의 경우, 새마을회, 바르기살기부천시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부천시지회, 자연보호 부천시협의회 예산이 2009년 11억 4285만 원에서 2010년 21억 5078만 원으로 88.2% 증가했다. 특히 부천시 새마을회는 2009년 4억 8210만 원에서 2010년 13억 9503만 원으로 189.4%나 증가했다. 생활체육단체와 관변단체에 대한 예산지원이 2010년 선거를 앞두고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9년 10월, 군포풀뿌리생활정치네트워크 발기인대회
 2009년 10월, 군포풀뿌리생활정치네트워크 발기인대회
ⓒ 군포풀뿌리생활정치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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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추진비 줄여 복지예산으로 쓰는 단체장은 왜 없나

군포예산지킴이 시민연대는 2009년 4월, 시장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한 후 8개월이 지나서야 회계과를 방문해 일부 내역과 영수증 등을 열람할 수 있었다. 열람 결과, 시민격려금을 지출한 회계과 담당자의 서명만 있을 뿐, 어떤 시민에게 무엇을 격려하기 위해 지급했는지 나와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격려금을 받은 시민의 서명도 물론 없었다.

여성단체와의 간담회, 취약계층과의 간담회 등에 사용되는 업무추진비의 경우에도 여성단체 누구 외 몇 명과 간담회 후 식사를 했는지 등을 기재하지 않아 업무를 위해 지출했는지 사회적 지출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시에서 선물하는 화분을 유독 '○○꽃방'에서 많이 주문한 이유는 뭘까. 같은 업소의 영수증 발급시간이 1,2분 간격인 이유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당진군은 2009년 사회복지 한마당 행사와 자원봉사축제를 통합해 사회복지 박람회를 개최했다. 사회복지 시설 및 정책을 홍보함으로써 군민들이 시설과 시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이었다. 행사 개최일 얼마 전에 신종 플루가 급증했는데 사회복지 박람회 참가대상인 사회복지시설 입소자들은 대부분 신종 플루 고위험군이었다. 실무자들이 당진군에 개최 포기를 건의하고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도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당진군은 행사를 강행했다. 신종 플루 고위험군의 출입을 차단하고, 실내행사 참여인원을 1천명 이하로 제한했다. 이 행사의 참여인원은 374명이었다. 용감하게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2010년 지방선거 후보자 20여 명과 행사 자원봉사자 및 진행요원 200명, 그리고 자원봉사센터에서 동원된 자원봉사들이었다. 이 행사에 쓴 돈은 총 3500만 원이었다. 감세로 지방예산이 줄어도 책정된 예산은 쓰는 게 지방자치단체장들이다.

이렇게 감세로 돈 없고 힘없는 어린이와 청소년,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예산은 줄어드는데 선심성 예산이나 선거용 예산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 '2010년 예산참여 풀뿌리 행동'이 확인한 2010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실태다. 납세자인 시민들을 대표해서 이러한 자치단체장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원들도 자기 동네 예산에만 관심이 가 있다. 지난 4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한 일을 잘 기억했다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심판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우리 지역의 단체장과 의원들이 지난 4년간 한 일을 알아보자. 지방자치단체와 의회의 홈페이지에 대부분 나와 있다. 납세자들이 "나는 네가 지난 4년 동안 한일을 알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이런 나쁜 예산 편성을 막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오관영은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입니다.



태그:#지방자치단체 예산, #선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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