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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경협과 남북경협은 경쟁관계"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이달 초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맺은 경제협력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무력화됐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동시에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의 심각성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13일 광화문에서 만난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중 경제협력에 대해 "중국이 밑지는 것도 아니고, 중국이 단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퍼주는 것도 아니"라면서 "경제협력은 절대 퍼주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계(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에서 대북사업의 현장을 경험했고, 학계(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제정책비교연구를 했으며, 관계(통일부 정책보자관)에서 북핵문제와 남북회담을 다뤄온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그는 최근의 북중경협의 성격을 "중국이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등 동북3성의 개발 계획인) '동북진흥계획'에 따라 북한의 임금경쟁력과 자신의 산업구조를 결합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남한에게는 낮은 임금과 높은 교육수준의 북한을 아우르는 중국과 경쟁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북중 무역 총액이 27억8000만불로 2007년에 비해 41% 증가하고, 북한의 전체무역액 중 대중무역 비중이 73%에 달하는 반면, 남북경협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김 소장은 이에 대해 "북중경협과 남북경협은 경쟁관계"라면서 "원래 북한의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의 제재와 남북경협방치가 이를 가속화시키는 조건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남북관계 악화가 가져온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그는 이어 "한국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기능주의적 접근방식이고, 그 핵심은 경제공동체 건설"이라면서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경협을 방치함으로써 민족경제공동체 건설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문답 전문.

 

-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성사된 중국의 대북지원 규모가 2천만불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정부차원과 민간차원으로 나눠봐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무상원조와 인프라 지원을 얼마나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이를 근거로 민간차원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미 북중경협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액수가 2천만불이라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 핵심은 중국이 북한과의 경협에 대한 의지를 더 강화했고, 이번에 맺은 합의서들이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를 더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북중 간의 공적협력은 유심히 봐야 한다. 중국은 무상 지원할 때 받는 사람의 입장과 체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몇 년 전에 중국이 외부에는 알리지 않고 북한에 식량지원을 했는데,  북한 <노동신문>이 이를 보도했다. 기자들이 확인요청을 하자, 중국 외교부는 '받은 사람이 받았다고 하면 그런 것 아니냐'고 답했다. 실제 지원액은 중국이 국제사회에 말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중국은 실질적인 영향력을 높이는 것을 중시한다."

 

- 북한의 대중 경제의존도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엄청나게 늘어나 있다. 북중경협은 남북경협과 구분되는 장점이 세 가지 있다. 우선 가격경쟁력이디. 북한 소비재 시장에서 중국 상품이 95%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는데, 이것은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생산재 시장도 마찬가지다. 10년 전에 처음 북한 공장을 방문했을 때, 이따금씩 일본기계들을 봤었다. 2008년 4월에 평양에서 열린 상품박람회에 갔을 때는 거의 다 중국제 기계였다. 설비보수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싼 중국제 상품을 사는 것이다.

 

두 번째가 지리적 근접성이다. 가격도 싸지만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물류비도 싸다. 세 번째가 중요하다. 북한과 중국은 우호관계이기 때문에 정치적 바람을 타지 않는다. 남북관계는 정치바람에 직격탄을 맞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정부 지원 안하면 남북경협은 북중경협에 밀리게 돼 있어"

 

- 반면에 남북경협은 위축돼 있는 상황인데.

"기본적으로 남북경협과 북중경협은 경쟁관계이다. 그런데 경쟁하면 남북경협이 밀린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면 모두에서 열세이기 때문이다. 가만 놔두면 게임이 안 되기 때문에, 북측이 남측 제품을 쓰게 하려면 정부가 공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냥 경제논리에 맡겨두면 한국산제품이 북한 내수시장에 진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꾸준하게 남북경협 확대 정책을 써 왔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남북경협정책이 급격하게 위축됐다. 그만큼의 공백을 북중경협이 차지한 것이다. 이게 현재 가장 큰 문제다. 원래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가 이 속도를 더 가속화시키는 조건을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그동안 남북경협에서 '윈윈'(win-win)한 몇 가지 사례 중의 하나가 소프트웨어 협력이다. 삼성전자가 많이 했는데, 게임프로그램은 노동집약적이다. 가장 싼 가격으로 용역을 줘서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 북한이다. 리눅스 같은 것도 기초기술이 필요한데 북한은 초보적이지만 활용이 가능했다.

 

그런 용역사업을 계속해왔는데, 최근에 그만뒀다. 현금이 들어간다는 것 때문에 정부가 불허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원자바오 총리가 맺은 많은 의정서 중에 소프트웨어 협력이 포함돼 있다. 우리가 기술지도를 하고 중국에 데려가서 6개월 교육도 해서 조선컴퓨터 센터와 김책공대 등에 소프트웨어 인력양성을 해놨는데, 이제 이들은 할 일이 없다. 할 수 없이 중국으로 가는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북한과 다양한 분야의 경제협력을 맺었는데, 중국이 밑지는 게 아니다. 단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퍼주는 게 아니다. 경제협력은 절대 퍼주는 게 아니다."

 

"압록강대교, 북 임금경쟁력-중 산업구조 연결... 중, 신의주공단 원해"

 

- 중국은 자신이 비용을 부담해서 신압록강대교를 건설하기로했다. 북중교역에서 어떤 의미를 갖나.

"북한이 2002년 10월에 신의주 행정특별구역을 만들겠다면서 파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행정장관에 양빈을 임명했는데, 그가 중국 국내에서 금융문제를 일으키면서 무산됐다. 그때 압록강변의 단둥을 갔었는데, 이미 단둥과 신의주에 경제연계가 있었다. 단둥의 인건비가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에 위탁가공을 시작했다. 중국은 신의주에 위탁가공단지를 만들고 싶어 했다. 이게 되면 다리도 놓고, 인프라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양빈이 개인적인 문제가 있었고 그가 카지노를 원했기 때문에 반대한 것뿐이었다.

 

압록강 대교는 단순히 다리가 아니다. 중국의 동북경제와 북한경제를 이어주는 경제적 연계의 다리다. 결국 중국의 동북진흥계획에 따라 북한의 임금경쟁력과 중국의 산업구조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중국이 신의주에 대규모 위탁가공단지를 만든다면, 북한의 노동력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몫은 없는 것이고, 이것은 낮은 임금과 높은 교육수준의 북한을 아우르는 중국과 경쟁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한국 중소기업들은 기회를 잃는 것이다. 더 핵심적인 문제가 있다. 통일이라는 경제영역에서의 핵심은 표준의 문제다. 철도궤도 넓이에서 작은 기술표준까지 이게 다 통일비용이 된다. 그래서 남북경제협력이 중요하고, 여기서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 표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미 남북간에는 그런 논의가 있었다."

 

- 중국은 또 나진항 1호 부두이용권을 확보하면서, 중국 훈춘에서 나진까지 93km의 도로를 개설하기로 했는데.

"이건 두만강쪽인데, 1990년대 중국의 두만강 개발계획의 내용이 배가 다닐 수 있게 강을 준설하는 것이었다. 당시 나진과 선봉을 둘러싸고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했다. 러시아도 나진을 끼고 극동개발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진척이 안 되니까 지금은 나진과 훈춘을 육상도로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나진항 부두 이용권을 확보했는데 이건 러시아도, 우리도 관심이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 때 TSR(시베리아횡단철도) 차원에서 부산에서 나진까지 배로 옮기고 나진에서 철도로 TSR과 연결하는 구상을 했다. 국내의 큰 물류업체들이 컨소시움을 구성해서 러시아와 논의도 했다.

 

중국의 동북진흥계획에 북한은 장점이 있다. 단적으로 동해안으로 물류를 뺄 수 있다. 동북 3성에서 나온 물건을 장춘에서 빼서 상해로 가는 것보다는 훈춘을 통해 나진으로 가는 게 훨씬 싸다."

 

- 광물자원 문제도 거론되는데.

"남북경협에서 가장 경제성이 있는 게 광물이다.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조문단으로 왔을 때, '중국이 다 사가는데 남북이 직접 광물자원을 거래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했다. 10·4선언에 남북한 광물자원 이용에 대한 부분이 있다.

 

북한과 경공업 분야 경제협력에서 8천만불을 지원하고 그 대가를 광물로 받기로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2007년에 현지 조사도 갔었다. 북한이 함남 단천항까지 철도를 놔 줄 수 있느냐고 했다.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물류수단 등에 대해 추가투자를 해야 하고, 그 지분까지 광물로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바뀌면서 추가투자를 허용하지 않아 무산됐다. 중국이 광물자원 독점권을 확보해가고 있는 상황인데, 노무현 대통령 때 광물자원협력 근거를 만들었지만 사실상 현 정부가 이를 포기한 것이다. 남북경협의 공백을 중국이 차지하는 것과 똑같은 양상이다. 중국이 다 차지하고 나면 우리 몫은 없는 것이다."

 

- 최근 중국의 모습은 북한의 안정을 우선하는 과거 기준으로 돌아온 것 같다.

"그렇다고 본다. 중국에서 대북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북중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번의 변화가 있었다.

 

북중관계는 분명히 과거의 혈맹관계와는 다르다. 중국도 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할 수 없고, 세대가 달라지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졌다. 1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결의안을 채택할 때, 중국 외교부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미주파와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아주파의 논란이 있었다. 올해도 장거리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에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모여서 대토론을 했고, 북한과의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북한을 설득하는 힘이고, 이것이 미중관계에서 중국의 입지를 넓히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북한의 정권이 안정되고 여기에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세계전략을 펴는 데 유리하다고 정리된 것 같다. 원자바오 총리가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하면서 북중 우호관계를 '대대손손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그 결과의 하나다."

 

"북중관계, 과거 혈맹 수준 아니지만 전략적 이해 딱 맞아"

 

- 북한도 중국과 거리를 두려고 했었는데.

"그냥 두면 중국의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남한과의 관계, 베트남과의 관계활성화를 통해 중국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달라졌다. 생존의 통로가 중국밖에 없게 된 것이다. 남북관계의 악화가 가져온 가장 중요한 변화다. 지금의 북중관계는 과거 혈맹수준은 아니지만, 전략적 이해가 딱 맞아떨어졌다.

 

노태우 정부 이후 한국 정부의 공식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기능주의적 접근방식이고, 그 핵심은 경제공동체건설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경제공동체건설의 기반이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결국 이명박 정부가 남북경협을 방치함으로써 민족경제공동체건설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 북한의 중국의존이 심화되는 것은 큰 문제지만, 북한 붕괴를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이 받쳐줘야 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북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경쟁관계라는 점에서 장단기 부작용이 굉장히 크다. 그래서 남북경협이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북핵의 역사를 보면 오히려 제재상황에서 북한의 핵능력이 더 커졌다. 임동원 전 장관이 핵무장화의 과정을 핵시설의 건설 및 가동(1단계)→ 핵물질 생산(2단계)→ 핵폭탄 제조 및 실험(3단계)→ 핵폭탄의 소형화·경량화와 미사일 개발 및 장착:핵무기화(4단계)→ 핵무기의 생산 및 배치:핵무장화(5단계)로 구분했다. 그러면서 북미 제네바 합의가 파기됐을 때 북한이 핵무장화의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라섰고, BDA(방코델타아시아은행)문제가 터졌을 때 핵실험을 하면서 3단계로 가속화했다고 설명하더라. 탁견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제재가 갖고 온 재앙적 결과라는 것이다.

 

이제 정말 중요한 건 시간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말한 대로 지금 기회를 잡지 않으면 핵무기화(4단계)와 핵무장화(5단계)로 가는 것이다. 제재를 통해 핵무기화로 질주하는 시간이 더 빨라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주제를 검증해 볼 생각이다."


태그:#김연철, #대중경제의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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