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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단법석 초청가수로 나온 이명우, 1977년 대학가요제에서 ‘가시리’로 수상을 한 가수가 노래를 하니 하유스님이 막춤을 춥니다. 출가수행자인 스님이 막춤을 추니 ‘예끼!’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돼지의 눈에는 돼지로 보이고,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로 보이 듯’ 보는 마음에 따라 달라집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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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떠올리면 숨 막힐 듯한 고요함 속에 뎅그렁 거리는 풍경소리, 구성진 목소리로 읊어 대는 독경소리가 먼저 연상 될 수도 있습니다. 법단에 올라 설법을 하고 계시는 스님의 모습은 근엄하기만 하고, 108배를 올리고 있는 불자의 뒷모습은 애절하게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괘불을 내걸고, 의식으로 예불을 올리는 야단법회 때야 더 없이 엄숙하고도 장엄하지만 이따금 벌이는 야단법석은 그렇지 않습니다. 굴레의 멍에처럼 질기게 매달려 있는 108번뇌쯤 깡그리 잊을 만큼 신명나는 한마당입니다.

2차 복원불사 회향식이 열리기 하루 전인 11일 저녁, 천년고찰 낙산사 경내에서 펼쳐진 야단법석이 그랬습니다. 초가을의 싸늘함이 어스름처럼 내리는 저녁 9시부터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야단법석은 한마디로 '근심 뚝!', '신명 펄펄'이었습니다.

산사에서 펼쳐지는 야단법석, 신명나고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산사에서 펼쳐지는 야단법석, 신명나고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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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기만한 경제에 고단해지는 삶, 삭막해져 가는 인심에 메말라 가는 인정, 억장을 짓누를 것 같은 이런 걱정 저런 근심 모두를 깡그리 잊게 할 만큼 신명나는 한 마당이었습니다.

스님이 행복의 방편으로 보여준 '막춤 법문'

초청가수로 나온 이명우, 1977년 대학가요제에서 '가시리'로 수상을 한 가수가 노래를 하니 하유스님이 막춤을 춥니다. 출가수행자인 스님이 막춤을 추니 '예끼!'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돼지의 눈에는 돼지로 보이고,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로 보이 듯' 보는 마음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른 곳도 아닌 산사에서 스님이 뭐가 부족하고 모자라 막춤을 추겠습니까. 오직 웃음, 함께 자리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환하게 웃게 하는 것이 그 자리에서는 최고의 법문이고, 우선의 가치이니 그랬을 겁니다.

▲ 이렇게 하는 것이 야단법석 사회자가 수행공간에서 결례를 하는 것은 아닐까를 걱정하니 낙산사 주지인 정념스님은 ‘이렇게 하는 것이 야단법석’이라며 격려하고,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추임새라도 넣듯 ‘더 재미난 시간을 보내라’고 인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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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수행자인 스님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중생들에게 보여주고 건네줄 수 있는 행복의 방편이기에 기꺼이 막춤을 추셨을 겁니다. 그게 보시며, 그런 보시를 건넬 수 있는 자리가 산사에서 펼쳐지는 야단법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야단법석

사회자가 수행공간에서 결례를 하는 것은 아닐까를 걱정하니 낙산사 주지인 정념스님은 '이렇게 하는 것이 야단법석'이라며 격려하고,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행복해 하는 마음에 추임새라도 넣듯 '더 재미난 시간을 보내라'고 인사합니다.

사람들은 맘껏 웃었고, 맘껏 웃는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니 그 시간 그 자리는 모두가 꿈꾸는 극락정토입니다. 산사에서 펼쳐지는 야단법석, 이렇게 신명나고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는 거, 뭐 별것 있습니까? 이렇게 사는 게 행복이고, 이렇게 사는 게 사람 사는 거지.


태그:#낙산사, #야단법석, #정념스님, #하유스님, #이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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