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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산행에 나서다
▲ 난생 처음 야간 산행에 나서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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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지난 주말 장산을 야간 산행하였다. 그동안 집안에 우환도 있었고, 세상을 뜬 분도 있어서 정신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근 한달 동안 산에 가지 못해 몸보다 마음이 힘든 상태였다. 그래서 날씨가 춥고 바람이 부는데도 야간 산행에 대비할 랜턴, 라디오, 따뜻한 물, 커피와 컵 라면, 소금 등 챙겨 오후 일곱시에 집을 나섰다.

장산의 산행로 입구 폭포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장산 자락에 자리한 아파트 대단지의 불빛과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 불빛들이 정상을 향할수록 서서히 아름다운 불빛으로 돋아나기 시작했다.

내려다 본 부산 시내 야경
▲ 장산에서 내려다 본 부산 시내 야경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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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 부산 야경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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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보다 검은 어둠 속에 명멸하는 부산 시내 야경은 정말 감탄스러웠다.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휘청 뒤로 넘어질 듯하면서 카메라로 잡은 야경의 불빛은 꼭 바람에 흔들리는 불빛 같았다. 난생 처음 하는 야간 산행. 남자지만 약간은 불안함도 있었다. 그러나 정말 장산에서 내려다 보는 부산 야경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야경
▲ 부산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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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 걸려 있는
탑 위에
파랗게 물든 밤이 내려 앉는다.

이 청신한 밤을
아무 회화도 말고 새워보자

이 고요한 밤을 아무 생각도 말고 새워보자

담수어처럼 바람이 헤엄쳐 가는
탑 위에
파아란 의상의 밤이 내려 앉는다
- <춘야단장> 중, 장수철

야경
▲ 부산 야경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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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에 "산은 마음의 고요와 고상함이요, 큰 산은 높은 덕이 솟은 것 같다"는 구절이 있듯이, 어둠 속에 묻힌 장산은 정말 신의 품 속처럼 신비로웠다. 랜턴을 비추면서 정산까지 올라가는 동안 따라오는 부산 시내 불빛은 정말 하늘의 별빛보다 아름다웠다.

야경
▲ 부산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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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낮에 와서 장산에서 내려다보는 부산 시내 풍경과 밤에 내려다 보는 부산 시내 풍경은 여자의 맨얼굴과 여자의 화장한 얼굴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혼자만의 야간 산행은 솔직히 해보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산은 깊은 산은 아니지만, 혹시 멧돼지 같은 짐승을 만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랜턴 불빛에 놀라서 달아나는 다람쥐, 청설모 소리에 깜짝 깜짝 놀라면서 올라가는 야간 산행. 오래된 군 시절의 기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야경
▲ 부산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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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밤이여, 별들은 그대 머리 위에서
경건히 방랑하는데
여기 낮의 요동하던 행실은
꿈을 꾸려 잔잔히 가라 앉네
- <아름다운 밤>, K. 부세'

야경
▲ 부산 야경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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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 야간 산행은 혼자가 아닌 산벗 일행들과 꼭 한번 와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혼자만의 산행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고즈넉해서 좋았다. 산길은 부산 시내 불빛의 휘황찬란함 때문에 산행로는 랜턴이 아니라도 그닥 어둡지 않았다. 낮에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나홀로 야간 산행은 나름대로 내게 뿌듯한 보람을 안겨주었다. 부산은 정말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을 재삼 확인한 셈이다.

야경
▲ 부산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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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의 멋
▲ 야간 산행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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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야간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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