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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머리이고 붓질 몇번만 쓱쓱하면 멋진 그림을 그려내던 밥아저씨가 그린 것 같은 가을 풍경 속 산막이 가는 옛길입니다.
 곱슬머리이고 붓질 몇번만 쓱쓱하면 멋진 그림을 그려내던 밥아저씨가 그린 것 같은 가을 풍경 속 산막이 가는 옛길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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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아저씨가 다녀간 모양입니다. 뜬금없이 밥 아저씨가 누구냐구요? 그 왜 있잖습니까. TV에 나와서 붓질 몇 번 쓱쓱 하면 멋진 그림을 그려내던 TV 속의 곱슬머리 아저씨 말입니다.

마음을 따라 찾아간 고향마을, 산막이 가는 옛길로 복원된 그 길에 드리운 늦가을은 밥 아저씨가 자주 그리던 물가의 풍경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열심히 탄소동화작용을 하였을 나무들이 겨울잠에 들려고 옷을 벗고 있는 찰나, 치렁치렁 하였던 이파리 옷들은 이미 벗어버렸고, 속옷처럼 알록달록하게 걸치고 있던 단풍잎들을 막 벗고 있는 순간입니다.

얼마만의 이파리를 속옷처럼 입고 있는 나무들이 물가에 앉아 살짝살짝 흔들립니다. 동심으로 바라보니 잠들기 전에 잠투정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고, 연정의 마음으로 보니 잠자리를 유혹하는 여인의 애교며 비음입니다.

산막이 가는 옛길! 물가를 따라 만들어진 그 길을 끼리끼리 함게 걸으면 저절로 행복해 질듯합니다.
 산막이 가는 옛길! 물가를 따라 만들어진 그 길을 끼리끼리 함게 걸으면 저절로 행복해 질듯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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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하늘이 강물에 텀벙하고 뛰어들어 멱을 감고 있습니다.
 산과 하늘이 강물에 텀벙하고 뛰어들어 멱을 감고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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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물결 이는 강물에 잠긴 산은 잠투정을 부리듯 반짝입니다.
 잔물결 이는 강물에 잠긴 산은 잠투정을 부리듯 반짝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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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를 따라 만들어진 산막이 가는 옛길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님이 걸으면 선녀가 되고, 내가 걸으면 나무꾼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길입니다. 산과 하늘이 맑은 물에 담겨 발장난을 끼리끼리 걸으면 선녀가 되고 나무꾼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길입니다.

몸뚱이로는 함께 할 수 없는 여인을 맑은 물에 담겨진 그 길에 풍덩하고 던졌습니다. 풍덩하고 빠져드는 님이 모습을 따라 내 마음도 첨벙하고 뛰어듭니다. 그렇게라도 물길에 만들어진 그 길을 타박타박 걷고 싶은 아침입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회색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그 곳이 또 가고 싶어집니다. 붙여놓은 엿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찍어 먹을 수 있는 꿀단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잠투정을 부리듯 마음이 징징댑니다.

산막이 가는 옛길 건너쪽에 있는 과수원에서는 빨간 사과로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산막이 가는 옛길 건너쪽에 있는 과수원에서는 빨간 사과로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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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가 그리는 내년 가을 그림에는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내 마음도 두루뭉술할지언정 한 장의 낙엽으로라도 함께 그려졌으면 좋겠습니다.
 군가가 그리는 내년 가을 그림에는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내 마음도 두루뭉술할지언정 한 장의 낙엽으로라도 함께 그려졌으면 좋겠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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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아저씨도 매년 그리고 싶어 할 만큼 아름다운 가을 속 그 길입니다. 누군가가 그리는 내년 가을 그림에는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내 마음도 두루뭉술할지언정 한 장의 낙엽으로라도 함께 그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낙엽귀토(落葉歸土), 떨어진 이파리가 땅으로 되돌아가듯, 제아무리 교통편이 좋아져 왕래가 잦다 하여도 고향을 떠나서 사는 마음은 고향 길을 걷게 됩니다. 아침 문뜩 걷고 싶은 그 길이기에 마음으로나마 타박타박 걸어봅니다.

덧붙이는 글 | 내용 중 사진은 11월 7일 찍은 것입니다.



태그:#산막이 가는 옛길, #가을, #잠투정이, #사오랑, #사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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