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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티벳하면 고산지대를 바로 연상한다.

베네수엘라에서 시작하여 라틴 남미 땅끝 알헨티나, 칠레에 걸친 안데스 산맥군들도 고산지대가 많다는 주지된 사실이다.

 

이제 다음주면 5번째 남미의 티벳이라 일컬어지는 볼리비아 입성을 앞두고 올 1월에 뿌노(Puno)에서비자 받는 절차에 자존심 상해 볼리비아를 들어가지 않고 모께구아(Moquegua)또는 따끄나(Tacna)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 한 여름에 만난 눈보라 사건이 떠올라 여기에 짤막히 올려본다.

처음에는 이런 풍경이 계속되는 뿌노 티티카카 호수를 지나 국경 데사구로데에서 칠레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호수의 물빛과 촌락의 목가적인 풍경들이 시야를 신선하게 해주었다.

 

"왜 이렇게 좋은 도로를 방치하죠?"

신 도로에 접어들면서 이곳 도로공사에 일정부분 참여한 지인에게 물으니 그도 의아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다른 도로는 광산을 오가는 과적차량으로 인해 도로 떼움질에 바쁠텐데 여기는 뗌질공사는 커녕 오가는 화물차량도 귀해보인다.

길 중간중간 여행자를 기다리는 길거리 견공들이 한두마리씩 우두망찰 서있는 거 외에는.

 

그 의문은 다음 표지판과 더불어 곧 감이 잡혔다.

해발 4800미터.

이때까지는 별로 조짐이 없다.

한국은 지금 한 겨울이지만 여기는 한 여름 아닌가.

그런데 이 표지를 발견하고 한 모퉁이를 돌자마자 시야가 희뿌연해진다.

눈발이 날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도로선이 불분명해지는 폭설지대에 들어섰다.

여름나들이 나섰는데 무슨 스노우체인을 준비한 것도 아닌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

"어어, 조심조심."

그예 미끄러지더니 승용차는 좌인지 우인지도 모를 지점에서 바퀴가 헛돌며 서버린다.

 

그랬다.

이런 예측못할 날씨, 한 여름마저 폭설이 다반사인 고지대로 길을 놓았으니 차량인들 제대로 다닐 리 없었나 보다.

그러니 그리 인적도 드물었고 차량까지 마찬가지였던게다.

 

이제 어쩌랴.

뒤에서 차를 미는 수 밖에.

두 사람이서 차를 밀다가 시동이걸리길래 뒤에서 깐에 이것도 기념한다고 사진을 찍고나니 차는 저만치서 움직이고 있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차를 붙잡기 위해 뛰었다.

그때까지는 눈발에 환호까지 울리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뒷문을 열고 자리에 앉는 순간 숨이 헉 막힌다.

소리도 못 지르고 이 상태로 가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 산소공급이 순간적으로 멈췄으니 엄살은 아니었지만 사실 그 호흡기능이 순간 정지한 것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을거다.

 

나중에서야 아까 순간적으로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하니 이곳에서 공사경력이 있는 지인은 예서 공사를 하다 인부들과 술을 마신 채 볼일을 보다가 그도 다 마치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고 한다.

나중에 화장실에 간 사람이 감감소식이라 찾아나선 인부들이 급히 의사를 불러 산소통으로 의식을 회복시키고 그 자리에서 또 출동한 의사까지 가세해 술잔치를 벌였다는 무용담 아닌 경험담을 지인은 운전대를 잡으며 실감나게 들려준다.

잠깐이지만 간접체험을 하고 나니 그의 말이 과장으로 여겨지지 않고 그랬을 것 같다.

 

사고가 안나도록 조심조심 운전을 하여 위쪽으로 올라가는데 역시나 신형 밴 차량 한대가 자연담벼락에 부딪혀 앞부분이 찌그려져 있다.

우리가 신고해주기로 하고 이어 도로공사관할 사무소 톨게이트에서 사실을 알렸더니 담당자 말이 걸작이다.

"알겠지만 거기는 우리 구역이 아닌데."

에스빠뇰에 능한 지인이 소리를 지르면서 지금 구역따질때냐고 하였지만 그 톨게이트 사무소에서 움직였을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네팔을 많이 방문한 베테랑 여행자님의 말을 들으니 그 나라 길들이 굴곡없이 평평해 멋 모르고 속력을 내고 심지어 객기를 부려 달리다가 쓰러져 상상하기 힘들정도의 비싼 헬기에 수송되는 일들이 유독 한국인들에게 발생한다고 하니 고지대는 항상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고지대라고 해서 절대 영화에서 보는 험곡이 대부분 아니고 오히려 평탄의 연속이니 말이다. 

아마도 서서히 달구어지는 물속에서 헤엄치던 개구리가 솥단지에서 팔팔 끓여지는 이치도 어거지는 아닐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올라온 것 만큼 우리가 내려가야할 길이 굽이굽이 차량 바퀴아래 놓여있다.

또 구불구불 운전대를 돌리다보면 역시나 황량한 사막지대에 도착할 것이다.

 

박우물의 라틴에 http://cafe.daum.net/latine

덧붙이는 글 | 개인카페와 블로그


태그:#안데스 고산지대, #페루 고지대 도로, #고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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