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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 요즘 젊은이들은 분명한 사회의식도 없고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들이 많아."

장년층 사람들의 어제 오늘 푸념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을 만나면 과연 이런 말이 통할까. 아니 그들의 스토리를 듣고 나면 가슴이 뿌듯해질 게 분명하다.

안성 지역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으로 깃발을 올린지가 13년(97년 발족). 경제 능력이 취약한 청년들의 손으로 뜻있는 한 단체를 13년 동안 이어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은가. 현재 홈페이지 회원은 260명. 실제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인구는 40~50명. 하지만 이러한 역사보다 실제 활동 내용에 놀라도록 마음을 아껴두자.

안성사랑청년회의 야심작 '몰래 산타'의 한 장면이다. 여기에선 때론 젊은이들이 산타이고, 어르신이 '산타를 기다리는 아동'이 되기도 한다.
▲ 몰래산타 안성사랑청년회의 야심작 '몰래 산타'의 한 장면이다. 여기에선 때론 젊은이들이 산타이고, 어르신이 '산타를 기다리는 아동'이 되기도 한다.
ⓒ 안성사랑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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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념논쟁보다 실천을 택했다

대학생, 회사원, 공장근로자, 도서관 사서, 복지센터 종사자 등의 직업 종사자. 20~30대 청년으로 이루어진 안성 청년회(http://club.cyworld.com/aspower). 그들은 21세기 현대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공통의 고민을 안고 모였다. 자본만능, 생존경쟁, 약육강식 등의 사회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들은 이러한 고민을 혼자 하지 않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서로 나누었다. 또한 그들은 고민만 하지 않았다. 행동했다. 지역에 소외된 이웃들을 구체적으로 섬겨왔다. 이론과 이념논쟁의 시대가 지나가고 해당지역에서의 구체적인 실천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진즉부터 그들은 감지했다.

매주 청년회 사무실에 모여 반찬을 만들었다. 정성껏 만든 반찬을 독거 어르신 다섯 가정에 배달했다. 행사가 있어 한 주를 거르는 날이면, 빈 반찬통을 깨끗이 닦아 놓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받은 감동이 그들에게 있다. 한 번은 반찬을 배달하러 갔더니 독거 할머니가 손자뻘 같은 자신들을 보자마자 펑펑 우셨단다. 서러웠던 일이 손자 같은 청년들을 보니 생각이 나서 쏟아놓으셨고, 그 모습을 보며 자신들도 눈물짓기도 했다. 단순한 반찬 배달이 아니라 사랑과 대화 배달이었다. 어르신들이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봄과 가을로 이루어지는 연 2회의 농활. 사진은 봄 농활을 마치고 회원들이 찍었다.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애환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 봄 농활 봄과 가을로 이루어지는 연 2회의 농활. 사진은 봄 농활을 마치고 회원들이 찍었다.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애환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 안성사랑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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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2회 실시하는 농활도 이 청년회의 백미 중 하나다. 봄과 가을에 농가를 지정하여 청년회원들이 농사일을 돕는다. 몸으로 농가를 도우며,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애환을 피부로 느끼는 좋은 기회다. 선정부터 실행하는 것 모두가 청년회원들의 자발적인 활동이다.

무엇보다 '몰래 산타'는 여기의 걸작이다. 올해로 5년째 이어오는 '몰래 산타'. 지역에 있는 청소년 그룹 홈, 독거노인 어르신, 다문화 가정, 지역아동 센터 아동 등을 미리 선정한다. 3팀 정도로 구성되어 모두 20여 가정을 방문한다. 올해는 12월 20일에 예정되어 있다. 해당 집에 몇 명의 청년들이 방문하여 노래와 덕담, 그리고 선물을 증정하는 '산타놀이'다. 당일 행사보다는 사전 준비가 만만찮다. 이를 테면 해당 가정 섭외, 선물 준비, 후원금 모금, 노래 연습, 조 편성과 역할 분담 등이다. 이 모든 준비과정을 통해 청년들 스스로 사회를 보는 눈과 동지애와 지역사랑이 싹터가고 있다.

소망의집에 대한 봉사를 마치고 회원들과 소망의집 식구들이 함께 찍었다. 그들에겐 이러한 일들이 일상처럼 되어 버렸다.
▲ 봉사 소망의집에 대한 봉사를 마치고 회원들과 소망의집 식구들이 함께 찍었다. 그들에겐 이러한 일들이 일상처럼 되어 버렸다.
ⓒ 안성사랑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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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개발, 즐거움, 사회적 행동',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그렇다고 지역봉사활동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론 경기도 23개 지역 청년회와 더불어 연합활동(체육대회와 각종연합활동)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자체 내의 MT와 매월 정모 땐 시원한 수다가 있다. '젊음, 인생, 사회' 등의 이야기를 안주삼아 가끔 벌어지는 비공식적 술자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가끔 떠나는 등산, 역사 기행과 사진 출사대회, 여행, 공연관람, 독서 토론, 인문학 강좌 등을 통한 친교와 배움의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현재 사회에서 벌어지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 현상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단체 행동도 필요에 의해 하기도 한다. 촛불시위도 그들의 한 테마였다. 그들의 주장이 옳든 그르든 자신의 이권과 밥벌이만을 생각하지 않고 대의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그들의 문화가 부러울 뿐이다. 분명한 사회의식을 가지고 남북통일 담론을 놓지 않는 그들의 열정이 고마울 뿐이다.

23개 경기도 지역 청년회와 이루어지는 연합 체육대회는 그들에게 친교의 즐거움을 안겨다 준다.
▲ 연합체육대회 23개 경기도 지역 청년회와 이루어지는 연합 체육대회는 그들에게 친교의 즐거움을 안겨다 준다.
ⓒ 안성사랑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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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로

간혹 다른 청년들이 "안성은 다른 도시보다 제반 시설과 문화가 낙후되어 있는 황무지 같은 곳"이라며 떠나가고 있을 때, 그들은 "그렇다면 우리는 환경을 탓하지 않고 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로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로 안성이라는 지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들 중엔 안성 토박이들도 있지만, 아닌 청년들도 꽤나 있다. 그들이 청년회를 졸업하고 나면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나 지역 활동의 주역으로 일하기도 한다는 사실은 아주 보람찬 열매다. 한마디로 지역 인재양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그만의 방식으로 그 시대를 사랑하는 젊은이였다면, 이들은 이들의 방식으로 이 시대와 지역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다. 그들은 거창하진 않지만 공동체성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안성을 야무지게 디자인해가고 있다. 그들의 지역사랑 스토리를 듣고 있으려니 절로 한 외침이 터져 나온다.

"브라보 유어 라이프"

안성에서 '똑순이'로 통하는 안성청년회 이효진 회장. 그녀는 안성 주은풍림아파트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다. 실제로 만나본 그녀는 똑똑함과 푸근함을 겸비한 성격 좋은 여 청년이었다.
▲ 이효진 회장 안성에서 '똑순이'로 통하는 안성청년회 이효진 회장. 그녀는 안성 주은풍림아파트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다. 실제로 만나본 그녀는 똑똑함과 푸근함을 겸비한 성격 좋은 여 청년이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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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5일 안성사랑청년회 이효진 회장과 더불어 그녀의 직장에서 이루어졌다. 안성사랑청년회는 안성청년들의 많은 참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태그:#안성사랑청년회, #안성청년회, #청년운동, #몰래 산타, #지역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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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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