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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회가 국감으로 시끌하다. 그 중의 하나가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리는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논란이다. 감사원이 4대강 정비사업의 감사를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수자원공사가 8조 원이 드는 이 사업을 맡지 않겠다는 초기 문건이 나오는가 하면, 토지보상비 산정이 늘어났다는 국토해양부의 내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는 등 4대강 정비사업은 국회의 도마 위에, 아니 국민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간 몇 가지 요란한 말잔치를 제외하고 국민을 속인 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국가재정법상 500억 이상 국책사업이면 검토해야할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에서도 무려 22.2조 원이 드는 4대강 사업은 제외되었고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초안) 등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있는 이 날림의 사업이 그냥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정비사업을 기후변화 시대에 무슨 대단한 수자원관리정책인양 UN연설의 상당부분을 할애하기도 하였다. 문제점 지적에는 모르쇠고 일방적인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그것도 국제무대에서까지 말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께 꼭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선진국 중 기후변화시대에 수자원관리정책의 핵심이 강바닥을 파고 보(댐)을 채곡 채곡 쌓는 나라가 있는지 궁금하니 설명을 부탁드리고 싶다.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 답변에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오의 말을 인용하기까지 하면서, 4대강 사업을 하고 나면 수량이 많아져 수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글쎄, 수량이 많아진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수질이 좋아진다는 것은 인정하기가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 많아진 물이 과연 깨끗한 물이냐 또는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만약 환경부가 강바닥을 파고 강물을 막아서 수질이 좋아진다고 하면 이에 대한 자료를 세세하게 전면 공개해야 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수질 모의실험을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좋아진다'는 결과만 보았을 뿐 어떻게 가능하다는 내용은 없다. 그런데 국민의 식수원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무턱대고 동의하라는 것인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출처 :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 국토해양부. 2009
 출처 :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 국토해양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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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4대강 정비 사업을 진행하면 수질이 왜 위협받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테니, 속 시원한 해답을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잘 알다시피 4대강 정비사업 중 낙동강 정비사업의 계획을 보면 다른 강에 비해 가장 환경적인 파괴와 훼손이 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 준설량이 4.4억㎥로 4대강 전체 준설량 5.7억㎥의 무려 77%를 차지한다. 이 준설량은 낙동강 전체 강바닥을 평균 최심하상고(가장 수위가 낮은 지점) 기준 6~7m를 파야만 가능한 양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더 쉽게 계산하면 낙동강 하구둑에서 안동댐에 이르는 334㎞ 전 구간에서 평균 200m 넓이로 깊이 약 6.6m를 파야 그만큼의 준설량이 나온다. 또한 본류의 보(댐)이 공식적인 자료에 8개, 추가 3개 등 총 11개의 보(댐)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 높이도 최소 6m~최대 13m까지 계획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강에는 이런 높이의 보는 아직 없다. 이 계획대로라면 낙동강은 약 30㎞마다 흐르는 강이 차단되는 꼴이 된다. 4대강 정비사업이 정부의 원안대로 끝나면 낙동강을 과연 강이라고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출처 : 환경부 수질 측정자료(water.nier.go.kr) . 2009
 출처 : 환경부 수질 측정자료(water.nier.go.kr) .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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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현재 낙동강의 수질 상황을 알아보자. 전체적으로 보면 낙동강 본류 수질은 상류지역은 양호한데 반해 구미를 기점으로 수질이 점차 악화된다. 왜냐하면 구미지역부터 상당한 양의 오염원이 유입되거나 수질이 좋지 않은 지천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위 표에서 확인되듯 구미 상류지역의 낙동강 원수는 '하천수 생활환경기준 매우 좋음(Ia등급. BOD 1.0이하)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구미 지점부터는 달라진다. 구미공단에서 나오는 공장폐수와 칠곡군 골재채취로 인한 탁수 유입 등으로 수질이 악화된다. 이와 더불어 대구시 강정취수장에 설치되어 있는 보에 의해 강물의 유속이 정체되면서 수질이 악화된다. 그토록 이명박 정부가 건설하기를 희망하는 보가 수질오염의 한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후 낙동강 수계 중 수질이 가장 좋지 않은 금호강과 성서공단 폐수 등이 유입되면서 화원나루-고령-현풍 지점의 낙동강은 전체 구간 중 가장 수질이 나쁜 구간으로 떨어진다. 이 지점은 과거 무수한 골재채취로 인해 하천의 통수공간은 넓어졌으나 유속은 정말 느린 지역이다. 다음으로 수질이 양호한 회천과 황강을 만나 오염이 희석되면서 수질이 점차 회복된다. 이런 흐름을 보면 낙동강 수질이 왜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국립환경과학원 물 환경정보시스템 자료 재가공, 생태지평. 2009
 출처 : 국립환경과학원 물 환경정보시스템 자료 재가공, 생태지평.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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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은 유입되는 지천의 수질과 공장폐수 등에 의해 수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위 그래프는 상류지역인 영강에서부터 하구둑에 이르는 구간 중 유입되는 주요 하천의 수질 현황이다. 우리가 주목해 볼 지점은 거의 모든 시기에 낙동강 주요 지천인 백천, 금호강, 진천천, 회천, 남강, 밀양강, 양산천의 수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대구지역 주요 유입하천이며 성서공단과 대구지역 생활폐수가 유입되는 진천천은 2008년 5월에 월평균 BOD(㎎/L) 기록이 8.4에 이르렀다. 이 정도면 생활환경기준으로 나쁨(V) 등급이며 과량의 용존산소를 소모하는 오염물질이 있어 물고기가 드물게 관찰되는 빈곤한 생태계로 산책 등 국민의 일상생활에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는 한계이며, 특수한 정수처리 후 공업용수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BOD 기준 월평균이 아니라 연평균으로 살펴보아도 진천천(3.4) 남강(3.3) 양산천(3.8) 모두 생활환경기준으로 보통(III) 등급에 해당하는 수질이다.

이렇듯 낙동강 주요 지천은 낙동강 본류 수질에 상당한 영향을 주며, 도심의 생활 하수 및 공장 폐수 등에 의해 수질이 나빠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이런 상황을 도외시하고 낙동강 본류를 파고 보를 설치하는 것으로 과연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조건에서 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우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낙동강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상류 화회보나 구담보를 제외하고도 8개의 보를 신축 및 증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낙동강 본류가 영강과 합수되는 지점부터 시작하여 영강(이안천) 다음에 상주보가 들어서고, 병성천과 위천6 다음에 낙단보와 구미보, 감천2와 구미공단 다음에 칠곡보, 백천 다음에 강정보, 금호강 6과 진천천 다음에 달성보, 회천2 다음에 합천보, 황강3과 남강4 다음에 함안보, 밀양강3과 양산청3, 하구둑 순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낙동강에 건설하는 8개의 보는 유입되는 지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이게 된다. 유입되는 지천의 수질에 크게 영향을 받는 낙동강에 보를 건설하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진다.

출처 :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정보시스템 자료 재가공, 생태지평. 2009
 출처 :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정보시스템 자료 재가공, 생태지평.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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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도표에서 확인되듯이 건설 예정된 상주보 및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보에 이르는 중·상류 구간에 유입되는 지천은 일부 갈수기를 제외하고 안정적인 수질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후 달성보 및 합천보와 함안보가 건설 예정인 구간의 유입 지천의 수질 변동 폭은 매우 크다.

금호강과 진천의 경우 시기에 따라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으로 1.0~8.0이 넘는 편차를 보이고 있으며, 함안보 상류지역인 남강의 경우 1.5~7.0의 편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낙동강 상류 지역인 이안천의 경우에도 2008년에 시기에 따라 0.4~4.1까지 최대 10배에 이르는 수질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지천의 수질영향이 절대적으로 미치는 낙동강에 보를 건설하여 본류가 호소화되면서 하류지역은 물론 수질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중․상류지역 조차도 유입 지천의 수질 변동에 따라 수질 오염이 불가피할 것이다.  

출처 : 낙동강 보건설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평가, 김좌관. 2009
 출처 : 낙동강 보건설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평가, 김좌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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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낙동강은 보 건설로 정체화되면서 호소로 변해 수질이 악화된다. 이와 관련하여 부산대 김좌관 교수는 안동댐에서 하구둑까지 물이 흐르는 시간이 현재 18일에서 보 건설에 의해 약 191일로 늘어나게 된다고 발표하였다. 유하시간은 현재 건기 유하시간 18.347일에서 185.8일로 10.13배의 체류시간이 증가되고 조류성장 등으로 인한 부영양화가 발생하여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호소화된 낙동강은 기준치(0.05 mg/l)보다 높은 인 농도로 인해 조류번무현상을 크게 야기 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1987년 11월 완공된 낙동강 하구둑은 완공 후 7개월 만에 물의 흐름이 차단됨으로서 낙동강 하류지역의 물이 적갈색으로 변하는 등 부영양화가 발생하였다. 물의 투명도는 1m도 채 되지 않았고, 저층에는 무산소 상태가 되어 물고기가 죽어 허옇게 뒤집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이후 낙동강 하구둑은 원래 목적이었던 용수확보를 포기하고, 밀물 때 수문을 닫아 바닷물 역류만 차단한 채 하루 두 번씩 썰물 때 수문을 열어 오염된 물을 방류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정부의 계획대로 보와 준설 중심으로 낙동강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유입하천의 수질 영향과 본류의 느려진 체류시간으로 인한 정체현상 때문에 심각한 수질오염을 야기시킬 것임이 자명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막연한 기우라고 보는가?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이후 수질예측 결과와 관련하여 그 어떤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식수원으로 이용되는 강에 국민의 혈세로 수질 오염을 유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국민들은 가장 관심이 많은 수질 예측 결과를 검증해볼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조차도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수질예측 결과를 정부가 제시하고 있다.

출처 : 환경부 자료 재가공, 생태지평. 2009
 출처 : 환경부 자료 재가공, 생태지평.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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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도표는 4대강 정비사업이후 정부가 제시한 2012년 수질예측 결과내용에 2007년과 2008년 수질자료를 추가한 것이다. 환경부는 2009년 6월에 수질예측자료를 발표하면서 가장 최근의 수질측정인 2007년과 2008년 수질 자료는 뺀 채 2006년 수질과 2012년 수질을 비교하였다. 환경부가 비교하지 않은 2007년 2008년 수질과 비교하면 2012년 수질예측은 안동, 예천, 상주, 산곡 등에서는 수질이 악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최근 자료를 나두고 왜 2006년과 비교했을까? 2006년과 비교하면 누가 봐도 4대강 정비사업 이후 2012년 수질은 좋아진다는 수치로 해석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데 이 내용이 <한겨레신문>(7월 1일자) 등에 의해 보도되자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오염원자료를 정리·확인해서 실제로 수질모델링에 사용하는데까지 통상 1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2006년 자료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질예측모델링에 대한 과학적 이해 없이 모델링 결과를 실제 수질과 단순 비교한 것은 국민들에게 혼돈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따끔한 훈계를 마다하지 않았다.

묻고 싶다. 글쎄 누가 국민들에게 혼돈을 주는지 말이다. 그러면 환경부가 해명한 대로 오염원자료를 정리·확인하면 2007년 2008년 현재 수질이 바뀌는 것인가? 아니면 2012년 수질이 2007년 2008년 수질보다 확연히 좋아지는 것인가? 과학적 이해 부족을 논할 것이 아니라 먼저 신뢰할만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참고로 환경부가 수질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4대강 본류에 20여개가 넘는 보(댐)을 만들고, 준설로 수체적을 키운 상황에서 수질과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유속 변화에 대한 자료부터 공개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정비사업과는 무관하게 환경부가 세운 수질목표를 대부분 지역에서 이미 달성했거나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터무니없이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4대강 사업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이명박 정부에게 진정으로 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박진섭 기자는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공동 집행위원장이자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입니다.



태그:#4대강죽이기,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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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 부소장입니다. http://ecoi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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