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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작가가 살았던 집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작가에게 집은 창작의 산실이자 애정으로 짓고 꾸미고 보살핀 또 하나의 작품이다. 작가는 집에서 철저히 혼자가 된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영감을 얻고 문자와 사투를 벌이고 마침내 글을 완성한다.

그곳은 그들의 날선 정신과 일상적 삶이 함께 깃들어 있는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이다. 새로 나온 책 <작가의 집>은 헤르만 헤세부터 헤밍웨이, 마크 트웨인, 버지니아 울프까지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20명의 집을 찾아간다.

영국 작가 비타 색빌웨스트의 서재
▲ 작가의 공간 영국 작가 비타 색빌웨스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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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메모와 원고들이 뒤섞여 있는 집필실, 작가들의 예술적 취향을 드러내는 오브제들을 보며, 작가의 집 주변 자연 환경에서부터 건축구조, 집필용 책상과 예술적 소품까지 220컷이 넘은 사진들을 통해 집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간 작가들의 삶과 내면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이 책 서문에서 "이 집은 글쓰기의 집이 되었고, 내 책들은 이곳에서 탄생했다"고 밝힌다. 작가의 집에서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이 태어났고, 카렌 블릭센의 단출한 집필실에서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태어났다. 작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집안 곳곳에서 작가들의 영혼이 이곳에 머물고 있음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작가가 모두 21명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반은 작품이 한국에 거의 번역되지 않은 작가들이다. 이름이 생소한 작가도 꽤 있다. 비타 색빌웨스트나 셀마 라게를뢰프 등이 그렇다. 이것만 보아도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 얼마나 많은가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당신이 책을 읽을 때 번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회가 번역가를 어떤 존재로 대우해주어야 하는지 다시금 환기시킨다.

<작가의 집>은 저널리스트인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가 지었고, 에리카 레너드가 사진을 촬영했다. 번역된 책은 제2의 창작자인 번역가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 최선이다. 책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작가의 집>의 한국어 번역을 맡은 번역가 이세진씨와 10일 저녁에 전화로 인터뷰했다. 불어로 된 원문을 한국어로 옮기며 출판 과정의 소중한 역할을 맡은 번역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책이 탄생하는 공간
▲ 작가의 집 책이 탄생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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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그 사람의 작품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중심을 두고 있어요"

- 작가가 살았던 집이라면 문학을 주제로 한 책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건축이라는 소재를 전문가처럼 들어가는 책은 결코 아니구요, 철저하게 작가의 작품세계와 그 사진에서 다루어지는 집이 그 사람의 작품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중심을 두고 있어요. 그중에는 작가가 가장 전성기에 살았던 집들이 많이 나오는데, 가장 풍부한 작품 활동을 했던 시기에 살았던 집이거나 거의 생가 같은 의미가 있어서, 누구누구 생가, 누구누구 기념관 이런 식으루 하나의 명소가 되어있는 그런 곳 중심으로 선정을 했어요."

- 책에는 사진이 많은가요?
"<작가의 집>은 사진이 충실해요. 이 책의 사진을 촬영한 사진작가인 에리카 레너드가 같은 컨셉으로 <미국의 작가의 집>이라는 책도 냈구요, 작가의 집이나 스튜디오를 찍어서 빠리에서 사진전시회도 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도판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마르그리트 유르스나스의 집의 사진도 있고 해서,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했어요. 좋아하는 작가의 집을 구경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니까요. 그 사진작가가 인테리어나 집 사진을 전문으로 찍은 사진가이구요, 관련 주제로 책을 많이 냈어요."

- 저자가 작가들의 집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직접 방문을 했나요?
"예, 직접 방문하고 사진작가가 직접 다 사진을 찍고, 필요에 따라서는 유족들이 생가나 기념관을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람들하고 인터뷰도 하고, 그리고 또 좋았던 점은, 이제 그, 사진 도판 설명에 작품의 발췌 문장들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통해서 작가가 실제 살았던 공간과 작품 속의 공간적 배경이 굉장히 흡사한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마 이 집을 모델로 해서 이렇게 묘사를 하지 않았을까 싶은 그런 부분들이 설득력이 있구요."

- 원래 책이 영문판인가요?
"원래 불어판인데, 영문판을 참고로 했어요. 그런데 버지니아 울프 같은 영미계 작가들의 경우에는 영문판의 내용이 더 좋더라구요. 보니까 불어판과 영문판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고 조금 다르더라구요. 인용문이 좀 다를 때도 있구, 프랑스 사람들은 잘 아는 내용이지만 영미권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에 뭔가 설명을 더 중간에 추가를 했다든가, 이런 식으로 좀 서로 다른 부분이 있어요."

- 원래 불어판이나 영문판의 판형은 더 큰가요?
"예, 훨씬 커요. 굉장히 큰 A3 정도 크기였어요. 사진도 넓직하고 하드커버 책이죠. 한국에는 소프트하게 나왔는데 어떻게 보면 부담스럽지 않은 느낌이 있어 좋아요. 책이 커지면 가격이 비싸지고, 또 가지고 다니기 쉽지 않은데, 이 책은 들고 다니면서도 볼 수 있고, 여러 명의 작가 중에 어느 작가를 펼쳐 읽어도 재미가 있거든요,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을 필요도 없구요."

"자기만의 요새나 성을 만들려는 욕구가 작가들은 남달리 강한 사람들이 아닐까"

- 이 중에 좋아하시는 작가가 있나요?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라고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를 쓴 작가인데요. 작품도 좋지만 이 사람이 살았던 집이 굉장히 그 사람에게 어울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서 좋았고, 재미있는 것은 작가들이 정원을 가꾸는데에 열심이었던 작가들이 많아요. 작가의 관념이나 글 뿐만이 아니라 어떤 육체적인 소산 같은 것을 거두기를 즐겨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보면 농사를 짓는다던가 농부로 살려고 했던 작가도 있고, 흙이나 땅이나 집에 대한 애착이 있는데, 재산이나 뭐 이런 거에 염두를 둔게 아니라  땅을 일구고 거두고, 자기만의 어떤 요새나 성을 만들려는 욕구가 작가들은 남달리 강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자신이 살았던 땅에 대한 애착인가요?
"예, 그래서 보면 그런 어떤 자기만의 그런 것을 건설할 수 있는 그런 집을 굉장히 오랫동안 찾거나 갈망했던 작가들도 많고, 어렸을때 살던 집으로 결국 돌아오는 작가들고 있고, 그래서 작가들에게 집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지요."

"주어도 없고 그냥 단어 하나만 띡 던지고 끝나고, 그런 식으로 글을 써요"

- 마르그리트 뒤라스도 나오나요?
"뒤라스는 사실 이 책을 위해서 서문을 쓴 사람은 아니구요, 그의 글쓰기에 대한 책이 있는데, 거기에 자기 집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것을 저작권자인 아들에게 허락을 받아서 뒤라스의 집을 촬영하고 그 글을 발췌해서 실을 수 있게 허락을 받아서 그렇게 해서 서문을 싣게 되었지요. 사실 뒤라스가 굉장히 번역하기 힘든 작가 중의 하나거든요. 글을 아주 쉽게 쓰지만,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여백이 많아서 한국말로 옮겨놓으면 이상해지고 느낌이 안 사는 대표적인 작가인데, 그런 것을 이번에 서문을 옮길 때도 느꼈어요.

- 그 분은 쓰시는 스타일이 독특한가요?
"예, 하여간 보통 소설가들하고는 달라요. 자기만의 독특한 글쓰기 색채가 있고, 글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쉽게 쓰거든요. 거의 뭐 주어와 동사만으로 이루어진, 아니면 주어도 없고 그냥 단어 하나만 띡 던지고 끝나고, 그런 식으로 글을 쓰는데, 이런 글이 한국말로 옮겨놓으면 너무 여백이 커서 읽는 사람은 오히려 답답하고 불편한 그런 글이 되는 것 같아요."

스위스의 이태리어 사용 지역인 루가노 호수가의 산촌 마을 몬타뇰라에 있다. 건축가 아고스티노 카무치의 1860년 작품.
▲ 헤르만 헤세가 살았던 성, 카사 카무치 스위스의 이태리어 사용 지역인 루가노 호수가의 산촌 마을 몬타뇰라에 있다. 건축가 아고스티노 카무치의 1860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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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번역이 안된 책이 너무 많아요"

- 아웃 오프 아프리카를 썼던 작가도 나오나요?
"예, 카렌 블릭센은 고딕 이야기와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 대표작은 한국에 번역되어 있어요. 보니까 한국에 번역이 안된 책이 너무 많아요. 영국 작가 비타 색빌웨스트 같은 경우는 버지니아 울프의 애인이었다고 하는데, 이 사람의 작품은 한국에 번역된 것이 없고, 스웨덴 작가 셀마 라게를뢰프는 '닐스의 모험'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외 작품은 번역된 것이 없어요.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의 경우도 한국에 '굶주림'이 번역이 되어 있고 그 외에는 없고,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로티 같은 경우도 한국에 번역된 것이 없고, 이탈리아 팔레르모 출신의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 같은 경우도 번역된 작품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번역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한국에 번역되어 소개되지 않은 작가들이 아직도 많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누구나 알만한 작가라면 헤르만 헤세나 헤밍웨이가 있지요?
"그렇게 유명해서 노벨상을 수상하는 등 유명한 작가라서 번역되어 있는 작가들이 한 반이 있구, 나머지 반은 유명하다더라, 그러나 작품을 읽어볼 기회는 없는 작가들이 반이 있는데, 이런 것을 계기로 다양한 작품들이 앞으로 소개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헤르만 헤세의 집은 어떤가요?
"헤르만 헤세의 집 같은 경우에는 스위스의 루가노 호수가의 카사 카무치라는 성의 한 층을 세내어 1919년부터 살았다고 하는데, 계곡이 마주 보이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1922년 초네 '싯다르타'를 탈고하지요. 아직도 헤르만 헤세를 기리는 일종의 관광명소가 되어 있어요. 몬타뇰라 마을에 있는 이 성은 티치노 출신 건축가인 아고스티노 카무치가 1860년에 설계한 작품인데,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지요."

플로리다 키웨스트의 바닷가에 있다. 사진은 우아한 맛에 힐끗 볼 뿐, 작가와 작품과 문학과 글쓰기와 아무 관련이 없다. 사진은 특정 작가와 아무 관련 없슴.
▲ 작가 헤밍웨이의 피난처 플로리다 키웨스트의 바닷가에 있다. 사진은 우아한 맛에 힐끗 볼 뿐, 작가와 작품과 문학과 글쓰기와 아무 관련이 없다. 사진은 특정 작가와 아무 관련 없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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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피난처이자 창작의 공간이 되었지요"

- 헤밍웨이가 살았던 집은 어땠나요?
"플로리다의 키웨스트 섬에 있는 헤밍웨이가 살았던 집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거의 뭐 그 사람의 항구 같은 집이었고, 보면 굉장히 애착이 많은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집 뒤에 외따로 난 별채가 있었는데, 이곳을 집필실로 쓰면서, 작가의 피난처이자 창작의 공간이 되었지요. 동트자마자 최대한 일찍부터 글을 썼고, 활력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어떤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글을 쓰면 그 다음은 저절로 보인다, 그러면 비로소 글쓰기를 멈추고 다음날까지 살아 있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지요."

- 마크 트웨인의 집은 어떤가요?
"그 집도 굉장히 애착을 많이 가졌는데, 나중에 그 집을 빛 때문에 팔았다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그 집에 다시 돌아가고 싶어했고 굉장히 공들여 지은 집이었지요. 작가에게는 자신의 전성기이고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고 그런 것과 일치될 수 있는 집이죠."

-버지니아 울프의 집도 나오지요?
"버지니아 울프의 집은 재미있는 것이, 소설가로써 수입이 조금씩 늘 때마다 집을 조금씩 예쁘게 고치고, 방도 한 칸 더 만들고, 이런 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축조하듯이 집을 꾸몄던 곳이에요. 많은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곳이지요."

"집이랑 작가의 작품이랑 여러가지로 참 닮았어요"

- 집과 작가 사이에 공통점이 있나요?
"종합적으로 보면 집이랑 작가의 작품이랑 여러가지로 참 닮았어요. 굉장히 화려하고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문장도 화려하고 시적인 사람들은 집도 꼭 그렇게 꾸미고, 그리고 또 정리되어 있으면서 깊이가 있는 문장을 쓰는 사람들은 집도 얼핏 보면 소박해 보이지만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꾸미고, 그런게 보면 작가의 작품과 집이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작가의 하나하나의 작품이 모여 그 작가의 세계를 구성하는 것처럼, 집에 있는 장식품이든가 가구라든가 그런 애착이 어린 오브제가 하나하나 모여서 집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과 굉장히 비슷하지요."

- 장 콕토도 많이 알려진 작가이지요?
"예, 시인이자 극작가이고 한국에 번역된 작품으로는 '무서운 아이들'과 그밖의 몇가지가 있어요. 사실은, 제가 전업 번역할 때 맨 처음 번역한 책이 장 콕토의 책이었거든요.  '다시 떠난 80일간의 세계일주'라고 2003년 봄에 나왔지요. 그 무렵부터는 전업으로 번역만 했는데, 그래서 개인적으로 제가 한번 번역을 해본 작가이기 때문에 그런 작가는 더 집을 봐도 이해하기가 쉽다고 해야 하나. 그 작가는 마구잡이의 다양한 것들을 한데 끌어모으는 면이 있고 무척 관능적인 면이 있는데, 집도 꼭 그렇더라구요. 집에 가면 별의 별게 다 있고, 그러면서도 벨벳이라든가 스핑크스 상이라든가 연극에 썼던 무대의상이라든가, 예술적이면서 관능적인 소품들을 굉장히 좋아했고 그런면에서 많이 닮았어요. 색채 같은 것도 무대나 극장에서 쓰는 붉은 모자 같은 것도 있고요. 독자로써 접한 다른 작가들도 집을 보니 이해하기가 쉬웠던 것 같아요."

추상적인 언어가 번역해놓으면 공허해 보이기도

-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어려운 점은요?
"프랑스어는 철학이나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하기 굉장히 좋은 언어에요. 그런데 이것을 한국말로 그대로 옮겨 놓으면 왠지 공허해 보이고 뜬구름 잡은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추상적인 문장을 불어로 써 놓으면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한국어로 그대로 번역하면 좀 공허해 보일 때가 있지요."

- 프랑스나 영국에서는 유명한데 한국에서는 모를 수도 있는 작가들도 있군요.
"그렇죠, 특히 이태리 작가 같은 경우에는 한국어와 일본어의 유사성이 있듯이 불어와 이태리어는 상당히 비슷해요. 서로 금방 빨리 번역이 되고 원서로 읽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래서 프랑스에는 이태리 작가들이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인데, 한국에는 이태리어를 번역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고, 번역되는 책도 거의 중역이다 보니까, 유명한 이태리 작가인데도 한국에는 생소한 경우가 많아요."

- 중역을 할 경우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나요?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언어인 히브리어나 스웨덴어처럼 한국에서 번역자를 구하기 어려운 언어는 불어나 영어본을 원본으로 중역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의 번역본에도 그렇지만 외국의 번역본에도 상당히 많은 오역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사실 번역의 시스템상 오역이 전혀 없는 책이 나오기란 상당히 어려워요, 거의 불가능해요. 그런데 중역을 할 경우에는 그런 오류들을 다 안고 거기에 또 새로운 다른 언어로 옮길 때 또 오류를 안게 되는 것이지요. 첫번째 언어에서 두번째 언어로 옮길때의 요류를 안은채 또 두번째에서 세번째 언어로 옮기기 때문에 그만큼 오역이나 오독의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죠."

- 번역가가 적어서 그런가요?
"스웨덴어나 히브리어 같은 경우는 아직도 대부분 중역이 되고 있구요. 직접 번역할 번역자가 없고, 번역자가 있어도 한두권 정도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그 일을 가지고 먹고 살 수가 없는 구조쟎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일을 하는 사람 자체가 없고,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출판사나 기획하는 쪽에서 그나라 언어를 읽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책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아무래도 어렵지요. 그리고 중역으로도 가능하다, 필요한 경우 중역으로도 괜챦다는 생각도 은근히 만연해 있지요. 그런 복합적인 문제인것 같아요."

"마침표 없어 쉼표로만 연결되는 문장이 특징이에요"

- 최근 번역하신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길위의 소녀'는 사회적인 소설인데요, 소녀의 섬세한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이에요. 노숙자를 다루는 작품인데, 프랑스에 어린 여자 노숙자가 많아져서, 똑똑한 정상 집안 출신인데도 가정 문제로 중고생 노숙자가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요. 그 속에서 빈익빈 부익부라는 현상을 바꾸고 싶어하고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이지요. 완전한 헤피엔딩으로 끝나지 않고 딱 좋은 지점에서 끝나요.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는 아프리카 출신 불어권 작가의 작품으로, 아프리카와 프랑스를 오가는 이야기인데, 마침표 없어 쉼표로만 연결되는 문장이 특징이에요. '비합리성의 심리학'은 심리학의 고전으로 한번 익숙해지면 어조가 재밌어요."

- '꼬마 니꼴라'도 번역하셨지요?
"'꼬마 니꼴라'는 가장 깔깔 웃으면서 즐겁게 번역했던 작품이에요. 프랑스에서 출간 50주년 기념으로 영화도 만들고 기념 앨범 전시회도 했지요. 이 작품은 할 때마다 읽을 때마다 재밌어요. 작가는 프랑스에서 한 획을 그은 사람이지요. 원래 살아있을때 5권이 나왔고, 죽은 후에 딸이 원고를 모아 '돌아온 꼬마 니꼴라 5권'을 냈어요. 그 뒤에 '앙코르 꼬마 니꼴라 3권'이 나왔지요. 50주년 기념으로 최초 에피소드 가운데 미발표 에피소드가 올해 안에 나올 거에요. 요즘에 새로 나오는 '돌아온 꼬마 니꼴라'시리즈와 '앙코르 꼬마 니꼴라 기념판'이 제가 번역한 것이지요. 자신들의 어린시절을 바탕으로 쓴 것이라 세대를 초월한 기본적인 재미가 있지요. 그런데 예전보다 한국에서 프랑스 소설에 대한 인기가 줄어드는 것 같아요."


작가의 집 - 책들이 탄생한 매혹의 공간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지음, 이세진 옮김, 에리카 레너드 사진, 윌북(2009)


태그:#이세진, #뒤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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