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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부의 상징'이었던 주상복합아파트는 법원 경매에서 반값 매물이 나올 정도로 몰락했다. 사진은 대표적 주상복합 아파트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롯데캐슬골드.
 한때 '부의 상징'이었던 주상복합아파트는 법원 경매에서 반값 매물이 나올 정도로 몰락했다. 사진은 대표적 주상복합 아파트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롯데캐슬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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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부의 상징이라더니, 이제는 관심 갖는 사람도 없어…."

18일 오후 부동산 중개업자인 김모씨는 한숨 쉬듯 말했다. 그는 가게 밖 우뚝 솟은 고층 빌딩 사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빌딩을 가리켰다. 서울 잠실지역의 랜드마크 주상복합 아파트라는 롯데캐슬골드다.

# 장면 2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상복합 아파트가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17일 오후 500여명이 모인 강연장에는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의 말이 쩌렁쩌렁 울렸다. 그는 "2005~2006년 주상복합의 집값 상승이 가장 컸다"며 주상복합 아파트의 밝은 전망을 강조했다. 이날 강연장은 한 주상복합 아파트의 광고로 가득 찼다.

2000년대 들어 도심 곳곳에 주상복합 아파트가 세워지자 많은 돈이 몰렸다. '부의 상징'이라는 자긍심과 집값이 일반 아파트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고분양가'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열기를 견인했다.

하지만 지나친 고분양가는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나날이 쌓여가던 이자 부담에 투자자들이 집을 내놓아도 선뜻 나서는 매수자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동산 정보제공업체들은 건설업체와 손 잡고 주상복합의 신화를 강조하며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주상복합 광고대회가 된 부동산 시장 전망 세미나

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0년 부동산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노골적인 광고가 이어졌다.
 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0년 부동산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노골적인 광고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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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중앙일보조인스랜드 등이 주최하는 2010년 시장 전망 세미나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두산건설이 이들 세미나의 후원사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세미나 내용을 살펴보면, 후원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회사가 경기 고양시 탄현동에 짓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광고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 달에 분양한다. 강연장은 이 아파트의 광고로 도배되고, 강연에는 이 아파트를 소개하는 시간이 주요하게 배치됐다.

17일 부동산114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연단에 섰던 이들은 이 아파트를 비롯해 주상복합 아파트의 밝은 미래를 강조하며 노골적으로 청약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

김희선 전무는 "일반적으로 주상복합 아파트는 인근 일반아파트에 비해 매매가격이 20~30% 높고, 서울 목동 등지에서는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주상복합은 일반아파트보다 부대시설 등이 잘 보급돼 있고, 고급아파트 인식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김학원 세중코리아 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은 침체가 아니라 조금 좋지 않을 뿐이다, 분명 내년 2/4분기에 회복될 것"이라며 "두산건설이 짓는 일산 첫 주상복합 아파트는 이곳 집값을 리드할 것이다, 올해 분양받으면 세제 혜택이 많다"고 말했다.

2시간여에 걸친 강연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지역 대표 주상복합 찜해야 돈이 된다', '초고층 주상복합 입주하면 집값 따라오른다' 등의 내용이 담긴 자료를 받아갔다.

"법원 경매에 반값 매물이 나왔지만, 낙찰될지 미지수"

롯데캐슬골드는 최근 법원 경매에 반값에 나왔지만,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롯데캐슬골드는 최근 법원 경매에 반값에 나왔지만,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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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 아파트에 투자하면 정말 큰 돈을 벌 수 있을까? 시장 상황으로 봐서는 '대박'보다는 '쪽박'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주상복합 아파트가 뜨고 있다는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경매시장을 살펴보면, '부의 상징'이던 주상복합 아파트는 '몰락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그 대표적인 곳이 롯데캐슬골드다. 지하7층~지상37층 2개동 규모로 중대형 400세대인 이곳은 지난 2005년 12월 입주 당시 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경매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관심을 갖는 이가 많지 않다.

이 아파트의 167㎡형은 두 채가 법원 경매에 나왔지만 나란히 두 차례씩 유찰됐다. 각각 24억원, 21억원에 나온 매물은 15억3600만원, 13억4400만원에 네 번째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이 아파트가 지난 2월과 7월에 각각 16억5000만원, 15억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 하락 속도가 빠르다.

187.7㎡형의 경우, 지난 7월 20일 매물로 나왔지만, 세 차례나 유찰됐다. 감정가가 28억원인 이 아파트의 최저매각금액은 현재 14억3360만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사실상 반값이지만, 오는 30일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주변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는 "롯데캐슬골드의 3.3㎡당 집값이 일반 아파트보다 500만원이나 비싸고, 한 달 관리비가 10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부담이 된다"며 "올해 이 아파트 거래건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찾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동의 주상복합아파트인 서초트라팰리스도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지난 7월 16일 매물로 나온 이 아파트 107.7㎡형은 2차례 유찰돼 다음달 3일 네 번째 경매에 들어간다. 감정가가 9억5000만원이었지만, 이번 경매는 6억800만원에서 시작된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09년 6월부터 지금까지 주상복합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평균 80.7~86.1%로 일반아파트보다 6~7%포인트 낮다. 또한 11월 매물로 나온 25건의 주상복합 아파트 중 16곳이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주상복합의 몰락은 고분양가 탓"

한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상복합 아파트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전문가들은 '고분양가'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팀장은 "초고층으로 짓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건축비가 더 들어가는 등 집값이 다른 아파트에 비해 비싸다"며 "과거에는 자부심 때문에 비싼 집값을 감수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투기적 요소가 있고, 고가의 아파트다 보니 주택 거래 침체기에는 집값이 더 많이 떨어진다"며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아, 급매물이 많이 나오더라도 선뜻 집을 구매하는 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고영근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은 "주상복합 등 고분양가 아파트의 집값 하락 폭이 더욱 큰 상황에서 수요를 자극하는 부동산 정보업체나 언론은 사실상 건설업체를 의식해 부동산 띄우기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주상복합, #롯데캐슬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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