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버락 오바마 대통령님. 당신은 아니 하였으면 좋았을 말을 했습니다. 당신은 어제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임을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중국 정부와 달라이 라마 대표간의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를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당신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심정입니다. 지금으로선 당신이 대통령 선거 당시 내세운 이라크 철군이라는 공약이 실현될 날은 요원해보입니다. 이라크의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점령군의 완전한 철수가 선결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군대는 철군계획이라는 명분 아래 여전히 주둔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위치한 다람살라에는 긴장된 평화만이 가득하다.
▲ 다람살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위치한 다람살라에는 긴장된 평화만이 가득하다.
ⓒ 이병구

관련사진보기


아프가니스탄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대통령이 된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전선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으며 더 많은 민간인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더 많은 병력을 '아프팍 전쟁'(아프간+파키스탄전쟁을 일컬음...편집자)에 투입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아프팍 전쟁에 2만 명이 넘는 병사를 증파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자신한 대로 문제가 해결되었습니까?

얼마 전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이 4만 명의 미군을 더 파병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것의 책임을 국제사회에 떠넘기는 당신의 모습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당신의 무리한 요구에 한국정부는 압도적인 반대여론에도 지역재건팀(PRT)과 보호 병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재파병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당신은 어제 후진타오 주석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이 함께 세계 분쟁 해소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이 아시아에 온 이유가 이것입니까? 이런 방식으로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자신들의 학살, 점령전쟁을 지원하거나 눈감아 달라는 것입니까? 그래서 오늘(18일) 한국에 오시는 것입니까? 아, 그렇죠. 아시아에 오신 또 다른 이유를 잊을 뻔했습니다.

지난 2005년 당시 상원의원 오바마는 상원 외교위원회의 이벤트를 통해 달라이 라마와 만났다.
▲ 오바마와 달라이 라마 지난 2005년 당시 상원의원 오바마는 상원 외교위원회의 이벤트를 통해 달라이 라마와 만났다.
ⓒ Free Tibet Campaign

관련사진보기


당신이 어제 중국을 방문한 모습은 <뉴욕타임즈>가 지적했듯이 "은행가에게 인사 드리러 가는 방탕한 소비자" 그 자체였습니다. 금융위기라는 바람 속에서 꺼져가는 촛불을 되살리려 자존심과 체통을 모두 버리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자신들의 자금줄을 틀어쥐고 있는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들이 만족할 만한 다음과 같은 아첨을 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 안정을 존중한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확고히 지지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힌다. 우리는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며, 중국 정부와 달라이 라마 대표간의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어 양측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

당신은 늘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는 것이 세계의 보편적인 원칙이라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토록 강조하는 '인권'을 사실은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오늘 당신의 행동을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는 대체 아프가니스탄 어디에 있습니까? 또 당신이 이야기하는 인권은 대체 티베트 어디에 있습니까? 

물론 우리는 중국 정부와 티베트 망명정부가 대화를 재개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단, 그 대화는 동등한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굴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당신이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임을 전제하고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지지한 것을 규탄합니다. 당신의 신념과는 달리 'ONE CHINA'라는 구호 아래 티베트인, 동투르키스탄인을 비롯한 수많은 민중들이 억압받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UN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후진타오 주석에게 항의의 목소리를 전하는 티베트와 위구르 시위대
▲ 프리 티베트! 프리 위구르! UN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후진타오 주석에게 항의의 목소리를 전하는 티베트와 위구르 시위대
ⓒ SFTHQ

관련사진보기


티베트는 1950년 중국의 침략에 의해 무단 점령당한 식민지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다면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임을 반복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더불어 당신의 발언은 티베트에서 오늘날 행해지고 있는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인 탄압을 암묵적으로 지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당신은 2008년 3월의 티베트인의 절규를 잊었습니까? 그리고 지난 7월, 동투르키스탄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억압에 저항하며 평화와 자유를 갈망하다 지쳐버린 민중을 더 이상 제국의 장기놀음의 졸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이 중국에서 행한 망언에 대해 평화를 사랑하고 억압에 저항하는 모든 이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동맹국들에게 학살 전쟁 지원을 종용하는 당신의 방한을 반대합니다. 또한 당신에게 아프간 재파병을 선물로 안기려 하는 이명박 정부를 엄중히 규탄하는 바입니다. 모든 민중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PS. 노벨평화상 이야기는 민망해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2009년 11월 18일
티베트와 티베트인의 자유를 생각하는 랑쩬

덧붙이는 글 | 랑쩬은 티베트와 티베트인의 자유를 지지하는 티베트 연대단체입니다.



태그:#오바마, #티베트, #후진타오, #랑쩬, #달라이라마
댓글

FREE TIBET!FREE TIBETAN!<랑쩬>은 순수 시민공동체로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며, 티베트가 독립국임을 전제로 한국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공동체입니다. <랑쩬>은 티베트어로 '자유'라는 뜻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