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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흥에선 막바지 유자 수확이 한창이다. 유자수확은 12월 초순까지 이뤄진다.
 요즘 고흥에선 막바지 유자 수확이 한창이다. 유자수확은 12월 초순까지 이뤄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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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1월의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있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한 군데라도 더 가보고 싶은 요즘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끈따끈한 것이 그리운 게 인지상정. 우리가 마시는 차도 따뜻한 걸 즐겨 찾게 된다. 겨울이 되면 유자차가 인기. 그윽한 향이 일품이다. 이 유자가 지천인 전라남도 고흥으로 가본다.

고흥과 유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고흥유자'도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고흥은 전국 최대의 유자 재배지. 재배면적이 432㏊나 된다. 재배농가는 1800여 가구에 생산량은 6800톤. 전국 생산량의 30% 가량을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맑고 깨끗한 최적의 자연환경에서 자란 고흥유자는 향기가 좋고 색깔과 맛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고흥이 이렇게 유자 주산지가 된 것은 기후조건과 관련이 있다. 고온 다습한 기후와 해풍의 영향이 그만큼 크다. 유자는 또 영하 9도 아래로 내려가면 얼거나 상하게 된다. 하여 고흥을 비롯 완도, 진도, 보성 그리고 남해, 하동 등 남해안을 중심으로 엘로우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샛노란 유자가 대풍이다. 수확하는 손길도 분주하다.
 샛노란 유자가 대풍이다. 수확하는 손길도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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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유자는 선별을 거쳐 생과와 가공용으로 판매된다.
 수확한 유자는 선별을 거쳐 생과와 가공용으로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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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유자가 들어온 건 문성왕 2년, 신라 장보고가 중국 당나라에서 가져와 널리 퍼졌다고 전해진다. 고흥의 유자농사는 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자나무 한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해서 유자나무를 '대학나무'라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유자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남해안 일대에 유자밭이 빠르게 늘었고 값도 덩달아 폭락했다.

애물단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최근엔 농업인들이 유자나무 사이사이에 석류나무를 심고 있다. 이처럼 석류에는 농업인들의 아픔이 배어있다. 하지만 이즈음 노란 유자와 붉은 석류가 어우러져 주렁주렁 걸린 풍경은 고흥여행의 운치를 더해 준다.

고흥유자는 풍양면을 중심으로 고흥읍, 두원면에서 집중 재배되고 있다. 지금이 유자 수확기다. 그것도 끝물이다. 수확은 12월 초순이면 사실상 끝난다. 그래서 유자여행은 지금이 올해 마지막 기회라고 봐야 된다.

유자밭은 고흥 어디를 가도 지천이지만 관광객들이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은 풍양면에 있는 유자공원이다. 고흥에서 녹동항으로 가는 27번 국도변에 자리하고 있는데, 도로변에 유자공원 팻말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공원 팻말을 따라 유자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면 유자밭이 지천으로 펼쳐진다. 금세 새콤한 유자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유자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유자나무 사이를 따라 걸으며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특산물전시장에서 유자청, 유자엑기스, 유자과자 등 유자로 만든 가공식품도 살 수 있다. 갓 딴 유자를 직접 골라 살 수도 있다.

유자가 샛노란 색으로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유자가 샛노란 색으로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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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농원은 연인들끼리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산책하기에 좋다.
 유자농원은 연인들끼리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산책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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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정말 못생겼다는 것. 그러나 영양이나 효능을 따졌을 때 유자 만한 것도 없다. 향이 독특한 유자는 향료로 인기다. 영양학 측면에서도 탁월하다. 사과, 배, 바나나보다 칼슘이 10배나 많이 들어있다. 레몬이나 오렌지보다 비타민이 3배 이상 많은 건강식품이다. 항암성분이 함유돼 있어 노화 억제 등 성인병 예방효과도 있다. 항알레르기, 항염증 등 항균작용을 해 체질개선에 좋고 병에 대한 저항력도 뛰어나다. 한 마디로 건강식품이다.

유자는 올해 대풍이다. "20년 넘게 유자농사를 지었지만 이렇게 많이 열린 건 처음"이라는 농민도 있다. 착과가 잘 된데다 기후가 좋았고 큰 바람도 없어 떨어진 것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평균 40∼50% 이상 더 열렸다는 게 재배농민과 농협 관계자들의 얘기다.

대풍이 들면 가격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 그러나 생각보다는 덜 떨어졌다. 지난해보다 평균 10% 정도 떨어졌다. 수매가 역시 농협과 민간업체의 차이가 조금은 있으나 상품이 ㎏당 1500∼1600원, 중품이 1000원 안팎이다.

유자는 생과로 소비되는 것보다 가공을 더 많이 한다. 주로 가공회사에서 수매해 가공한다. 두원농협을 비롯 민간회사에서 수매를 해 유자차와 엑기스 등으로 가공하고 있다.

유자 수매를 기다리고 있는 농민들. 두원농협 유자가공공장 앞 풍경이다.
 유자 수매를 기다리고 있는 농민들. 두원농협 유자가공공장 앞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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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원농협 유자가공공장의 유자 수매현장. 여기서 사들인 유자는 유자청과 엑기스 등으로 가공된다.
 두원농협 유자가공공장의 유자 수매현장. 여기서 사들인 유자는 유자청과 엑기스 등으로 가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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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에서 고흥읍 가는 국도변에 있는 두원농협 가공공장에서도 요즘 유자수매가 한창이다. 이 앞에 가면 유자수매를 위해 새벽부터 줄지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용달차와 경운기 행렬을 볼 수 있다. 농민들의 입장에선 판매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나그네의 시선으로 보면 그것도 진풍경이다.

여기서 가공된 유자제품은 전국의 유통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팔린다. 그러나 국내 소비는 생산량의 20∼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수출된다.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동남아와 미국, 프랑스에까지도 수출하고 있다.

고흥으로 간 '유자여행'에 유자만 있는 건 아니다. 이즈음 고흥엔 유자밭 외에도 가볼만한 곳이 많다. 두원농협 유자 가공공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운람산으로 가면 수도암이 있다. 옛날 고향집 같은 느낌을 주는 소박한 암자다. 평소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 젖어볼 수 있다. 암자로 가는 숲길도 정말 운치 있다.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뉘엿뉘엿 걷기에 좋다. 발 아래로 바스락거리는 낙엽까지도 기분 좋게 하는 길이다.

운람산이 품고 있는 암자 수도암. 고향집처럼 정겹다.
 운람산이 품고 있는 암자 수도암. 고향집처럼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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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호와 고흥만방조제도 들러볼만 하다. 고흥지구 간척공사로 생겨난 거대한 인공호수인데, 갈대와 바람, 철새 등을 만날 수 있다. 바닷바람과 호수바람을 가르며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도로를 달리는 묘미도 짜릿하다.

아직 오지로 남아있는 영남면 용암마을에서 남열리로 이어지는 해안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이 길에서 만나는 바닷가 풍경도 환상적이다. 여덟 개의 봉우리가 일직선으로 솟아있는 팔영산도 있다. 높이가 608.6m로 그리 높지 않으나 산세가 험하고 변화무쌍해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정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다도해 절경도 감탄사를 토해낸다. 산이 품은 능가사와 자연휴양림도 호젓하다.

소록도와 나로우주센터도 괜찮다. 소록도는 연륙교가 놓여 있어서 예전과 달리 자동차를 타고 바로 들어갈 수 있다. 과거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섬이다. 지금은 600여명 환자들이 애환을 딛고 사랑과 희망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섬 안에 생활자료관, 검시실, 감금실 등이 보존돼 있다.

지난 8월 나로호를 쏘아 올렸던 나로우주센터는 우주의 기본원리와 로켓, 인공위성, 우주공간 등에 대해 알아보며 우주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고흥과 소록도를 연결해주는 소록대교. 이 다리의 개통으로 소록도 여행이 편리해졌다.
 고흥과 소록도를 연결해주는 소록대교. 이 다리의 개통으로 소록도 여행이 편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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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우주센터에선 신비의 공간인 우주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다.
 나로우주센터에선 신비의 공간인 우주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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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자, #유자농원, #수도암, #고흥, #유자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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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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