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사한 수령 800여년 된 소나무가 전시되어 있다.(왼쪽 앞)
▲ 산림박물관 고사한 수령 800여년 된 소나무가 전시되어 있다.(왼쪽 앞)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오늘같이 추운 날은 동장군이 얄밉기만 하다. 봄은 아직 멀었는가. 느낌마저 없다. 지난 주말 봄기운인 듯 잠시 착각에 빠지기는 했으나 겨울은 아직도 요원한가 보다. 봄기운이 겨울 담장을 넘으려다 주춤하던 날에 수목원을 찾았다.

각종 동, 식물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 산림박물관 각종 동, 식물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경남수목원은 진주시 반성면에 있다. 예전에는 지명을 따 도립반성수목원으로 지칭하다 2000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전체 면적이 56㏊이고 총 1500여 종에 10만여 본의 식물이 식재되어 있어 명실공히 경남을 대표하는 수목원이다.

주차장에서 내려 표를 끊고 나면 제일 먼저 만나는 공간이 산림박물관이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여행자도 박물관 깊숙이 들어서자 이내 감탄으로 바뀌었다. 1층 로비에는 거대한 나무가 전시되어 있다. 수령이 무려 800여년이나 된 소나무이다.

각종 동, 식물 표본 전시와 자연 체험실이 있어 아이들에게 유용한 체험공간이 된다.
▲ 산림박물관 각종 동, 식물 표본 전시와 자연 체험실이 있어 아이들에게 유용한 체험공간이 된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아쉽게도 이 소나무는 태풍으로 고사하여 인공으로 칠을 하여 윤기가 나지만 죽은 채로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함양군 안의면 박동마을에 있었던 당산목으로 태풍으로 고사하자 마을 주민들이 계속 보존하고자 산림박물관에 기증하였다. 마을  동구에 당당히 서 있던 소나무의 옛 사진을 보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온실 속에 갖은 열대식물이 숲을 이루고 있어 잠시나마 겨울임을 잊게 된다.
▲ 열대식물원 온실 속에 갖은 열대식물이 숲을 이루고 있어 잠시나마 겨울임을 잊게 된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산림박물관은 각종 동식물의 표본과 체험실이 있어 아이들에게도 유용한 학습공간이 된다. 식물 표본, 야생화 표본, 동물 표본, 나무 표본, 곤충 표본, 화석 표본 등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볼거리가 가득하였다. 사실 예전에도 이곳을 왔었는데도 그때는 면밀히 살피지를 못했었다. 여유는 또 다른 안목을 주는 법인가.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 호랑가시나무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산림박물관을 나오면 수목원 곳곳으로 이어지는 갈래길이 나온다. 복잡하게 얽히지는 않아 두어 가지 판단만으로도 충분히 수목원을 거닐 수가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마음의 여유만 찾는다면 말이다.

열대식물원, 무궁화홍보관, 난대식물원, 침엽수원, 산정연못, 대나무숲, 폭포, 전망대, 선인장원, 화목원, 활엽수원, 약용식물원, 야생동물원, 수생식물원, 장미․철쭉원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장미과로 주로 관상용이나 정원수로 쓰인다.
▲ 피라칸사 장미과로 주로 관상용이나 정원수로 쓰인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여행자는 열대식물원을 거쳐 선인장원을 향했다.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나무들로 가득한 이곳은 언뜻 보면 화려한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듯하였다. 겨울이지만 이곳은 화사하다. 남천, 덜꿩나무, 호랑가사나무, 피라칸사 등이 눈을 호사스럽게 만든다.

수목원의 중심길로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 메타세콰이어길 수목원의 중심길로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수목원의 중심은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이 길은 굳이 담양의 그 길이 아니더라도 겨울 낭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동물원은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간혹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있어 아이들의 눈망울에는 아쉬움도 더러 보이지만 그들의 동물 사랑은 한결같다.

수북이 쌓이 낙엽 저편으로 관람객이 유모차를 밀며 가고 있다.
▲ 경남수목원 수북이 쌓이 낙엽 저편으로 관람객이 유모차를 밀며 가고 있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작은 개천을 지나면 한적한 오솔길이 나온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언덕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우거진 짙은 상록수림은 겨울임을 잠시 잊게 한다. 봄이면 철쭉이 연못을 꽃피우는 정자에 서서 마지막 여유를 느껴본다. 한 무리의 거위가 무엇에 놀랐는지 소리를 질러댄다. 놀란 아이는 엄마 품을 파고들고 겨울도 저만치 멀어간다.

연못가에 난데없이 거위 무리가 나타나 괴성을 지르며 울었다.
▲ 거위 연못가에 난데없이 거위 무리가 나타나 괴성을 지르며 울었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 
숨 쉬고 뜻도 있고 정도 있지요
만지고 쓸어주면 춤을 추지만
때리고 꺾으면 눈물 흘리죠


꽃피고 잎 퍼져 향기 풍기고
가지줄기 뻗어서 그늘 지으면
온갖 새 모여들어 노래 부르고
사람들도 찾아와 쉬며 놀지요


찬서리 눈보라 휘몰아 쳐도
무서운 고난을 모두 이기고
나이테 두르며 크고 자라나
집집이 기둥들보 되어주지요


나무는 사람마음 알아주는데
사람은 나무마음 왜 몰라주오
나무와 사람들 서로 도우면
금수강산 좋은 나라 빛날 것이요


- 노산 이은상의 <나무의 마음>

수목원의 끝에 있는 연못은 마지막 다리쉼을 하는 곳이다.
▲ 연못 수목원의 끝에 있는 연못은 마지막 다리쉼을 하는 곳이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경남수목원의 관람 시간은 3~10월에는 9시부터 18시, 11~2월에는 9시부터 17시까지이다. 산림박물관은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추석에 휴관한다.


태그:#수목원, #경남수목원, #산림박물관, #호랑가시나무, #메타세콰이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