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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조 이상의 조상들은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고, 산소에서 올리는 시향으로 조상을 기립니다.
 5대조 이상의 조상들은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고, 산소에서 올리는 시향으로 조상을 기립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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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만 있을 뿐 고향을 찾아가도  이미 사라진 것들이 참 많습니다. 초가지붕은 물론 울퉁불퉁하고 꼬불꼬불했던 돌담길 골목도 없어졌고, 싸리나무를 엮어 돌담에 덧대어 놓았던 삽짝도 보이지 않습니다.

해질 무렵이면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집집마다의 굴뚝도 보이지 않고, 동네어디선가 뛰어놀고 있을 아이들을 저녁 먹으라고 부르던 어머니들의 목소리도 사라진 것 중의 하나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사를 지내는 날이면 담 너머까지 구성지면서도 낭랑하게 들려오던 축 읽는 소리도 점차 희미해져 갑니다.  

음력 10월은 시향을 지내는 계절

음력 10월은 시향을 지내는 계절입니다. 제주를 기준으로 4대조 까지는 돌아가신 날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면 그 이전의 조상들에 대해서는 봄이나 가을에 산소에서 제를 올리는 데 이를 시향이라고 합니다.

음력 10월은 시향을 지내는 계절입니다.
 음력 10월은 시향을 지내는 계절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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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초등학새을 까지 버글댔지만 요즘 지내는 시향에는 나이 50인 필자가 참석자 중 제일 어렸습니다.
 예전에는 초등학새을 까지 버글댔지만 요즘 지내는 시향에는 나이 50인 필자가 참석자 중 제일 어렸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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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다닐 때, 시향을 지내는 날이면 사탕이나 과자 몇 개 얻어먹겠다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향을 지내는 산소까지 죽어라 달려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재수가 좋으면 들기름을 발라 구운 김에 밥 한 숟가락 얹어 도르르 만 김밥도 한 덩이 얻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제사가 끝나고 철상을 할 때쯤이면 누가 줄을 서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줄을 섭니다. 그렇게 서있는 아이들 앞으로 어른들 중 한 명이 과자가 담긴 대나무 바구니를 들고 등장합니다. 그렇게 길게 줄서서 받아 들던 과자 몇 개, 집에 가져가라고 신문지에 싸주던 '몫'도 사라졌지만 요즘 시향에서는 더 이상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인천하에 등장하였던 임백령 할아버지 시향에서 읽은 축문 소리

지난 11월 22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이서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선산 임씨들이  몇 년 전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 되었던 <여인천하>에서 옥매향의 정인으로 등장하였던 임백령 할아버지의 산소에서 시향을 지냈습니다.

▲ 독축 제사를 지내는 날이면 담 너머까지 구성지면서도 낭랑하게 들려오던 축 읽는 소리도 점차 희미해져 갑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풍처럼 들어 왔던 독축소리지만 머지않아 듣기 힘들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어 시향에서 축 읽는 소리를 동영상으로 담아 봤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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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마을과 시향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확인해 주듯이 아이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향에 참석한 사람 중 나이 50인 필자가 제일 어렸습니다. 시향이 끝나니 아버지뻘 되는 형님들이 '어렸을 때 못 받은 거 실컷 먹어' 하며 과자 그릇을 필자에게 내밀어 서로가 허전한 웃음을 웃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가풍처럼 들어 왔던 독축소리지만 머지않아 듣기 힘들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어 시향에서 축 읽는 소리를 동영상으로 담아 봤습니다.


태그:#시향, #독축, #임백령, #사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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