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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KBS 사장은 10일 저녁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언론학교'에서 강사로 초청되어 강연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10일 저녁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언론학교'에서 강사로 초청되어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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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했다면 오는 23일까지가 임기인 정연주(63) 전 KBS 사장은 "지금 거명되는 사장 후보들은 전부 자격이 없다"면서 "KBS 후배들이 고생이 많은데, 바람이 세게 불면 풀이 눕고 바람이 잔잔해지면 풀은 다시 일어나듯이, 후배들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10일 마감된 KBS 차기 사장 공모에 이병순 현 KBS 사장 등 15명이 지원했다. KBS 이사회는 12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하고, 19일 최종 후보자를 선정해 다음날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계획이다.

정연주 전 사장은 10일 저녁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창원대에서 열린 '언론학교'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배임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그는 오는 12일 행정법원에 낸 '해임무효확인소송'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는 "승소하면 지금 사장도 불법이고, 다시 뽑는 것도 불법이다"고 말했다.

'역사 발전'과 관련한 견해부터 먼저 피력했다. '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획일적인 것에서 다양한 사회로', '매우 경직된 것들이 풀어져서 유연해지는 것으로', '타율 지배가 아니라 자율로' 바뀌어 왔다는 것.

이런 기준으로 이명박 정권을 분석했다. "1년 반 동안 과연 역사가 발전하고 진화한 것이냐, 아니면 거꾸로 간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 그는 "서울시청 광장이 닫히고 '명박산성'이 만들어졌다. 오히려 닫힌 사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김제동은 왜 자르나"고 한 그는 "자기와 다른 견해까지 다 공존할 수 있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인데, 프로그램 안도 아니고 프로그램 밖에서 건강한 시민으로 한 발언이거나 사회적 활동한 것을 갖고 프로그램에서 자른다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와 관련해, 그는 "경제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는 '반독점법'이 있고, 비슷하게 우리나라에도 '공정거래법'이 생겼다"면서 "공정거래가 이명박정권 들어서 많이 약화되어 다시 경제력이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등'에 대해 설명한 그는 "산술적인 평등은 잘못"이라며 미국의 '약자보호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1960년대 미국사회에서 베트남 전쟁 반대하는 분위기가 일어났다. 그때 진보운동의 중요한 결실로 나타난 것이 '약자보호정책'이다. 더 적극적으로 평등을 생각한 것이다. 조건이 좋지 않은 사람한테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한 사람은 몸이 불편하고 다른 사람은 건강한데 두 사람을 같은 조건으로 100m 달리기 하면 결과는 뻔하다. 장애인은 몇 미터 더 앞에서 달리게 하는 것이 '약자보호정책'이다."

"대학 신입생을 뽑을 때 지역할당제를 해야하는 이유도 같은 것이다. 지방 KBS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지역할당제를 시행했다. 지역 기자와 피디, 아나운서 뽑을 때 그 지역 대학 출신자한테는 우선권을 주었다. 부분적으로 했는데도 5년 동안 놀라운 결과였다. 과거에는 100명을 뽑으면 KBS에 합격자를 내는 대학이 20개가 되지 않았다. 이른바 몇 개 대학이 독식한 것이다. 그런데 지역할당제를 했더니 전국 40개 대학이 넘었다. 제일 많이 입사한 대학이라 해봤자 8명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전국적으로 인재를 골고루 선발할 수 있었다. 그랬더니 서울의 모 대학 교수들이 와서 항의하더라. 그래서 성공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KBS 본사까지 확대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며 "모든 공기업이 다 이런 제도를 채택해야 하고, 공무원과 사법시험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평등이다. 기계적 산술적 평등이 아니라 적극적인 평등을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은 사회 다양성을 담아야 한다"

"언론은 사회 다양성을 담아야 한다"고 한 그는 '사실보도'와 '비판'이 기본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사실보도다. 그래야 다양한 일들을 생각들을 전하는 것 아니겠나. 사실보도가 가장 중요하다. 또 하나의 기능이 비판이다. 사회에 강자, 가진자, 기득권, 권력이 정치건, 자본이건, 언론이건, 혹은 집단권력이건 어떤 것이든 비판해야 한다. 저널리즘은 '감시견 역할' 내지 '소금'이나 '빛'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실 전달뿐만 아니라 비판을 해야 한다."

정연주 전 사장은 "언론이 두 기능을 가지고 있을 때 권력이 부패하지 않고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자유를 억압 내지 방해는 몇 가지 요소를 설명했다. 첫 번째가 '정치권력'이라고 들었다.

"정치권력이다. 유신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때를 생각하면 된다. 정치권력은 자기들에게 비판적인 것을 견디지 못하고 억압한다. '긴급조치 9호'가 그랬다. 헌법을 고치자고 해도 잡아갔다. 지금은 김제동이 보기 싫어서 잘라버린 것 아니냐. 정연주가 KBS에 있으니 보기 싫어서 자른 것 아니냐. YTN 기자들을 잘라버리고 MBC에 온갖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교묘하게 광고를 갖고 진보언론에 목을 조르고 있다. 정치권력이 언론의 목을 조르고 있다."

"1970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당시 신문에는 '김대중'이나 '김영삼'이란 이름을 못 쓰고, '어느 재야인사' 내지 '동교동 인사', '상도동 인사'로 표현했다. '물가인상'이라 보도했다가는 잡혀가서 맞았다. 데모라는 표현을 못 쓰고 '학원사태'라고 했다. 그런데 그것조차 보도를 못 했다. 신문사에 입사한 뒤 모교에서 데모하는데 취재 갔더니 팻말이 '개와 기자는 접근금지'라고 해 놓았더라. 지금은 언론은 사실 보도를 하고 있나. 조중동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시대 쓴 혈서가 나왔는데도, 기무사가 사찰하고 있다고 했는데도, 국경없는기자회에서 언론자유가 20개 순위나 떨어졌는데도 쓰지 않고 있다. 사실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이게 언론인가."

정연주 전 사장은 "정치이해 관계가 또다시 언론을 왜곡시킨다. 조중동이 세계언론자유지수 69등이라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이유는 지금 정부에 불리하기 때문 아니냐"면서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내지 조중동은 '일란성 쌍둥이'다. 생각하는 게 똑 같다"고 말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10일 저녁 창원대에서 강연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10일 저녁 창원대에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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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언론인과 관련한 내용을 설명한, 그는 "문제는 친일이 단 한 번도 청산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역사 앞에 단 한 번이라도 사죄한 적 없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명예훼손 주장을 하는 데 적반하장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의 기득권세력이 친일파 아니냐. 그런데 싸움들을 보면, 국내에서 벌어지는데 마치 '한국-일본전' 같다"고 말했다.

"언론자유가 뿌리 내리기 시작한 게 1987년 6월 항쟁 이후"라고 한 그는 "시민적 자유의 공간이 넓어지고 언론들이 무임승차한 것이다. 조중동이 언론자유를 위해 뭐했나. 일부 방송과 신문들이 저항했다. 족벌신문은 피투성이 나는 판촉경쟁하면서, 신문 부수를 늘려 거대 언론권력이 됐다. 거대 언론권력은 이제 방송까지 먹겠다는 것이다. 이미 신문 부수로 놓고 보면 90대10이다. 방송까지 갖게 되면 99대 1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1995년 3월 24일자 '조선일보 노보 300호 기념 특집호'에 실린 자사 기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보자. '신문 편집권은 독립돼 있나'는 질문에 '매우 독립'은 0%, '독립적'은 11,7%, '보통'은 34.9%, '독립돼 있지 못하다'는 4.5%, '매우 독립돼 있지 못하다'는 49.4%였다. 독립적이지 못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 '정치권력'은 2.9%였고, '사주'가 69.4%로 첫 번째로 꼽았다. 언론재단이 지난 9월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뭐가 언론자유를 억압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런데 '정부나 정치권력'이 제일 많은 35%였다. 1995년 조선일보 기자들은 정치권력이 2.9%라고 보았는데,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정치권력에 의해 언론자유 침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디어법에 대해, 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령을 논의했고,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그대로 진행된다면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토양이 정말 황폐화되고, 지역방송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방송이 정해져 있는 광고를 차지하기 위해 시청률 경쟁을 할 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하늘이 무섭지 않은 것인지"

'부자감세'외 '국가채무' 등에 대해 설명한 그는 "이명박 정부는 하늘이 무섭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장로(이명박 대통령)가 하늘을 무서워해야지. 하늘에서 어떤 벌이 내릴지"라며 "아무튼 20대, 30대 젊은이들이 투표를 잘해야 한다. 진짜 삶의 질을 생각하는 미래를 위한다면, 지금처럼 토목공사 하는 나라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나서 한 말이 있다. 우리가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정부에 공개적으로 비판해야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를 하지 않으면 되고, 많은 사람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면 희망이 커진다고 했다"면서 "저는 아무리 암담하더라도 한번도 희망을 버려본 적이 없다. 역사적으로 적극 기여하실 열정과 헌신이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는 이 정권이 잡은 지 1년 8개월 동안 뒤집어 지고 역행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어 3년이 아니라 8년, 13년이 계속된다면 끔찍하다. 막아야 한다. 애인과 가족과 함께 투표장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KBS 수신료 인상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사장으로 있으면서 올려야 한다고 열심히 싸웠는데 안됐다. 지금도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재원을 공영화해야 KBS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서 인상하려는 의도가 불순하다고 했다.

"지금 정부에서 수신료를 올리려는 동기가 불순하다. 조중동이 하는 방송에 종합편성이 생기면 광고가 별로 없다. KBS-2TV의 한 해 광고 매출액이 5000억 원 정도다. 그 광고를 옆으로 주어 '조중동 방송'이 생기면 밥벌이가 될 것이다. 동기가 불순하다.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의 건강한 재원을 위해서는 당연하나 조중동 방송의 먹이를 위해서 준다는 것은 안된다."


태그:#정연주 전 KBS 사장, #언론학교, #민족문제연구소, #경남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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