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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5명을 새로 뽑는 10·28 재보궐선거 투표일인 2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성균관대 강당에 마련된 율전동 8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 5명을 새로 뽑는 10·28 재보궐선거 투표일인 2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율천동 성균관대 강당에 마련된 율천동 8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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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실시된 전국 5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이 민주당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이번 재보선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끌었던 화제의 지역은 단연 수원 장안이다.

재보선 최대 격전지였던 수원 장안은 무명에 가까운 민주당 이찬열(50) 후보가 방송 앵커·국회의원 출신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한나라당 박찬숙(63) 후보를 무려 5081 표차로 눌러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수원 장안의 재선거 결과 못지않게 관심을 끌었던 곳이 수원 장안구 천천동에 있는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다. 이곳은 선거사상 최초로 대학 구내에 투표소가 설치되고, 많은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해 선거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대생 표심'은 벌써부터 주요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대 학생들의 표심이 경기도지사와 수원시장 등 선출직 공무원 후보들의 당락을 가를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0.28 수원 장안 재선거에서 성대 강당에 마련됐던 율천 제8투표소는 전체 선거인수 4744명 가운데 1921명이 투표에 참여해 40.4%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수원 장안 평균 투표율 35.8%보다 4.6%포인트 높은 수치다.

성대 강당에 마련된 율천 제8투표소의 힘

이곳은 유권자 대부분이 학교 기숙사와 학교 주변에 거주하는 성대 학생들로 분석됐다. 개표결과 8투표소의 총 유효 투표인수는 1905명. 후보별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50.5%(963표)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민노당 안동섭 후보 25.5%(487표),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 22.3%(425표) 순이었다.

민주당 이찬열 후보 지지율이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의 2배가 넘었다. 반면 한나라당 박 후보 지지율은 민노당 안동섭 후보 지지율보다도 낮았다. 이 후보가 박 후보를 압도했던 5081표를 기준으로 할 때 8투표소가 이 후보 당선에 미친 기여도는 18.9%였다.

이는 성대생들 표심이 이 후보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분명하다. 또 하나 주목되는 대목은 성대 학생들의 정치성향. 투표 당일 개표를 앞두고 한나라당 박 후보 측과 민주당 이 후보 측은 학생들의 정치성향을 각각 보수와 진보로 규정해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 기숙사 신관 모습.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 기숙사 신관 모습.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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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보별 지지율에서 보여주듯 한나라당 박 후보의 지지율은 22.3%에 불과했다. 반면, 비록 지지표가 갈렸지만 민주당 이 후보(50.5%)와 민노당 안 후보(25.5%)의 지지율 합계는 76.0%에 달했다.

이는 성대 학생들의 표심이 보수 성향 보다는 진보 성향이 훨씬 강세였음을 말해준다.

이는 20대 대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보수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성대 학생들의 재선거 투표참여와 표심은 의미 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한 누리꾼은 성대 재학생과 동문들의 홈페이지인 '성대사랑'에 '재보선, 성균관대 절반의 승리'란 제목의 글을 올려 "성대생들은 이번 재선거에서 각 정당에 20대의 실제적 표심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음 선거에서는 더 높은 투표율을 보여 줘야 한다"면서 "타 지역이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투표율을 계속 보여준다면 성대는 단순히 하나의 투표소를 넘어서 한 지역의 권력구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학생자치기구, 투표 참여 유도

이번 재선거에서 비교적 많은 학생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데는 대학 당국과 각 단과대 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들로 구성된 이른바 '성대 대학생 유권자행동'(이하 유권자행동)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올해 초 기숙사를 추가로 신축해 학생들을 입주시키면서 주민등록 전입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는 학생은 모두 3800여명으로 늘어났고, 이들 가운데 3400여명이 이번 장안 재선거 유권자가 됐다.

이처럼 기숙사내 학생 유권자가 늘어나자 대학 당국은 장안 재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에 학내 투표소 지정을 요청했다. 학생들의 투표 편의를 돕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장안구선관위는 투표구 조정을 거쳐 대학구내에 율천 8투표소를 설치하게 됐다.

대학 당국은 또 투표 당일인 28일 오전부터 구내방송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투표소 위치와 투표시간 등을 자세히 알려주면서 "소중한 한 표를 놓치지 말라"고 학생들의 투표참여를 유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대 기숙사 학사장을 맡고 있는 이석용 교수(약학)는 "이번 재선거 선거운동기간과 중간고사 기간이 겹치면서 학생들이 후보들의 선거공보를 잘 보지 않고, 투표하는 곳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학생들의 투표 편의를 돕고 소중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라는 취지에서 구내방송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투표 참여를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해야 정치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년 지방선거 때도 학생들의 투표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학생들의 자율조직인 유권자행동의 투표참여운동도 효과를 더했다. 유권자행동도 선거 당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대자보 등을 통해 학생들의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학생들 스스로 잠자는 동료 학생들의 표심을 흔들어 깨워 투표소로 이끌었던 것.

유권자행동은 선거기간에 중간고사가 치러져 학생들이 선거에 더욱 무관심해지자 대자보 설문조사를 벌여 등록금과 청년실업 문제 등 학생들의 관심사항을 파악해 이를 후보 측에 전달하고 답변을 받아 공개하는 등 후보 선택을 위한 정보제공에도 힘썼다.

이처럼 학교 당국과 학생 자치조직들의 투표유도 노력에 따라 이번 재선거에서 성대 기숙사 학생 유권자 가운데 최소 5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행 선거법, 유권자 판단 돕는데 한계"... 학교 측 후보토론회 무산

 수원 장안의 재선거 결과 못지않게 관심을 끌었던 곳이 수원 장안구 천천동에 있는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다. 이곳은 선거사상 최초로 대학 구내에 투표소가 설치되고, 많은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해 선거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
 수원 장안의 재선거 결과 못지않게 관심을 끌었던 곳이 수원 장안구 천천동에 있는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다. 이곳은 선거사상 최초로 대학 구내에 투표소가 설치되고, 많은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해 선거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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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행동의 리더 역할을 맡았던 이소희(생명공학과 4년)씨는 "유권자행동은 젊은 대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깨끗한 정치, 바른 정치를 위해 학우들의 투표참여를 유도하자는 목적으로 조직된 것"이라며 "그러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성대 투표율과 관련해 "더 많은 학우들이 투표에 참여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면서도 "전입 이후 실시된 첫 투표치고는 비교적 투표율이 높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 때도 후배들이 유권자행동을 조직해 운영하기를 희망했다.

재학생 김아무개(기계공학 2년) 씨는 "이번에 학교 구내에 투표소가 설치된 것은 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투표소를 많이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당선된 이번 재선거 결과에 대해 "민노당 안 후보의 당선이 어렵다고 판단한 유권자들이 민주당 이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면서 "집권여당이 너무 못하고 있는 것도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후보 진영의 선거운동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씨는 "주요 정당의 대표들이 학교에 찾아 와서 제발 쇼 좀 안했으면 좋겠다"면서 "무슨 인심 쓰듯 학생들과 함께 밥먹어주고 너무 굽실거리는데, 진정성이 없어 보여 정이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아무개(전기전자 2년)씨도 "일부 후보들이 학교에 찾아와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보다 학교 측에 뭘 해주겠다는 식의 얘기들을 많이 한다"면서 "그러나 모두 사탕발림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정치성향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것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학생들의 관심사항인 등록금과 청년실업 문제 등 교육 관련 현안을 놓고 정책대결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번 재선거에서 성대 학내에 투표소가 설치돼 학생들의 투표 편의를 도왔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달리 현행 선거법상 후보초청토론회 등 학생들의 후보 선택을 돕기 위한 행위들이 제한돼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석용 교수는 "당초 학교 측에선 학생들이 후보들의 정책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후보초청토론회를 계획했으나 언론사 외에는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해서 접었다"면서 "선거법이 학생들의 판단을 돕는데 한계를 드러내는 등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권자행동의 이소희씨도 "학교 측의 후보초청토론회 계획이 선거법 문제로 불발된 후 지역신문인사에서 주최하는 후보초청토론회가 10월 26일 신관 대강당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 측의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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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거점인 수원을 비롯해 경기지역 뉴스를 취재합니다. 정치·사회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