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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함안보)·22공구(달성보) 기공식이 '낙동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이란 이름으로 지난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 하리 달성보 공사 현장에서 열렸다.
 4대강 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함안보)·22공구(달성보) 기공식이 '낙동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이란 이름으로 지난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 하리 달성보 공사 현장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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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 국책연구기관이 굴삭기 등록대수를 축소·조작해 특정 대기업에 '4대강 사업특수'를 안겨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마이뉴스>의 취재결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조용주)은 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굴삭기 등록대수가 2만 8000여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51대가 감소했다는 내용의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이렇게 굴삭기 등록대수를 축소한 것은 현재의 공급과잉 상태를 은폐해 일부 생산업체들에게 특혜를 주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는 굴삭기·불도저·덤프트럭·준설선 등 다양한 건설기계장비가 동원된다. 특히 건설기계장비의 주력인 굴삭기는 하천준설작업을 위한 필수장비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31일 현재 굴삭기 등록대수는 11만 3247대다. 또 관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굴삭기 등록대수는 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6만 1745대가 늘었고, 3만 3550대가 줄었다. 

전혀 다른 굴삭기 등록대수... 2만 8195대↑ vs 51대↓

그런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연구용역에서는 이러한 정부 통계자료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연구용역은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1년 3개월간 진행됐다.

한국기술연구원은 '굴삭기 등록실태(서울·경기지역)에 대한 조사연구'라는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굴삭기 등록대수가 51대 감소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수출·수입통관대수), 국토해양부(매년도 등록대수) 자료를 인용, 계산하여 추정한 결과,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등록대수는 6만 2561대이고, 등록대수 감소대수는 6만 2612(중고 수출대수)대로, 이를 계산하면 동 기간에서 국내 굴삭기 증감대수는 감소 51대다."

지난 10년간 6만 2561대의 굴삭기가 등록했지만, 중고 수출 등으로 인해 6만 2612대가 감소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51대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2007년 현재 굴삭기 등록대수는 7만 6914대라는 것. 서울경기지역 조사를 갖고 전국 굴삭기 등록대수를 추정한 것이다.

하지만 관세청 자료를 근거로 굴삭기 등록대수의 증감을 산출한 결과, 지난 10년간 6만 1745대가 늘어났고, 3만 3550대가 줄었다. 증감을 반영했을 때 2만 8195대가 늘어나 최종 굴삭기 등록대수는 10만 5160대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관세청의 굴삭기 등록대수에 3만 946대라는 큰 오차(28.69%)가 생긴 셈이다.

국토해양부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국토해양부의 '건설기술연구원 연구 결과 검토' 자료에서도 "지난 10년간 (증감을 반영해) 증가한 대수는 2만 8165대"라고 밝히고 있다. 

더 나아가 국토해양부는 "중고차 수출이 포함된 관세청의 무역통계 대수를 임의로 가공했고, 중고수출대수를 확대해 폐차 등 말소된 대수가 없는 것으로 가공했다"고 지적했다.

수급조절위가 굴삭기를 '수급조절 품목'으로 지정하지 못한 이유

그렇다면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왜 통계자료를 축소한 것일까? 실마리는 이곳에 연구용역을 준 곳이 건설장비 제조사 단체인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라는 데 있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는 지난 1994년 9월 '한국건설기계공업협회'라는 명칭으로 출범했다. 대우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에서 회장단을 구성해오고 있다. 현재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최순철 대표가 회장을, 현대중공업의 민계식 부회장과 최길선 사장이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의 핵심 임원사인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굴삭기 특수'를 가져다줄 대형사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10만대가 넘는 굴삭기 등록대수 상태를 '공급과잉'으로 판단해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4대강 장비수급 검토'라는 보고서를 보면, 2008년 굴삭기 가동율은 55.0%에 그쳤다. 즉 굴삭기 100대 중 45대는 놀고 있다는 얘기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추진됐을 때 예상 가동율도 66.4%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굴삭기를 '수급조절 품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다. 공급과잉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굴삭기의 신규등록을 제한하려고 한 것. 지난해 12월 국토해양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작성한 '건설기계 수급계획 수립 연구'라는 보고서가 나왔고, 지난 6월에는 굴삭기를 수급조절 품목으로 지정하기 위해 수급조절위원회를 열렸다.

하지만 수급조절위원회는 덤프트럭과 콘크리트믹서트럭을 수급조절품목에 넣었지만 굴삭기의 경우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여기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급조절위원회는 "통계문제를 정리한 뒤 한달 안에 회의를 다시 열겠다"고 결정했지만 다섯 달이 지난 지금까지 수급조절위원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의 한 관계자는 "굴삭기가 수급조절 품목에 포함되면 신규 굴삭기를 사더라도 등록을 할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굴삭기를 생산하는 대기업은 굴삭기를 팔아먹을 수 없기 때문에 '4대강 특수'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기계 제조업체와 부품업체는 지난 7월 반대집회를 열고 "굴삭기의 수급조절 품목 지정은 4대강 살리기 등 내수시장 부양정책에 반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성순 의원 "대기업과 정부, 국책기관이 유착된 초법적 행위"

'국책연구기관의 굴삭기 등록대수 조작 의혹'을 추적해온 김성순 의원.
 '국책연구기관의 굴삭기 등록대수 조작 의혹'을 추적해온 김성순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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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의 굴삭기 등록대수 조작 의혹'을 추적해온 김성순 의원(서울 송파병, 민주당)은 "국토해양부가 공급과잉상태의 굴삭기와 덤프트럭, 콘크리트믹서트럭, 콘크리트펌프 등 4개 종목을 수급조절 대상으로 지정해 향후 2년간 신규등록을 제한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굴삭기 등은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및 지식경제부측 위원의 강한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만일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가 4대강 사업 특수를 노려 정부의 굴삭기 수급조절 계획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여기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연구용역을 고의로 왜곡, 조작해 허위결과를 보고하고, 지식경제부가 연구용역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협회와 동일한 주장을 했다면 이는 대기업과 정부, 국책기관이 유착된 초법적인 부당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국토해양부에서 건설기술연구원과 통계청의 자료를 비교하는 검증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이 다 된 현재까지도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국토해양부가 정치권과 재계의 눈치를 보며 위원회 개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감사원이 나서 진상을 규명하고 위법사실이 발견되면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며 "특히 특정단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대기업은 사회적, 도적적 책임을 절감하고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굴삭기 특수 보장해주기 위해 4대강 사업 준설량이 2.6배 늘렸다?

특히 애초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된 준설량이 2.2억㎥에서 5.7억㎥으로 대폭(약 2.6배) 늘어난 것도 대기업들의 '굴삭기 특수'를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준설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5조 1864억원에 이른다.

김성순 의원도 "4대강 사업의 최대 수혜자가 준설에 필요한 건설기계를 공급하는 업체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4대강 사업의 목적은 수질개선, 물확보, 홍수예방이 아니라 건설기계산업 육성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4대강 사업을 수주한 건설업체들이 영세한 소형 건설기계사업자에게까지 고루 돌아가지 않고 대형 건설기계 보유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고, 신규 대형건설기계를 추가로 도입할 경우 4대강 사업 이후 건설기계 공급과잉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언급한 국회 국토해양위 관계자는 "굴삭기 등 건설기계의 가동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준설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실체는 건설업, 조경업과 함께 '건설장비사업'의 육성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4대강 살리기 사업, #굴삭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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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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