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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광고는 쌈짓돈"
"정부광고도 지역차별 심각"
"조·중·동 편중...차라리 할당제로 해라"

바야흐로 국정감사(이하 국감) 시즌. 서열을 매긴 계량화된 자료들이 일찌감치 공개되면서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국감이 시작되면 누구보다 신나는 건 언론사들이다. 피감기관들에겐 피 말리는 계절이지만 특종에 늘 목말라 하는 언론사들은 다시없는 기회로 여기고 있기 때문. 

그래서 보도경쟁 또한 치열하다. 지나친 보도경쟁은 스포트라이트에 늘 목말라 하는 정치인들의 '폭로전' 불쏘시개가 되기 쉽다. 그런데 올해는 국감이 시작되기도 전에 지역 언론계가 잔뜩 부어있다. 무엇 때문일까. 여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 후 가시방석 같은 심기를 또 건드린 건 정부다. 

조영택 의원 "정부광고 지역차별 심각, 옥외광고 광주 0.006% 불과"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공개한 지역 일간지들의 정부광고현황 자료 일부.
▲ 정부광고 집행현황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공개한 지역 일간지들의 정부광고현황 자료 일부.
ⓒ 조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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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신문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주범은 정부광고다.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데다 서울의 과점 보수신문에 집중된 자료가 국감 시작도 전에 공개됐다. 민주당 조영택 의원(광주 서구갑)의 정부광고 현황에 관한 자료가 공개되면서 가뜩이나 판매·광고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신문들은 원망과 비난, 자괴감으로 뒤범벅됐다.   

조 의원은 "지난 24일 정부광고를 대행하는 <한국언론재단>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8월말 현재 지역 일간지들의 정부광고 중 호남지역 신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광고를 '쌈짓돈'에 비유하면서 "상위 50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정부광고 집행실적 가운데 8월말 현재 전체 집행액 300억 2100만원 중 광주․전남은 2개사(광주일보·전남일보)에 5억6360만원으로 가장 낮은 1.9%에 불과했다"며 "전북의 경우도 3개사(전북일보·전북도민일보·전라일보)에 7억8586만원(2.6%)이 배정돼 다른 지역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에 반해 수도권은 17개사 96억 806만원(32.0%), 대전․충남북 11개사 62억 2857만원(20.7%), 부산․울산․경남 8개사 60억 5880만원(20.2%), 대구․경북 7개사 46억 187만원(15.3%), 강원 2개사 21억 7474만원(7.2%)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 일간지 중 <매일신문>이 14억 3370만원으로 가장 많이 배정됐으며, 다음으로 <부산일보> 12억 6621만원, <경남신문> 12억 2982만원 순으로 드러났다.

옥외광고 역시 지역차별이 심각했다. 조 의원은 "8월말 현재 총 집행액 319억 2200만원 중 56.9%인 181억 5300만원이 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광주는 0.006%인 200만원만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옥외광고의 수도권 집중은 해마다 반복된 것으로, 지난해에도 총 집행액 484억 9000만원 중 65.5%인 317억 5700만원이 집행됐다"고 주장했다.

"정부광고, 조중동 30% 집중... 경향·한겨레 등 비판신문은 축소"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공개한 서울 일간지들의 정부광고 현황 자료.
▲ 조중동, 정부광고 편중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공개한 서울 일간지들의 정부광고 현황 자료.
ⓒ 조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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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발행되는 일간지의 경우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에 대한 정부광고 편중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의원은 "8월말 현재, <동아일보> 49억6100만원, <조선일보> 44억 2500만원, <중앙일보> 42억 4500만원 등 모두 136억 3100만원의 정부광고가 집행, 중앙일간지 정부광고 458억 5800만원 중 39.7%를 차지했다"면서 "이는 지난해 26.5%보다 더 늘어난 금액이다. 참여정부 마지막해인 2007년에는 130억 5000만원으로 21.8%였지만 무려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8월말 현재 모두 합쳐 43억5000만원으로 9.5%의 정부광고가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신문은 2007년에 11.7%였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해 10.7%에서 올해는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 외에도 조 의원은 "인터넷매체의 경우 마치 정부의 쌈짓돈처럼 정부광고가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복수의 포털 검색사이트에서 확인한 결과, 홈페이지조차 없는 3개의 인터넷신문에 1억 9500만원, 6000만원, 5038만원 씩 집행됐다"고 공개했다.

그는 "업체 스스로 광고대행업계 1위라고 주장하는 D업체에 4억 1900만원의 정부광고가 집행됐지만 웹사이트 분석 사이트인 랭키닷컴에 확인한 결과 9월 21일 현재 이 업체의 광고대행사 분야 검색순위는 30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업체는 작년에도 정부광고 4억 8400만원을 배정받아 정부광고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국무총리 훈령을 근거로 집행되는 정부광고는 문화부장관이 조정하고 광고매체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으나(훈령 제6조), 실제로는 광고주인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전적으로 결정하는 등 제도운용상 허점이 많다"며 "정부광고 대행기관인 <한국언론재단>에 의뢰서도 제출하지 않은 채 해당 기관과 업체간 '직거래'함으로써 정부광고의 투명성을 해치는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조 의원은 "국민의 혈세를 재원으로 하는 정부광고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광고와는 매체선정과 배정방식을 근본적으로 달리해야 한다"며 "매체별 균형과 지역간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보소외지역이나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에 대한 배려가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 정기국회에서 문제점을 집중 추궁하는 한편, 제도보완을 위해 '정부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에 집중되면 여론시장 다양성 위축... 할당제 도입을"
  
<전북도민일보> 25일자 1면.
▲ 정부광고 할당제 도입을... <전북도민일보> 25일자 1면.
ⓒ 전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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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지역신문들이 잔뜩 화가 났다. 이 문제를 최근 논란이 거센 ABC제도와 연계해 "정부가 신문을 길들이기 위한 게 아니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전국지방신문협의회(회장대행 박성규 중부매일 회장)는 24일 전북 전주코아리베라호텔에서 간담회와 세미나를 열고 정부광고의 할당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광고 집행이 광고 집행 효율화를 명분으로 시장경제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전국 21개 지역 신문사로 구성된 지방신문협의회는 '정부광고와 연계한 ABC제도'를 주제로 이날 세미나를 열고 ABC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방안도 모색했다. 협의회 소속 회원사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ABC(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 제도의 공식적인 시행에 앞서 '지방신문에 대한 정부광고 할당제 도입'과 '지방신문 지원 육성책 마련'을 정부에 건의키로 결의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덕모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 광고액은 연간 2500억원으로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규모로 미미하지만, 정부가 인쇄매체에 대한 최대 광고주라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크다"며 "특히 ABC참여 인쇄매체에 대한 정부의 차별된 장려정책에 대해 'ABC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필요하다'와 '지방신문이 입게 되는 심각한 타격으로 인해 민주주의 여론 다양성이 위축될 것이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나선 지역신문 관계자들은 "정부광고를 미끼로 던져놓고 정부가 신문사의 부수 공개를 몰아붙이고 있다"며 "정부광고로 언론사를 쥐고 흔들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들은 또 "정부광고가 일부에 집중되면 여론시장의 다양성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정부광고가 특정 매체에 편중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 정부 들어 과점 보수신문에 정부광고가 집중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광고로 보도 내용에 영향을 미치려는 게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 및 세미나에는 <강원도민일보>, <경기일보>, <경남도민일보>, <광남일보>, <광주매일>, <기호일보>, <남도일보>, <대구일보>, <무등일보>, <전남일보>, <전남매일>, <전북도민일보>, <중도일보>, <중부매일>, <한라일보> 등이 참석했다.


태그:#정부광고, #지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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