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 아이파크'의 178㎡(전용면적)형의 3.3㎡당 분양가격이 3000만원을 넘어, 고분양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 아이파크'의 178㎡(전용면적)형의 3.3㎡당 분양가격이 3000만원을 넘어, 고분양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분양가를 책정했는지 모르겠네요."

2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 아이파크' 분양사무실에서 만난 김아무개(32)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의 손에 들린 입주자 모집안내문은 84.98㎡(전용면적·옛 34평)형의 기준층 분양가격이 8억5천만 원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김씨는 "인근 비슷한 크기의 지은 지 10년 넘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시세가 4억4천만 원이다, 고덕 아이파크는 너무 비싸다"며 "최근 곳곳에서 대형건설업체의 고분양가 아파트가 분양되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 편승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킨 아파트들은 뜨거운 청약열기를 보였다. 고덕 아이파크 관계자도 이 같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정부가 서민주택 정책을 펴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사이, 이미 분양시장은 고분양가 아파트들의 무대가 된 것이다.

김씨는 "서민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투기수요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게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친서민 주택정책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3.3㎡당 분양가가 3천만 원... "말도 안 되는 가격"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들어서는 '광장힐스테이트'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지난 10월 분양이 완료됐다. 첫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인 이곳의 3.3㎡당 분양가격은 평균 2499만원이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들어서는 '광장힐스테이트'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지난 10월 분양이 완료됐다. 첫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인 이곳의 3.3㎡당 분양가격은 평균 2499만원이다.
ⓒ 현대건설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밝혔지만, 규제 완화 탓에 민간주택의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하남미사지구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고덕 아이파크가 그 상징적인 사례다.

고덕주공1단지 아파트를 재건축한 이곳의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를 압도하고 있다. 고덕 아이파크 84.98㎡형 분양가는 8억5천만 원. 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 정보 7~8월치에 따르면, 인근의 입주 2년차 '프라이어팰리스' 매매가는 6억5천만 원, 지난해 입주한 '롯데캐슬퍼스트'는 7억 원 내외에 불과했다.

특히, 177.99㎡형(옛 65평)의 분양가는 20억1천만 원. 3.3㎡당 분양가는 3천만 원을 넘는다. 분양사무소를 찾은 이들은 "강동지역이 강남처럼 기반시설이 마련된 것도 아닌데, 이곳에 3.3㎡당 3천만원 대의 분양가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전했다.

분양사무소 쪽은 "단순 시세비교로 고분양가를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창수 현대산업개발 고덕 아이파크 분양소장은 "고분양가 여부는 시장이 판단해줄 것"이라며 "분양이 잘 된다면 고분양가로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분양사무소와 같은 생각을 가진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예비청약자 최아무개(40)씨는 "강동구도 강남이라고 생각한다"며 "분양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외치치는 정부가 집값 하락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몰리는 투자자에 분양가는 치솟고, 다시 투자자 몰리고...

서울 동작구 본동에 지어지는 '래미안 트윈파크'는 주변 시세보다 300만원 이상 높은 2300만원 대의 3.3㎡당 분양가에도 지난 10월 청약접수가 1순위에서 모두 마감됐다.
 서울 동작구 본동에 지어지는 '래미안 트윈파크'는 주변 시세보다 300만원 이상 높은 2300만원 대의 3.3㎡당 분양가에도 지난 10월 청약접수가 1순위에서 모두 마감됐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련사진보기


고분양가 논란은 고덕 아이파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난 10월 대형건설업체에서 내놓은 아파트들이 고분양가에 논란이 휩싸였다. 청약 결과가 좋아, 고분양가가 고덕 아이파크까지 이어진 것이다.

고덕 아이파크의 분양가는 지난 7월 재건축 조합원 총회 때 잠정결정된 것보다 최대 25%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분양사무소 측은 "'래미안 트윈파크', '광장힐스테이트'의 청약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조합원들은 분양가를 더 올려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청약에서 최고 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장힐스테이트에서도 고분양가 논란이 벌어졌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인데도 131.96㎡의 총 분양가는 13억2637만 원, 3.3㎡당 분양가는 2713만 원이다. 서울시가 고분양가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역시 지난달에 분양한 서울 동작구 본동 래미안 트윈파크는 187가구 모집에 5936명이 청약을 접수해 평균 3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15.5㎡형의 3.3㎡ 분양가는 2371만 원으로, 이는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비싸다는 게 주변 부동산 중개업체들의 설명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고분양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원시 광교신도시 A9블럭에 래미안 아파트 629세대를 공급하는 삼성물산은 지난 9월 이 아파트의 분양가를 3.3㎡당 1480만 원대로 산정해 수원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수원시는 10월 26일 분양가심사위원회를 열고 아파트 분양가를 1390만 원대로 인하하라고 권고했다. 삼성물산은 이에 불복한 상황이다. 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래미안 분양가는 경기도의 계획보다 300만 원이나 높다"며 "터무니없는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분양가 만드는 게 친서민 정책인가?"

지난해 10월 분양한 서울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트지'는 3.3㎡당 분양가가 3천만원인 탓에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당시 분양사무소의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서울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트지'는 3.3㎡당 분양가가 3천만원인 탓에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당시 분양사무소의 모습이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처럼 아파트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이유는 뭘까?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분양시장을 살리려고 여러 가지 규제를 풀면서 과열이 일어나고 있다"며 "'규제완화→투자(투기)수요→고분양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3구를 제외한 민간 분양 아파트에 대한 부동산 전매를 허용(지난해 11·3 대책)한 것이 투기수요를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덕 아이파크 분양사무소 쪽조차 "분양권을 바로 팔 수 있다는 점이 이 아파트의 가장 큰 투자 강점"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여기에 신규 분양주택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내년 2월 11일까지 계약을 완료하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정부의 정책 역시 투기수요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정부·여당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의지 역시 고분양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이 있는 아파트는 대부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고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등의 시세를 견인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며 "건설사들은 규제완화 효과로 분양시장이 좋은 요즘에 높은 분양가의 아파트를 내놓고 있는데, 실수요자는 분위기에 휩쓸려 계약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분양가를 올리는 각종 규제완화·세제감면과 서민이 살 수 없는 보금자리주택 등을 보면, 친서민 정책은 포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친서민 정책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분양가를 낮추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고분양가, #고덕 아이파크, #보금자리주택, #규제완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