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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남북관계전문 월간지 <민족21>의 정창현 편집주간(국민대 겸임교수)은 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번에 어떤 식으로든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의사를 표명할 것이며, 설령 구체적 합의가 나오지 않더라도 북미대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 편집주간의 이 같은 예상은 "북한이 2010년에 관련국들 사이의 다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 및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북한을 자주 오가는 중국학자들과 해외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핵폐기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으며, 북핵폐기에 대응하는 미국의 구체적인 조치와 관련해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중간다리로 북미정상회담을 하고, 이것이 어려울 경우 남·북·미·중 4자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한다는 구상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왜 하필 그 시점이 내년일까. 그는 "북한은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고 했는데, 결국 2012년의 경제재건을 위한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년이 그에 대한 확고한 대외기반을 만드는 시기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은 미국과 협상시한을 내년 상반기로 상정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그때까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한 전망이 서지 않으면 내년 하반기에는 추가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으로 다시 긴장 고조에 나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으로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한 전망이 서야 그 기조 아래 경제 재건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가 시한'이라는 판단에는 '핵 없는 세계'를 내세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NPT(핵확산금지조약) 회의가 내년 5월에 열린다는 점도 포함된다.

 

"북, 내년 5월 이내에 핵폐기에 대한 분명한 선언 가능"

 

그는 이를 근거로 "내년 5월 이내에 북한이 핵폐기에 대해 분명한 선언을 하고, 한·미·일이 한반도 평화체제 보장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는 예상도 내놨다.

 

정 편집주간은 "북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때 확실한 포괄적 패키지를 갖고 빨리 협상을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놓고 "전망이 어둡다"고 말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다음은 정 편집주간과 나눈 일문일답.

 

-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은 애초 10월 중순 경으로 예상됐었다. 그에 비하면 꽤 늦어진 것인데.

"우선 북한 내부 요인이 있다. 북한은 5월에 2차 핵실험을 한 이후 7월부터는 대화국면으로 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그 결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한 것이다. 당시 북한에서는 '150일 전투'가 진행 중이었고, 또 중국과 협의과정이 중요했기 때문에 10월에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할 때까지 북중관계 개선에 주력했고, 원 총리의 방북이 기준점이 돼서 북중관계 현안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이 핵에 대해 비확산, 비증산만 하면 비핵화는 장기적 과제로 돌리고 단기적으로는 북핵을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그리고 유엔 제재와는 별개로 북한에 대한 원조를 하겠다는 것이다. 압록강 대교 건설, 나진-훈춘 간 도로 건설이 이를 보여준다. 다른 경협사업들도 속도를 낼 것이다. 결국 중국의 당 대외연락부와 외교부 간의 논쟁이 대외연락부의 '정경분리' 입장으로 정리된 것이다. 중국은 자신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 미국이 진전된 안을 갖고 오지 않으면 중국이 더 할 일이 없다는 것으로 정리됐고 이는 북한에도 통보됐다."

 

- 미국과 한국 요인도 있을 텐데.

"7월에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포괄적 패키지를 꺼냈는데, 이에 대한 한국, 미국, 일본의 협의에 시간이 걸렸고, 여기서 이명박 대통령이 돌출적으로 그랜드바겐을 꺼내면서 또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한·미·일 간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약속과 비핵화의 진정성에 대한 확인,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만으로 제재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 입장이 정리됐다. 이에 대해 리근 북한 외무성 국장이 10월 말에 미국에 와서 답을 준 것이고, 미국이 이에 확신을 갖고 보즈워스 대표를 북한에 파견하게 된 것이다. 한국 정부에서는 북미대화에 대한 속도조절론이 대세였다. 그랜드바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제재국면을 유지할수록 유리한 국면에서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 미국은 보즈워스 대표 방북의 성격을 '협상'이 아닌 '접촉'으로 한정시키고 있는데.

"협상이냐, 접촉이냐 하는 규정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일단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후 첫 공식 북미대화가 시작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북미는 그동안 뉴욕채널을 통해 꾸준히 접촉했고, 미국 민간대표단의 방북과 리근 국장의 방미를 통해 서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번 대화를 통해 북미 간에 얼마나 신뢰를 확보하느냐는 점이다."

 

"북한이 '구체적이고 복잡한 제안' 했다... '평화협정' 제안 추정"

 

- 이번 보즈워스 대표 방북에서 '평화협정' 문제의 의제화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북한은 2010년에 관련국들 사이의 다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 및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을 자주 오가는 중국학자들과 해외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보즈워스 대표를 초청한 이후 내부논의를 통해 핵폐기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으며, 북핵폐기에 대응하는 미국의 구체적인 조치와 관련해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중간다리로 북미정상회담을 하고, 이것이 어려울 경우 남·북·미·중 4자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한다는 구상을 정리했다.

 

9월에 미국에서 북한이 '구체적이고 복잡한 제안'을 했다는 말이 나왔다.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는데, 6자회담 복귀와 북핵폐기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이를 위한 미국과 협상시한을 내년 상반기로 상정하고 있다. 북한은 그때까지 보즈워스 대표를 매개로 하든지 아니면 더 고위급 회담으로 하든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할 수 있는 조건, 미국의 요구와 수용범위 등에 대한 전망이 나오지 않으면 내년 하반기에는 추가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에 나설 수도 있다.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 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이 한·미·일에 가능한 유연한 대응을 하되 그렇지 않으면 다시 강경기조로 간다는 것이고, 미국에 이에 대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미국과 대화시점의 시한이 왜 내년 상반기까지인가.

"북한은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고 했는데, 결국 2012년의 경제재건을 위한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년이 그에 대한 확고한 대외기반을 만드는 시기라고 보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북미관계, 남북관계, 6자회담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북미관계가 풀려야 해외투자 유치가 가능하다.

 

내년 5월에는 NPT 평가회의가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때까지 핵폐기와 평화체제 보장에 대한 논의의 가닥을 잡아야 하는 시점이다. 물론 그때까지 가시적인 것이 나오면 한두 달 더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

 

-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고위인사들은 보즈워스 대표 방북에 대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라는 시그널이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망이 어둡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기본 흐름 자체가, 북한은 핵폐기에 대해 진정성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에 북미대화를 늦추는 게 좋다는 속도조절론이다. 지금도 그 연장에 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북미대화에서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6자회담 복귀 의사를 표명할 것이고, 설령 구체적 합의가 나오지 않더라도 북미대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충분한 대화->80% 의견 일치->한·미·일 협의->후속회담 순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의 이런 입장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이 결정됐다고 본다.

 

만약 미국이 이번에 평화협정 체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북한은 핵폐기 의사를 더욱 분명한 형태로 표시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하순 방북한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일행에게 미국이 항구적인 평화 조약 체결을 확약하면 핵폐기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해외에 있는 신뢰할만한 복수의 대북소식통도 '북한은 지난 9월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 10월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했을 때 핵문제의 근원으로부터 쌍무(양자) 및 다무(다자)대화를 통해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것보다 더 분명한 형태로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불가역적인 북핵폐기 의사를 공식 표명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시점만 남겨 두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이 '조선(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조선반도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변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 단계 더 나가 북핵폐기를 좀 더 분명하게 선언할 준비는 이미 끝낸 상태로 판단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북한 입장에서 별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북한은 내년 상반기까지를 대외 관계개선을 통해 2012년 경제재건의 확실한 비전을 만들기 위한 시기라고 본다. 북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때 확실한 포괄적 패키지를 갖고 빨리 협상을 해내야 한다."

 

"내년 5월 안에 북 핵폐기 선언-한·미·일 평화체제 보장 논의할 수 있다"

 

- 정 편집주간이 생각하는 보즈워스 대표 방북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핵폐기 의지를 확인하고, 북한은 6자회담과 별도로 한반도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는 대화창구를 마련할 경우 성공적인 대화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대화에서는 이 같은 상호 입장을 확인하고 관련국과 협의를 거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구체적인 합의는 후속회담을 통해 이뤄질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시사할 것이기 때문에 대화가 결렬되지 않을 것이며, 협상모멘텀은 유지될 것이다."

 

- 앞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북핵문제 해결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NPT 평가회의가 예정돼 있는) 내년 5월 이내에 북한이 핵폐기에 대해 분명한 선언을 하고, 한·미·일이 한반도 평화체제 보장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느냐가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다.

 

북한이 핵폐기에 대한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는 시점은 클린턴 장관이 방북할 때일 수도 있고, 종전선언이 가시화되면서 미국이 분명한 선언을 하라고 요구할 때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북한의 핵폐기는 불가역적(irreversible)으로 비교적 단기에 이룰 수 있지만 체제보장과 경제적 지원은 시간을 두고 이뤄질 수밖에 없고 언제든지 가역적(reversible)이 될 수 있다는 비대칭성이 최대 장애물이다. 북한은 2000년대에 들어와 북미합의, 6자회담 합의가 한국, 일본,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라 뒤집히거나 재검토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한·미·일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핵시설 철거,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 비핵화 검증 등 3개 분야를 수년에 걸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한·미·일에서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합의사항이 유지될 수 있다는 신뢰를 북한 측에 어떻게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9월 이후에 한국, 미국, 일본은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의 의미, 불능화의 의미 그리고 수조내 플루토늄 반출 등등의 요구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이번에 보즈워스 대표가 북한에 제시하지는 않겠지만, 6자회담이 열리면 한·미·일 공동안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고 북한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단계론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 불가역적인 북핵폐기와 불가역적인 북미관계정상화 프로세스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이행되고 보장된다면 6자회담은 순항할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북미관계 정상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한·미·일이 목표로 하는 것처럼 수년 내에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 화폐개혁으로 혼란 없을 것"

 

- 북한 화폐개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의 화폐개혁은 2002년 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조치(7.1조치)가 시행될 때부터 예상되어 왔다. 2004년에도 화폐개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북미·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으면서 미뤄졌다. 또 7.1조치 때도 쌀 가격을 기준으로 전반적인 가격과 임금을 결정했는데, 그동안 국제 쌀가격은 2배 이상, 북한 내부 시장 쌀값은 20배가량 올랐기 때문에 가격 조정 필요성이 있었다.

 

이번 북한의 화폐개혁에 대해 남쪽에서는 대체적으로 계획경제 회귀를 위한 중간층과 '기업가층'에 대한 공격, 화폐개혁에도 불구하고 식량 등 물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플레를 잡기 어렵다, 상하층 모두 불만인 상황에서 사회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뒤에서부터 살펴보면, 7.1조치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사무원(고정월급자) 그리고 출퇴근하는 노동자, 농민들에게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월급수준은 유지하고 물가는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체제안정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품공급 부족에 대해서는 국영상점망을 통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주관적 판단'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보기에는 불가능할 것 같지만, 북측당국은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에 이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북중경협에 대한 기대와 내년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대규모 식량지원을 예상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잘 안 된다 할지라도 150일, 100일 전투를 하면서 얻은 성과를 기초로 일정 기간은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계획경제 회귀라는 부분을 보면, 북한은 자본주의적 개혁에 대한 의사는 없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시장을 축소했고, 장사하는 사람들을 50대 이상으로 제한했다. 혼란이 예상된다고 하지만, 지금 실제로 평양 가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듣기로도 그렇다."


태그:#보즈워스, #정창현, #북미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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