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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의 "북한의 목표는 적화통일이고, 핵무기는 남한을 겨냥한 것"(18일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이라는 발언에 대해 "어리석은 반공사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의 "북한의 목표는 적화통일이고, 핵무기는 남한을 겨냥한 것"(18일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이라는 발언에 대해 "어리석은 반공사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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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원은 29일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의 "북한의 목표는 적화통일이고, 핵무기는 남한을 겨냥한 것"(18일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이라는 발언에 대해 "어리석은 반공사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한 뒤 "바깥의 (대북)전문가들이 얼마나 비웃겠느냐"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유 장관을 비롯해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통일-외교안보라인에 대해 "어떤 누구도 이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하는 참모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또 자신이 NPC 강연을 통해 제안한 '오바마-김정일 정상회담'도 실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노력에 따라 정상회담 '시점'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 그랜드 바겐 하려면 남북 대화 즉각 복원해야"

그는 "북미정상회담은 단순한 회담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60년을 기다려 온 '탈냉전' 정상회담"이라며 "오바마-김정일의 만남은 한반도의 냉전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오바마-김정일 회담을 정확히 어느 시점이라고 말하지는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2010년 언저리에 이뤄질 수도 있고, 또 이뤄지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최근 미국이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을 철회하는 등 세계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시 정부에 비해 오바마 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또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이 성공하려면 끊어진 남북 대화부터 복원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랜드 바겐을 북핵 해결의 '출구 전략'으로 규정한 그는 "남북 대화가 입구인데, 입구에 들어가지도 않고 어떻게 출구 전략을 말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무소속 정동영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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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통령이 북핵 해결과 관련해 '그랜드 바겐'을 제의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비판만 하지 않겠다. 비판보다 이를 실현하는 쪽으로 말하고 싶다. 그랜드 바겐은 북핵과 관련된 출구 전략이다. 그런데 이미 출구 전략은 9·19 합의에 잘 정리돼 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출구 전략만 이야기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입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입구는 남북 대화를 즉각 복원하는 거다.

또 포괄적 타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게 그랜드 바겐으로 가는 길이다. 이 대통령처럼 출구전략만 얘기하고 입구에 들어갈 생각을 안 하면 외교가 아니다. 정치다. 오바마, 김정일, 하토야마 ,후진타오 모두 외교로 북핵을 해결하려고 한다. 이 대통령이 그랜드 바겐이라는 결승점에 대해 얘기했는데, 결승점에 가기 위해서는 외교를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유명환 외교부장관이 적화통일 운운한 것은 어리석은 반공사상이다. 바깥 전문가들이 얼마나 비웃겠나."

- 대북 문제를 풀어가려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 의원이 유명환 장관 문제를 지적했는데, 외교안보 혹은 대북라인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두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첫째는 한반도, 북핵 문제가 누구의 것이냐는 점이다. 미국? 중국? 북한의 문제? 아니다. 우리 문제다. 그런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 북핵이 우리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현 정부에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벤치에 앉아있으면 안 된다. 우리가 벤치에 앉아서 그랜드 바겐 하라고 말할 처지인가. 일어서서 주전선수로 뛰어야 한다. 우선 운동장에 들어가고, 후보가 아닌 주전선수가 돼야 한다.

둘째로 정책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지금 대북, 외교안보팀 어떤 누구도 이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하는 참모가 없는 것 같다. 당 태종 이세민이 한 얘기가 있다. '도오선자 시오적(道吾善者 是吾敵), 도오악자 시오사(道吾惡者 是吾師)'. 늘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적이고,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스승이라는 뜻이다. 이런 참모가 있어야 정권 내부에서도 토론이 된다."

-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대북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특사는 전적으로 대통령 뜻에 달렸다. 하지만 이 정권이 출범해서 오늘까지 공식 대화가 없다. 유일한 대화가 DJ 조문특사단이 청와대에 간 것이다. 그건 돌발적인 일이다. 남북 대화의 핵심은 총리 회담, 장관급 회담이다. 총리 회담이든 장관급 회담이든, 대화하자는 결심이 중요하다. 특사는 그 다음 얘기다. 일단 대화가 돼야 한다. 결심만 서면 당장이라도 남북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

- NPC 연설 '제3지대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정 의원이 처음 제안한 것인가.
"그렇다. 현실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 개혁, 경제위기 등 국내 이슈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이를 제쳐두고 평양으로 몸을 빼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국내 문제가 정리되기만 기다리다가는 실기한다. 김정일도 마찬가지다. 만약 못 기다리겠다면 제3국에서 만나면 된다. 우리도 지난 2차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남한도 북한도 아닌 블라디보스톡에서 만나자는 얘기가 나온 적 있다. 다만 그때는 민족 문제니까 어떻게든 한반도 내에서 만나자는 얘기가 대세였다."

"김정일, 오매불망 오바마 만나길 희망하고 있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
 무소속 정동영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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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정상회담이 실현되리라고 낙관하나.
"낙관하는 게 아니라 갈망이고 염원이다. 북미정상회담은 단순한 회담이 아니다. 우리 민족이 60년을 기다려 온 '탈냉전 정상회담'이다. 오바마-김정일의 만남은 한반도의 냉전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60년 묵은 냉전의 제방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김정일 회담을 우리가 팔짱끼고 기다리면 안된다. 오바마-김정일 회담을 정확히 어느 시점이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2010년 언저리에 이뤄질 수도 있고, 또 이뤄지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김정일은 오매불망 오바마를 만나기 희망한다. 이제 6·25를 끝내고 적대관계를 청산하자는 것이다."

- 오바마 대통령은 주례 연설을 통해 '북한이 새로운 방향으로 틀도록 동맹국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압박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다고 보나.
"미국의 정책 결정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게 여론이다. 하지만 미국 여론은 북한에 부정적이다. 의회에도, 민주당에도 대북강경론자가 더 많다. 미국은 동맹국 처지도 고려해야 하는데, 바로 얼마 전까지도 미-일, 한-미동맹이 일치해서 북한을 제재하라고 압박했다. 오바마가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하지만 저류를 봐야 한다. 핵심은 MD 계획이다. 미국은 최근 체코와 폴란드에서 MD 계획을 포기했다. 부시 정부와 180도 다른 정책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협력도 얻어냈다. 동아시아 MD를 재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동아시아 MD가 수정되면 중국이 대환영할 것이다. MD 계획 수정의 저류에는 북한 문제를 풀겠다는 뜻이 있다. 부시 정부에서는 MD 계획을 수정하거나 철회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오바마 정부의 북한 제재론은 현상적으로는 부시와 같아 보이지만, 부시의 북한 제재론은 MD 계획을 미국의 이익이라고 보는 견해였고, 오바마 북한 제재론은 '핵 없는 세계'를 미국의 이익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세계 전략이 바뀌었다. 부시는 이라크 들어갔는데 오바마는 이라크에서 빠지지 않았나. 분명한 것은 부시 정부에 비해 오바마 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180도 다르다고 본다."

- 미국의 변화에 따라, 최근 북한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 같다.
"엊그제 북한이 헌법을 수정했다. 공산주의라는 말을 뺐다. 인권 존중이라는 말도 들어갔다. 국제사회 일원으로 참가하기 위한 준비작업의 한 방안이라고 본다."

-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개성공단도 어려움에 빠졌다. 변화무쌍한 남북의 정치와 상관없이 개성공단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방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일단 핵 문제가 풀리면 개성공단도 불안에서 풀려난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음으로는 남북 당사자가 개성공단을 특별평화구역으로 지정하는 거다. 개성공단을 북핵과 분리하는 선언이 필요하다. 한반도 정세가 악화돼도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알아야 할 사실은, 개성공단은 대북사업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돕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우리 중소기업을 돕는 프로젝트다. 또 한국인의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는 개성공단을 사례로 들어 8시간 가르친다. 독일 통일의 기초를 닦은 빌리 브란트 전 총리의 수석 보좌관 에곤 바르를 만나 개성공단 얘기했더니 무릎을 치더라. 한국은 그 길을 따라 가면 된다고 감탄했다. 만약 오바마-김정일 회담이 성사된다면, 개성공단을 더 확장해야 한다. 여러 개의 개성공단을 만드는 거다. 그게 윈-윈 전략이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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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동영, #북핵, #김정일, #오바마, #유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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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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