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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팔뚝보다도 훨씬 더 큰 고기를 잡았습니다.
 자신의 팔뚝보다도 훨씬 더 큰 고기를 잡았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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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남자가 자신의 근육질 팔뚝보다도 훨씬 굵은 물고기를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잡는 순간의 꿈틀거림과 뭉클거림이 느껴지며 가슴은 섬뜩해지고, 손끝엔 힘이 들어갑니다. 승천이라도 해 손아귀를 빠져나가려는 듯 물방울을 튕기며 힘차게 꼬리를 뒤틀고 있는 물고기의 힘을 고스란히 전달받는 느낌입니다.

물고기를 잡겠다고 물에 들어가 손을 담갔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꿈틀거리는 뭔가가 막상 물컹거리며 손에 잡히면 징그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할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덜컹합니다. 

보고 있는 사람도 손에 꿈틀거림이 느껴지는 현장

흐르는 개울을 막아 축구장 반 정도의 면적이 될 것 같은 넓이, 무릎 정도의 깊이로 잔잔하게 흐르는 물에 칠천 마리의 물고기를 풀어 놓았다는 안내방송이 계속됩니다. 개울가는 경기의 시작과 함께 맨손으로 월척을 움켜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사람들, 방방곡곡에서 몰려 온 남녀노소 참가자들이 인산을 이뤘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나자 사람들은 물로 뛰어들었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나자 사람들은 물로 뛰어들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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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을 찾듯 물속을 더듬고 있습니다.
 보물을 찾듯 물속을 더듬고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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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리니 개울가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하고 쏟아지듯이 개울로 첨벙첨벙 뛰어듭니다. 사람들은 일찌감치 각오하고, 진즉부터 작정이라도 한 듯 물에 뛰어들자마자 철벅 주저앉으며 양손으로는 물속을 헤집기 시작합니다.

작정을 하고 뛰어들었지만 사람들에 놀란 물고기가 뭉클하게 손에 와 닿는지 '어마!'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거나 물에서 손을 꺼내며 번쩍 치켜드는 아가씨도 있습니다.

넓지 않은 면적에 고기를 7000마리나 넣었다고 하니 물 반 고기반이겠지만 사람에 가려 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사람들도 많습니다. 여기저기서 치켜 올라가는 손에는 펄떡거리며 뛰는 물고기들이 한 마리씩 잡혀 있습니다. 보물찾기를 하듯 물 속을 더듬으며 잡아 올리는 물고기입니다.

사람에 가려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습니다.
 사람에 가려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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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다리 밑도 사람들로 혼잡합니다.
 섶다리 밑도 사람들로 혼잡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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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못했어도 마냥 좋기만 합니다. 큰 고기를 잡고 좋아하는 젊은이를 보고 계시던 할아버지도 환하게 웃었습니다.
 잡지 못했어도 마냥 좋기만 합니다. 큰 고기를 잡고 좋아하는 젊은이를 보고 계시던 할아버지도 환하게 웃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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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자신의 팔뚝보다도 훨씬 굵은 몸뚱어리를 가진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 올리고, 어떤 사람은 꽁치만큼이나 가냘픈 몸매를 가진 작은 물고기를 잡아 올리지만 고기의 크기에 상관없이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입니다.

큰 고기는 아니었지만 고기를 잡아 올린 스스로가 대견한지 함께 참가한 부모님을 붙잡고 잡아 올린 고기를 한참이나 자랑하는 꼬마도 눈에 들어오고, 가족 단위로 참가를 했는지 떼를 지어 몰이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흐르는 물도 깜짝 놀랄 만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한바탕 물속을 헤집고 나니 꽤 많은 물고기들이 잡혀 나왔습니다. 미리 준비한 어망에 대여섯 마리쯤을 잡아넣은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는가 했더니 잡은 물고기를 은근히 자랑하느라 손을 치켜 올리는 사람들 수가 점차로 뜸해집니다.

승천하는 용처럼 유명세를 더해가는 괴산청결고추
 승천하는 용처럼 유명세를 더해가는 괴산청결고추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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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면에서 고추농사를 지은 농부가 금상을 받았습니다.
 칠성면에서 고추농사를 지은 농부가 금상을 받았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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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헛손질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대회를 진행하고 있던 행사요원들이 가두고 있던 물을 빼내기 시작합니다. 물이 빠지며 개울물이 얕아지니 사람들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던 물고기들을 보물 이삭을 줍듯 찾아냅니다.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행복한 미소도 '뚝뚝'

온몸이 물에 젖어 있지만 사람들 얼굴은 함박웃음으로 가득합니다. 많이 잡은 사람은 많이 잡아서 좋고, 겨우 작은 놈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지만 맨손으로 고기 잡기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은 꿈틀거리고, 뭉클거리는 짜릿함을 진하게 경험했다며 좋아합니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한 할아버지도 예서저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니 덩달아 환한 웃음을 띠며 좋아합니다.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만큼이나 행복한 표정을 뚝뚝 흘리는 사람들, 기뻐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년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할아버지를 개울가에서 바라보던 사람들 얼굴에서도 행복 가득한 미소가 가랑비처럼 배어나왔습니다.

괴산청결고추의 진가를 보여주는 고추입니다.
 괴산청결고추의 진가를 보여주는 고추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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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추로 만든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 김치라면 저절로 맛이 날듯합니다.
 이런 고추로 만든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 김치라면 저절로 맛이 날듯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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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어 대회는 끝났지만 개울에 흐르던 물은 끊이지도 멈추지도 않았습니다. 끊이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고 흐르는 개울물에서는 물과 물소리만 흐르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지른 환호성과 웃음소리가 황포돛대가 되어 두둥실 함께 흐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웃음소리는 빨갛게 잘 마른 괴산청결고추가 가득 담긴 고추포대 만큼이나 깔끔하고도 깨끗한 분위기로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빨간 고추가 가득 담긴 포대를 양손에 들거나 어깨에 둘러메고 가는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괴산청결고추축제의 진미가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 중 사진은 지난 8월 30일 괴산청결고추축제 현장에서이; 찍었습니다.



태그:#괴산청결고추, #괴산, #칠성면, #고추축제, #물고기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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