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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영화 <블랙>을 보러가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몇 달 전에 우연히 무료로 보았다. 번역을 '개똥이아빠'라는 분이 소신껏 하긴 했지만 실제로 주인공이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막의 문장이 큰 비중을 갖고 영화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주인공 미셸은 인도의 부유층 자녀로 시각장애와 청각장애의 중복장애인이다. 그래서 몸에 방울을 달고 존재감을 알렸다. 부모는 그녀를 시설에 보내려고 했지만 그녀의 엄마는 완강히 거부했고 개인가정교사를 구하였다.

 

마치 인도판 헬렌 켈러를 보는 것 같았지만 결과로서의 미셸은 대학을 졸업하는데 12년이 걸렸다. 12년의 인고의 시간끝에 마침내 졸업을 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지만 그것이 인도라는, 느림이 오히려 미학이 되는 세상에서의 실화일 뿐이다.

 

우리 한국에서의 장애학생들은 개인가정교사를 구할 능력도 없고 힘들게 대학을 갔다고 해도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자살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갖은 역경끝에 대학을 졸업하는 경우도 많지만 10년에 걸쳐서 졸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화 제목의 블랙을 두고 주인공 미셀은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해 모두가 검지만 사하이란 가정교사를 만나 검은색의 새로운 의미인 성취의 색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검은색은 성취의 색이기도 하고 모든 것을 내포하는 색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검은색보다 하얀색을 선호한다.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꿈과 희망의 한 마당이기 때문이다.

 

배움에 대한 강렬한 욕구와 의지로 장애를 극복하고 졸업한 미셀이 공부를 시작하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사하이 선생님의 지화에 의지하여서이고 가족들의 물심양면의 지원이다.

 

이것은 사하이같은 가정교사나 지원해주는 좋은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많은 인도 장애인들은 공부를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각장애를 위한 점역교재서비스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서비스가 전혀 제도적인 관점에서 고려되고 있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미셀이 이렇게 제한된 중복장애환경에서 사하이선생이 아니더라도 좀 더 효과적인 공부방법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하였으면 하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복지와 교육권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는 우리나라도 아직 교육활동보조서비스가 시작단계이고 서비스시간이 부족하다.

 

주인공 미셀처럼 헌신적인 가족과 사하이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장애인은 공부를 못한 아픔에 간절한 소망으로 월세도 제대로 힘겹게 내며 운영하거나 천막장애야학교로 몰린다.

사하이 같은 가정교사와 경제력을 갖춘 가족이 없더라도 주인공이 성취하는 새로운 블랙을 기대하고 싶다.


태그:#영화, #장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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