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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들아!

오늘(12일)은 네가 수능시험을 본 날이다. 날씨도 좋고, 컨디션도 괜찮아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니 다행이다. 오늘의 이날을 위해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그동안의 너의 땀과 눈물의 노고에 대해 엄마와 아빠는 먼저 뜨거운 격려와 아름다운 찬사를 보낸다.

참으로 수고와 고생이 많았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와 컴퓨터 열어 놓고 채점 하는 모습을 보니, 부모로서 더욱 마음이 안쓰럽고 미안하구나.

하고 싶은 것 하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 가지 못하고, 만나고 싶은 친구들 만나지 못하고, 오직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무려 15여년 이상을 태산 같은 긴장과 바다 같은 부담으로 앞만 보며 달려온 너의 외로운 질주와 고독한 시간 여행의 아픔, 엄마 아빠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단다.

그래서 엄마 아빠는 늘 미안하고, 조심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소리 없는 눈물 훔치며, 죄인의 심정으로 살아왔다. 학원도 보내 주지 못하고, 과외도 시켜 주지 못하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해 주지 못한 부모로서의 자괴감과 한국교육의 부조리한 현실을 개탄하며.

특히 공부 때문에 오는 짜증, 불만, 스트레스 온몸으로 참고 견디며, 재미없는 학창시절 고단함으로 보내고 있는 너에게 따뜻한 이해와 포용보다는 간섭과 채찍으로 마음에 상처를 주고, 부담을 안겨 준, 이 아비의 잘못된 자식 사랑을 생각할 때, 가슴이 쓰리고 마음이 아프구나.

사랑하는 아들아!

시험결과는 엄마 아빠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단다. 네가 어려운 가정환경과 건강의 부실함을 이기고,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건강하게 와 준 것만도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 지 모른다.

물론,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 원하는 직장 들어가서 너의 꿈을 마음껏 펼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자랑스러운 아들아!

시험이 끝나도 대학 선택 고민, 면접 및 논술 대비 등 할 일이 여전히 네 앞에 태산처럼 기다리고 있지만, 이제는 잠시 쉬거라. 자유와 해방의 기쁨 한껏 누려라.

잠도 실컷 자고,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하고, 만나고 싶은 친구들도 모두 만나고, 마음을 다스려 줄 좋은 책도 읽으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 스트레스, 고독, 모조리 한방에 날려 보내거라. 그리고 시간이 되면, 또 정해진 너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거라. 엄마와 아빠는 너를 믿는다.

인생은 어차피 끝없는 전진의 여정, 시간의 질주. 또한 인생은 중단 없는 시험의 연속, 땀과 눈물의 역사. 그러므로 너의 삶 역시 되돌아 볼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숙명의 강이다.

연습도 리허설도 없는 단 한번의 유한한 인생. 사람들은 누구나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생에 대한 확고한 목표의식과 바른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와 긍정적인 사고가 그 핵심이다.

아들아!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너는 성인이다. 부모로부터 독립이다. 그러므로 너 혼자 세상을 당당하게 걸어 나아가야 한다. 그동안은 부모의 통제와 간섭과 지원으로 불편하게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는 너의 모든 것을 네가 스스로 자유롭게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합리적인 사고와 넓고 깊은 지식과 균형 있는 안목과 따뜻한 이웃사랑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거칠고 치열한 세파 속에서 자신의 꿈과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걸어온 너의 인생 여정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삶의 세월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실망하거나 포기하지는 말아라. 너에게는 젊음과 열정이라는 큰 재산과 희망과 사랑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아들아! 수고했다. 더욱 건투와 건승을 빈다. 사랑한다.


태그:#고3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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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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