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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8일 오전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8일 오전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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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턴키공사 입찰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이 "담합과 관련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담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착공을 강행한 4대강 사업에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어제(11일) 정 위원장의 발언에 당황한 청와대는 "(정 위원장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와전됐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자 공정위도 뒤따라 해명자료를 내고 정 위원장이 한 말을 하루 만에 부정했다. 청와대가 공정위에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정 위원장 발언,
해명자료 한 장으로 해명될까? 

공정위는 12일 낮 기자들에게 긴급 해명자료를 돌렸다. "11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호열 위원장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턴키(설계, 구매, 시공 일괄발주)공사 입찰담합 의혹과 관련 '대체로 보면 담합과 관련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어 "위원장의 발언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턴키공사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일반 턴키공사에 대한 조사와 관련하여 발언한 것"이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입찰담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자료를 분석 중에 있는 바, 4대강 살리기 턴키공사에 담합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날(11일) 정호열 위원장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 발언은 분명 4대강 사업의 입찰 담합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나온 답변이었다.

우선 정호열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의 턴키공사 입찰 방식은 담합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우리도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단호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4대강 사업의 경우는 우리나라 유수의 대규모 건설사업자들이 관여를 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그렇고, 여러 의원들이 저희에게 말씀도 주시고, 또 지적도 했는데, 대체적으로 보면 담합과 관련된 듯한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공정위에서 말한 '일반 턴키공사에 대한' 내용은 이 발언 직후에 나온다.

"말씀하신 것처럼 턴키베이스 사업이라는 것은 기술력도 요구가 되고, 규모의 경제도 요구가 되고, 설계비 부담 능력도 있어야 해서, 근본적으로 입찰이 가능한 사업자의 수가 상당히 제한되는 면이 있고, 입찰한 가액도 상당히 유사한 면을 보여준다."

정 위원장은 이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여러 가지 논란도 있고 잡음도 있는데, 입찰과 관련된 부분들이 논란이 된다면 4대강 사업의 장애요인이 되기 때문에 10월초에 4개 팀을 파견해서 이틀 간 현장 조사를 했다"며 "자료를 입수해 현재 분석 중이지만, 여러 가지 더 검토 해봐야 할 사안이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정 위원장이 4대강 사업과 관련, 참여 업체들의 입찰 담합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달 8일 공정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4대강 사업 15개 턴키 공구 중 10곳의 입찰금액 차이가 3% 미만"이라며 담합 의혹을 제기하자, 정 위원장은 "상당한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이후 공정위는 지난달 19~20일 15개 대형 건설사를 방문해 4대강 턴키공사 입찰과 관련한 자료를 요구하는 등 조사를 벌였다.

결국 정호열 위원장이 여야 국회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조사 내용을 공정위 스스로 하루 만에 해명자료 한 장으로 부정하려 든 셈이다. 게다가 공정위가 정말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청해야 하는데, 오히려 공정위는 해명자료 말미에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는 애매한 요청으로 끝을 맺었다.

공정위가 해명자료 뿌린 진짜 까닭은... 청와대의 압력?

문제는 공정위의 해명자료가 나온 시점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했을 때 정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전날 오후나 늦어도 12일 오전 일찍이라도 해명자료를 배포했어야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12일 낮에 배포했다.

이와 관련, 12일 오전에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고, 전날 정호열 위원장의 발언도 화두에 올랐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4대강 턴키공사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 "공정위에서 확인 및 조사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면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12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12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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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턴키 공사의 경우 입찰담합의 가능성이 4대강 살리기 사업 말고도 늘 제기돼 왔다"며 "공정위가 참여업체에게 미리 경고하는 공문도 보내는 등 조사를 강화하고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수석은 "(공정위원장이 4대강 공사 턴키 발주와 관련) 담합의 징후가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것은 와전된 측면이 있다고 아침에 들었다"며 담합 의혹을 부정했다.

청와대가 오전에 국회에서 정 위원장의 발언을 부정하자, 공정위도 뒤따라서 정 위원장의 발언을 부정하는 해명자료를 낸 것이다. 또한 박 수석은 "와전된 측면이 있다고 아침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이날 오전 공정위측으로부터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의혹 조사 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는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보고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조사하고 있는 특정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하게 되면 사정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정위의 정체성을 훼손하게 된다. 공정위로서는 무언의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청와대가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한구 "4대강 사업, 권력형 비리 될 수도"

정호영 위원장의 발언만 없는 것으로 하면 된다는 청와대의 안이한 인식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미 정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뒤, 한나라당은 이를 기정사실화 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미국에서는 뉴딜사업을 할 때 건설공사의 비리 가능성을 근절하기 위해 엄청나게 청렴지수를 신경 썼다"며 "건설공사의 단 하나의 비리도 있을 수 없도록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를 했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담합 의혹을 자초한 정부에 불만을 토로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담합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며 "4대강에 참여하는 기업, 4대강 사업을 관장하는 정부, 관련자 모두가 정말 깨끗한 물을 얻고자 하는 깨끗한 마음으로, 이 사업이 깨끗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별하게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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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나라당 중진인 이한구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으로 권력형 비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을 지금처럼 준비도 제대로 안하고 각종 법 절차를 무시해서 무리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짐작컨대 집행 단계에서 여러 가지 불공정한 입찰 문제랄지, 진행 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나오는) 여러 가지 권력형 비리, 눈먼 돈 문제랄지, 이런 것들이 튀어나올 수 있다"며 권력형 비리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정호열 위원장이 밝힌 4대강 사업 턴키공사 담합 입찰 의혹을 거론한 뒤 "담합 문제도 제기가 됐다"며 "턴키방식으로 사업 주최가 된 게 대형 건설사다 보니, 하청을 줄 때 하청회사 중에 특정 고등학교 출신들이 다 휩쓸었다는 증거도 나와 있고, 이런 것으로 끝을 낼지, 추가로 뭐가 나올지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우려했다.

앞서 야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들이 낙동강 공사를 싹쓸이한 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다.


태그:#4대강 사업,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 #턴키 공사 입찰 담합 의혹, #공정거래위원회,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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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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