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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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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보다 더 고운 다 마른 고추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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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고추가 아주 잘  말랐네"
"진짜 잘 말랐지.  내가 요 며칠 밖에 널었거든"
"웬일로?"
"안에서 말리다가는 작년처럼 다 버릴 것 같아서"
"누가 가지고 가면 어쩌려고?"
"안 가져가. 나도 길을 가다가 누가 고추 널어 놓은 것을 보면 그자리를 피해서 가는데. 그 정도는 믿어야지"

올해도 주말농장에서 빨간고추가 잘 열렸다. 베란다에서 말리다가 아무래도 안 될 것같기에 일주일정도 밖에서 말리니 아주 잘 말랐다. 처음부터 볕좋은 밖에서 말렸더라면 버리는것이 거의 없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기도 한다.

오전에는 아이들이 학교, 유치원에 가니 놀이터는 텅텅 빈다. 하여 그시간에 햇볕 좋은 놀이터에 널면 마치 금세 구워낸 과자처럼 바삭바삭거리게 말려진다. 오후에 한번 자리 이동만 해주면. 조금 이상이 잇는 것도 버리지 못할 것같다. 농사 지은 남편의 수고로움을 알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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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고추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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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고운 빨간고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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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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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밖에 나가면 고추말리는 풍경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남의 고추말리는 것이 눈에 띄기만 하면  예쁘다면서 열심히 찍어 댔다. 오늘(9일)도 멀리서 고추가 보이기에 단걸음에 갔다. 한 할머니가 고추를 맛을 보더니"아주 구수하고 맛있네"한다. 난 "할머니가 고추 주인이세요?" 하고 물었다. 할머니는 고추주인은 아닌데 고추가 하도 탐스러워 맛을 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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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가 앞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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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아래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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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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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마운 햇볕이다. 햇볕이 요즘처럼 좋지 않았다면 이렇게 고추를 마당에 널어 말리기 힘 들었을 것이다. 마당에서 말리는 남의 고추 사진을 찍다가 문득  우리집 고추가 생각났다. 남들은 햇볕에 저렇게 잘 말리고 있는데 우리 집 고추는 저대로 두었다가는 작년처럼 모두 또 섞겠지. 하는 생각에  지난주부터 밖에서 말리기 시작했다. 새삼 햇볕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란다에서 말리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도가 달랐다. 바삭바삭 만져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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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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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집 현관 앞에 매달려 있는 빨간고추이다. '저것이 진짜일까? 아님 가짜일까?' 가까이가서 보았다. 진짜 진짜였다. 정겨운 풍경이다. 내가 그 고추사진을 찍는 것을 옆에서 강아지를 안고 한동안 쳐다본 한 여인이 "고추를 왜 그렇게 열심히 찍어요"한다. "예쁘잖아요. 햇볕도 고맙고"하니 그도 웃으면서 "그래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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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낮은 담장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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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말라가고 있는 고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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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라서 말리면 더 빨리 마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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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운 햇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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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층에서 내려다 본 고추말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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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고추는 멀리서 봐도 눈에 잘띈다. 딸아이가 사는 14층에서 내려다 보니 누군가가 고추를 널어 놓은 것이 보였다. '저사람은 자리 참 잘 맡았다. 저렇게 넓은 자리를.' 진짜 꽃보다 더 곱고 예쁘다. 눈에도 확 띄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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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꽃, 백일홍,옆에 빨간고추도 한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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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과꽃이 피어 있는 화단 옆에 빨간고추가 나란히 자리를 하고있다. 백일홍이나 과꽃에게 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난 고추말리기 ,호박, 가지 말리기보다 화초를 더 좋아하고 관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올 가을 만난 빨간고추는 꽃보다 더 아름답게 내게 다가 왔다.


태그:#고추말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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