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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과 14일 양일간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시민단체들은 표집평가가 아니라 전수평가라는 의미에서 일제고사라고 부른다.

정부에서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실시하고 있다면서 전수 평가를 고집하고 있고, 전교조를 비롯한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들은 표집평가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일제고사 관련 13명의 교사들이 파면 해임되어 학교에서 쫓겨났고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일본에서 전후 최대의 압승으로 집권한 민주당은 전국학력조사라는 이름의 전국 성취도 평가를 표집평가로 전환한다고 지난 9일 카와바타 타츠오 문부과학성 장관이 발표했다.

영국에서도 이미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즈에서 전집방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인 SATS가 폐지되었고, 마지막 남은 잉글랜드에서도 중고등학교 SATS를 폐지하여 초등학교만 남았다. 그런데 지난 3월 영국의 최대 교원노조인 NUT와 교장단협회인 NAHT가 공동으로 초등학교의 SATS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하여 이마저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오바마는 일제고사 방식의 국가수준 평가에 대해서 강력한 개혁을 예고하고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 정부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의 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은 연방제 국가로 각 주마다 상당한 정도의 독립성을 가진다. 교육에 있어서도 거의 완벽한 수준의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있어 각 주마다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미국에서 국가 수준에서 시행되는 유일한 학업성취도 평가는 NAEP(National Assessment for Educational Progress)이다. 미국 플로리다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NAEP에 대한 안내를 통하여 미국 국가수준 성취도 평가의 실상을 알아보자.

"학부모 학생에게 평가 거부권을 고지하고 현황 교육청에 보고할 것"

플로리다 교육청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주의 교육청 홈페이지에 가면 NAEP에 대한 안내를 별도로 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외에 각 주별로, 또는 지역구별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별도로 실시하기도 하는데 내용이나 형식이 천차만별이다.

미국 플로리다주교육청 홈페이지(www.fldoe.org)에 가면 국가수준성취도 평가인 NAEP에 대한 각종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평가를 설명하는 PPT와 PDF 파일로 만들어진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통하여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제고사의 모델이라고 하는 미국 플로리다주교육청 홈페이지에 가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NAEP)에 관한 각종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와는 너무 다르다.
 우리나라 일제고사의 모델이라고 하는 미국 플로리다주교육청 홈페이지에 가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NAEP)에 관한 각종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와는 너무 다르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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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육청 평가 담당자(NAEP coordinator)가 교장과 학교 평가 담당자에게 보내는 편지(공문)이다.

위의 자료 ①이 플로리다 교육청 학업성취도 평가 담당자가 각 학교의 교장에게 NAEP와 관련하여 설명하고, 할 일을 정리해서 보낸 편지이다. 이를 클릭해서 다운로드를 받아보면 그 내용은 우리와는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교육청의 성취도평가 담당자가 교장에게 보내는 편지(공문)로 국가수준성취도 평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더불어 학교장이 할 일을 리스트로 정리하고 있다. 학교장이 반드시 학부모와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안내 편지를 보내고 이를 확인하여 보고하고, 서면으로 시험 참가 거부서를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
 주교육청의 성취도평가 담당자가 교장에게 보내는 편지(공문)로 국가수준성취도 평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더불어 학교장이 할 일을 리스트로 정리하고 있다. 학교장이 반드시 학부모와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안내 편지를 보내고 이를 확인하여 보고하고, 서면으로 시험 참가 거부서를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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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이 할 일을 리스트로 정리하고 있는데, 날짜와 학교 이름이 찍힌 학부모(보호자) 안내 편지를 반드시 보내고 복사해 둘 것, 학부모(보호자) 편지를 받은 학생들이 안내 편지를 받았다는 것을 서명하도록 할 것, 학부모들의 시험 거부 현황(시험 거부는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 함)을 목록으로 정리할 것, 마지막으로 지역 교육청에 이 편지의 복사본을 팩스로 보고할 것 등이다. 학부모에게 시험 참가 거부권을 안내하고 거부서를 받으라고 하는 점에서 우리와는 너무도 다르다.

플로리다 주교육청 홈페이지에 탑재된 자료 ②는 교장이 모든 학부모 또는 보호자에게 NAEP와 관련하여 보내는 편지이다.

교장이 국가수준 성취도 평가 관련하여 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를 홈페이지에 탑재해 두고 있다.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이 평가에 참가하기를 원하지 않으면 그냥 서면으로 이를 학교에 통보하기만 하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교장이 국가수준 성취도 평가 관련하여 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를 홈페이지에 탑재해 두고 있다.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이 평가에 참가하기를 원하지 않으면 그냥 서면으로 이를 학교에 통보하기만 하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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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의 내용은 우리 학교와 귀하의 자녀가 NAEP 샘플로 선택이 되었으니 참가에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학생이 이 평가에 참가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서면으로 거부서를 작성하여 마감 날짜까지 제출하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③은 역시 NAEP와 관련하여 교장이 학생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국가수준 성취도 평가에 샘플로 채택이 되었으니 시험에 참가해 달라는 내용이다. 물론 시험 참가를 원하지 않는다면 시험에 참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다만, 학생의 참가율을 높이기 위하여 이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설명하고 학생에게 적당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 등을 별도 자료를 통하여 안내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교육청은 교장이 학생에게도 국가수준성취도 평가 시험 관련하여 안내 편지를 보내도록 하고 있다. 그 내용은 샘플로 선택된 시험에 참가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과 더불어 시험을 대비하여 공부할 필요도 없고, 성적표도 없으며 학교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별도의 자료를 통하여 참가하는 학생들(성취도 결과가 아님)에게 피자 파티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교육청은 교장이 학생에게도 국가수준성취도 평가 시험 관련하여 안내 편지를 보내도록 하고 있다. 그 내용은 샘플로 선택된 시험에 참가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과 더불어 시험을 대비하여 공부할 필요도 없고, 성적표도 없으며 학교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별도의 자료를 통하여 참가하는 학생들(성취도 결과가 아님)에게 피자 파티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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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로 지역이나 학교 행사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거나 피자 파티를 열어주는 등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은 학생의 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서 교사나 학생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참가 학생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성취도 평가 결과는 완벽하게 비공개를 유지하며, 학생들에게는 성적표를 나누어주지도 않으며, 학교 성적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시험을 대비하여 별도로 공부를 할 필요도 없음을 안내하며, 그러나 시험에는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런 플로리다 교육청의 조치는 시험 결과를 성적에 반영하겠다는 둥, 결과에 따라서 상품권을 주겠다는 둥, 시험을 대비하여 미리 예상문제집을 풀고 보충수업까지 시키는 우리나라의 파행 사태와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 새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도대체 학업성취도 평가의 모델이라고 하는 미국에서 우리 교과부는 무엇을 배운 것일까?

마지막 ④는 학교장이 학생의 학부모(또는 보호자)에게 NAEP 관련 안내 편지를 보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작성하는 문서 서식이다. 여기에는 학교 이름을 확인하고, 학부모 편지를 보낸 날짜가 적혀 있는지, 교장 사인이 되어 있는지, 학교 이름이 편지 머리에 고정으로 들어있는지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학부모가 받은 날짜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성취도 평가와 관련하여 학교장이 학부모 서신을 제대로 보냈는지를 확인하는 서식이다. 학교 이름과 보낸 날짜, 학교장 사인 등을 반드시 넣어서 보내고 받은 날짜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성취도 평가와 관련하여 학교장이 학부모 서신을 제대로 보냈는지를 확인하는 서식이다. 학교 이름과 보낸 날짜, 학교장 사인 등을 반드시 넣어서 보내고 받은 날짜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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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교에 이렇게 학부모에게 제대로 안내 편지를 보냈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이와는 완전히 반대로 학부모에게 시험을 안내하고 시험거부권에 대해서 안내한 교사들이 벌써 13명 파면 해임을 당했다.

파국 막을 유일한 길은 표집평가 전환과 법 개정

우리나라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초등부터 고등학교까지 일제고사를 고집하는 나라이다.

우리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었던 미국은 지금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집평가이며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준다. 모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개별적으로 거부권을 안내하는 편지를 보내고 아무런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이제 우리 정부는 말로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지 말고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평가로 전환하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마땅하다. 국회에 민주당 최재성, 김춘진 의원안,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안 등이 제출되어 있다. 우리 정부의 모델이라고 하는 미국과 영국, 일본이 그렇게 하고 있다.

더 무엇을 기다리고 얼마나 더 갈등을 겪어야 바꿀 것인가?


태그:#일제고사, #학업성취도 평가, #미국 플로리다, #시험 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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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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