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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2조의 상상' 기획을 통해 4대강 예산을 '삽질'이 아니라 주택, 교육, 의료, 비정규-실업, 빈곤층에 투입했을 때 우리의 삶의 질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봤습니다. 이 기사가 그 마지막회입니다. 그간 관심을 가져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말]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노동시장에서 소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혹은 실업급여, 국민연금, 장애수당 등의 여러 가지 사회안전망을 통하여 지원한 후에도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1인가구 49만원, 4인가구 133만원)에 못 미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생존권 보장의 마지노선적 성격의 급여이다. 그런데 아직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약속한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실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지만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비수급빈곤층이 41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농어촌빈곤층과 일인가구 빈곤층을 제외한 도시근로자가구를 기준으로 추정한 정부통계자료라는 점을 감안할 때, 60만명이 넘는 주민등록말소자, 노숙인, 행려자 등이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정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은 8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봉고차 모녀'는 정치적 쇼, 바뀐 건 아무 것도 없다

보건복지 129 콜센터에서 이 대통령은 도움을 호소한 김양과 직접 통화까지 했다.
 보건복지 129 콜센터에서 이 대통령은 도움을 호소한 김양과 직접 통화까지 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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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민생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며 그동안 '강부자, 고소영' 정부가 진행한 부자만 챙기기 정책을 포장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은 '봉고차 모녀'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어주는 것처럼 쇼를 하고, 전 언론기관은 이 쇼를 마치 복지제도가 개선되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자동차 기준이 완화되는 듯이 대서특필하였다.

그러나 선전만 요란하게 했을 뿐, 실제로 자동차의 보험가가 천만원이면 월소득이 천만원인 것으로 간주하는, 황당하게 높은 자동차기준은 전혀, 조금도 완화되지 않았다. '봉고차 모녀'는 차를 판 후에 기존의 선정기준에 맞추어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게 되었을 뿐이다. '봉고차 모녀' 건은 단지 쇼일 뿐 실질적인 개선은 전혀 없는 정치적 사기극이다.

이렇게 진행된 가짜 민생 챙기기의 거짓과 기만이 이번 복지예산요구안 편성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예산 요구안에 의하면, 22조2000억원이 드는 4대강 살리기 예산확보를 위해 2010년 기초생활보장 예산 요구액이 올해 예산보다 더 적게 편성되어 기획재정부에 제출됐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자체 편성하여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2010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총 162만5천명을 대상으로 3조 3014억 2700만원이다. 이 액수는 2009년 예산의 수급권자 수가 163만2천명으로 잡혔으며, 예산금액은 3조 3171억 43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인원 수 기준 7000명, 예산 기준 157억1600만원이 감소한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예산 삭감의 근거로 올해 예산에 비하여 수급자 수가 너무 적어서 예산을 다 소진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년도 예산을 줄였다고 변명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신청주의에 입각한 것이므로 신청자 수가 증가하고 수급자가 늘어나면 추가예산편성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엄격한 선정기준을 개선하지 않고 그런 주장은 하나마나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의 예산에 맞추어서 일선 동사무소의 담당복지사들이 수급자를 걸러내는 것은 이미 관행화되어 있으며, 감세로 인하여 지방분권교부세가 줄어들어서 지자체 재정난까지 겹친 상황에서 예산은 적지만 '알아서 수급자를 많이 책정하라'는 식의 예산운용이 결국은 수급자 수 줄이기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매년 보아온 사실이다.

늘어나는 빈곤층, 복지 예산 삭감하는 대한민국

빈곤층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복지예산을 삭감했다.
 빈곤층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복지예산을 삭감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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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자의 수가 줄어든 것이 빈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닌 것은 2009년 경기침체기를 겪은 한국사람들이 다 피부로 느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인 KDI는 OECD 가입국 중에서 한국이 아일랜드와 더불어 가장 빈곤층이 급격히 증가하는 나라로서 매년 평균 4~5% 포인트씩 빈민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정부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올해 경기침체로 인하여 -2% 성장을 한다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근로빈곤층이 98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렇듯 정부 관련 기관이 빈민이 양산된다는 보고서를 내고 있는데 어찌하여 보건복지가족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수급자 수를 7000명이나 감소시키면서 신청자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예산을 줄였다고 변명할 수 있는가? 여기에 더하여 기획예산처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올린 예산을 전반적으로 5% 정도 깎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비슷한 예가 있다. 2008년에 서울시는 차상위 월세입자 주거비 지원 사업을 위하여 30만가구 분의 예산을 책정하였다. 그런데 정작 지원을 받은 가구는 예산의 1%에도 못 미치는 1700가구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실에 대하여 서울시는 가난한 월세입자가구들이 1700가구밖에 없거나, 자존심이 너무 높아서 서울시의 주거비지원을 받기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작년에 예산을 다 소진하지 못했으니, 올해 전세보증금과 월임대료가 껑충 뛰었음에도 내년에는 예산을 줄여야 마땅하다는 논리로 서울 시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실제 생활수준이 최저생계비 이하이지만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에 방치된 비수급 빈곤층이 410만명에 달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올해 빈민이 양산될 것이라는 통계자료를 스스로 내놓으면서 이렇게 기초생활보장 예산을 깎는 것은,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위선 사례이다.

4대강 예산이면 빈곤층 800만 구제 가능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찾아 떡볶이 가게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찾아 떡볶이 가게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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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재래시장을 누비며 포장마차의 어묵을 사먹는 정치적 쇼를 하는 대신에 진정으로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려면 강물 속에 빠뜨리려는 22조 2000억원을 민생구제에 써야 한다.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의 수는 160만명 정도인데 이들의 생계보장을 위한 예산은 3조3천억원 정도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정비 사업에 쏟아 부으려는 22조2000억 원의 반을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의 생계보조비로 쓴다면 정부가 인정한 시각지대에 방치된 비수급 빈곤층 410만명의 생계 보장을 제도권 안에서 해줄 수 있다.

그리고 22조2000억원 전액을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의 생계보장을 위하여 쓴다면 시민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 800만명 전원을 모두 제도권 안에서 보장해 줄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선진국 수준의 제대로 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운영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22조원,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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