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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하나도 몰라도 누구나 다 아는 단어가 바로 "오버"인데,  오늘의 <뉴욕타임스> 사설의 핵심 단어도 바로 이 "오버"이다. "자기야, 오버하지마" 라고 말하는 것이다. 길고 복잡해 보이는 영어 문장일수록 핵심은 누구나, 닭이나 말이나 다 아는 쉬운 단어에 있음을 소개한다.

 

overbuilding이라는 단어를 보자. over는 우리가 말하는 대로 "오버"이고 지나치다, 과하다 라는 말이고, build는 짓다, 건설하다 라는 말이니 overbuilding은 지나치게 많이 짓다 라는 말이 된다.

 

비슷한 말로 하면 to build more, 그러니까 더 많이 짓는다 이다. 이익을 위해 건설을 좋아하는 것이다. 단어가 무척 쉽다. 이거 중학교 2학년이면 다 아는 거다.

 

9월 10일자 뉴욕 타임즈의 사설에는 Eight Years Later, 그러니까 8년이 지난뒤 라는 제목으로 9/11 현장의 현재 모습을 얘기하고 있다. 9/11 사건이 일어난 본거지의 신문인 뉴욕 타임스가 뭐라고 하는지 보도록 하자. 9/11 현장의 재개발이 왜 지지부진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9/11은 곧 부동산이다.

 

사무실을 빌려주면 된다

 

초고층 건물을 지으면 사무실 공간을 기업에게 세를 주어 이익을 얻는다. 이에 관해서는 건축이 건들건들이라는 책의 145~151 페이지에 보면 만화로 알기 쉽게 나와 있다. 많은 돈을 벌고 싶으면, 커다란 건물을 지어서 세계 일류 기업들에게 사무실을 빌려주면 된다고 알려주며, 첫번째 사람 구하기부터 두번째 설계, 세번째 부지 구하기를 거쳐 12번째 자화자찬하기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소개되어 있다. 

 

미국은 역시 자본주의의 천국이다. 9/11 그라운드 제로 재개발의 핵심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무실 공간을 만들어 더 많은 부동산 개발 이익을 창출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역시 인간은 물질적 이익을 좇는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땅이 바로 아메리카이다. 9/11 현장에서조차 자본주의의 이익으로 모든 것이 좌우되는 굉장히 미국적인 현상이다.

 

만약, 프랑스 같은 유럽에서, 또는 영국에서 비슷한 사태가 터졌다면 이렇게 탐욕적인 자본주의의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김제동 밖에 없는가? "너무 합니다요, 쌤 아저씨" 라고 한마디 해주기 바란다.

 

overbuilding 대신에 뉴욕 타임스가 내세우는 단어는 무엇인가? 바로 vibrant이다. vibrant는 활기 넘치는이란 뜻이다. 대도시 한복판에 위치하여 시민들을 위한 활기 넘치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기념물이라는 특성과 사무실 건물이라는 용도, 이 두가지를 함께 담기란 쉽지 않은 과제이다. 게다가 이곳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도심이니 생활의 일부이다.

 

이것은 건축의 문제이다. 건축과 도시를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가 라는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9/11 현장의 교통 중심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싼티아고 칼라트라바이다. 이름만 보고 싼티 난다고 하지 마시길. 무한도전의 "싼티아나" 의 싼티 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노홍철도 그가 설계한 건물을 보면 감탄할 것이다. "이거는 싼티 안나요, 형님" 이라고 외칠 것이다. 이에 관한 문장은 여기에 있다. magnificent는 멋진 말이다. 장엄한, 멋진이라는 뜻이다.

 

There are just the first skeletal signs of Santiago Calatrava's magnificent transportation hub.

싼티아고 칼라트라바의 멋진 교통 중심은 그저 골격만 겨우 갖추기 시작했을 뿐이다.

 

Why is it taking so long?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가?

 

핵심은 쉬운 단어에

 

다음 문장이 복잡한 것 같지만, 핵심은 to build more이다. 그거보다 더 핵심은? he wants more money이다! 돈 많이 벌어서 뭐하게? 죽을 때 가지고 가나?

 

Mr. Silverstein is locked in arbitration with the Port Authority of New York and New Jersey, the owner of the site, because he wants more of the authority's money to build more office towers.

개발업자인 실버스타인은 부지 소유주인 뉴욕 뉴저지 항만 공사와 중재 중인데, 더 많은 사무실 타워를 짓기 위해 더 많은 돈을 항만 공사로부터 얻을려고 한다.

 

이 문장도 핵심은 바로 overbuilding이다. overbuilding office space는 사무실 공간을 과다 건설하는 것이고 그것은 hazard, 그러니까 위험이다.

 

Mayor Michael Bloomberg once recognized the hazards of overbuilding office space in the area.

마이클 블룸버그는 이 지역에 사무실 공간을 너무 많이 짓는 것이 위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렇게 overbuilding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voracious appetite for tenants 이다. voracious가 무슨 말인지 몰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appetite for tenants만 봐도 세입자를 향한 식욕, 다시 말해, 세입자를 더 끌어오려는 욕구 라고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사무실 임대료를 더 챙기겠다는 것이다. voracious는 폭식하는, 탐욕적인, 물릴 줄을 모르는 이라는 뜻인데, voracious appetite는 왕성한 식욕, 또는 탐욕적인 욕망이다. 무엇을 위하여? 바로 for tenants, 그러니까 입주자, 세입자를 더 많이 끌어오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voracious appetite for tenants 는 더 많은 세입자를 얻기 위한 왕성한 탐욕이다.

 

이 문장도 길어 보이지만 핵심은 voracious appetite for tenants이다. a possibility 라고 하여 이것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He bluntly acknowledged that "the twin towers' voracious appetite for tenants weakened the entire downtown real estate market", a possibility that today's real estate experts fear if Mr. Silverstein builds too precipitously.

"쌍둥이 타워가 세입자를 더 많이 얻으려는 왕성한 탐욕으로 인해 시내 전체의 부동산 시장을 약화시켰다"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데, 실버스타인이 너무 성급하게 건설할 경우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시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9/11 그라운드 제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폭파 현장의 가장 중심부를 뜻하는 Ground zero는 실제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면 "그라운 지로" 이다. 보통은 그라운드 제로라고 표기하는 것을 많이 본다.

 

기념비와 일상

 

하나의 롤 모들(role model), 또는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 영감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빠리의 라데팡스에 있는 그홍다흐시(대아치)이다. 프랑스와 유럽을 상징하는 기념물이면서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는 곳이다. 또한 건물 자체는 사무실이다. 기념비(monument)와 일상(everyday life)을 둘 다 가진 것이다. 다만 비극의 장소가 아니라는 점은 9/11 현장과 다른 점이다.

 

이 건물과 주위는 교통의 중심이기도 하고, 사무실도 있고, 쇼핑도 하고, 오락도 있고, 예술도 있다. 사람의 생활 속에 가장 중심에 있으면서 기념비성을 가지는 것이다. 기념물과 사무실 건물만 있으면 될 것인가? 우리가 뉴욕을 동경해마지 않는 이유는 바로 거기서 살고, 일하고, 쇼핑하고, 오락하는 그 총체적인 문화이다.

 

There should be more than skyscrapers that grow dark at night.

밤이 되면 어두워지는 초고층 건물만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

 

도시가 vibrant, 곧, 활기찬, 활발한 것은 도시에게 매우 중요하다. vibrant하지 않으면 죽은 공간이 되어 버린다. thrive는 번영하다라는 좋은 말이다. vibrant하면 thrive하게 된다.

 

There should be a vibrant, 24-hour community of people who live, work, play and thrive in Lower Manhattan.

로우어 맨해튼에서 살고, 일하고, 놀고, 번영하는 사람들의 활발한 24시간 동네가 되어야 할 것이다.

 

There should be: 있어야 한다.

a vibrant, 24-hour community: 활발한 24시간 동네가

of people who live, work, play and thrive: 살고, 일하고, 놀고, 번영하는 사람들의

in Lower Manhattan.: 로우어 맨해튼에

 

마음 비우고 살면 매사가 형통합니다

 

9/11 현장은 미국의 상징에 관한 문제이며, 기념과 일상의 문제이다. 뉴욕의 기념비는 텅빈 우리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세계 평화와 세계에 대한 미국의 압제를 줄이는 데에 기여하는 전혀 새로운 인간적인 미국을 위한 겸손한 발걸음이다.

 

9/11 현장이 평화를 상징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존 레논이 뉴욕에서 평화를 외쳤다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평화 하면 서울에도 평화를 염원하여 만든 평화의 문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서울 시민들에게 그다지 상징성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별로 좋지 않은 예다.

 

미국은 원주민 정벌을 원형 삼아 끝을 모르게 뻗어나가려고 한다. 미국의 탐욕은 세계를 신식민지(neo-colony)로 통제하려고 하며 자본주의의 무한 이익 창출을 위해서라면 윤리도 없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말이 바로 enough is enough 이다. 이제 할 만큼 했으니, 진절머리난다, 그만 하시라 라는 뜻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한국디지털대학교 문화학과의 학생인 이근후 박사는 "마음 비우고 살면 매사가 형통합니다." 라고 말한다. 우리가 너무 잊기 쉬운 지혜는 아닌지. 우리 모두가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길이다.


태그:#9/11, #뉴욕타임즈, #영어, #건축, #칼라트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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