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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자료 사진).
 한 학생이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자료 사진).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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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분기 서울의 2인 이상 근로자가구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4% 많은 학생 학원교육비를 지출했습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의 서울 근로자가구 학생 학원교육비는 19만8552원(실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만8308원보다 25.4% 많이 썼습니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각종 지출이 증가하였다면 그대로 봐줄 만합니다. 하지만 지난 1분기의 실질소득은 1.9%, 실질 소비지출은 2.9% 감소했습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소득이 줄었지만, 학원비는 늘어난 것입니다.

역시 서울!

근로자가구가 아니라 전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득과 소비지출이 각각 2.6%, 4.9% 줄어드는 와중에도, 학생 학원교육비는 20.5% 늘었습니다.

서울 근로자가구 25.4%, 전가구 20.5%의 수치는 전국적으로도 독보적입니다. 전국 근로자가구의 학생 학원교육비는 4.1%, 근로자가구는 1.0% 증가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1분기에는 모든 가정의 소득이 줄었습니다. 소득이 감소하니 자연히 지출도 마이너스입니다. 하지만 학생 학원비 지출은 플러스입니다. 전국적으로는 한자리수 증가율을 보였고, 서울은 2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였습니다. 역시 서울입니다.

학원 물가도 만만치 않습니다. 올해는 동결의 해입니다. 고등학교 수업료도 동결, 대학 등록금도 웬만하면 동결입니다. 그래서 공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학원 물가는 들썩거립니다. 서울의 경우, 7월까지 보습학원이 6.0%, 고입단과학원은 6.1% 올랐습니다. 소비자물가 인상률이 2%이니 세 배 정도 더 뛴 셈입니다. 물론 피아노학원 2.1%, 대입종합학원 0.4%, 고입종합학원 0.5% 등 오르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뛰지 않은 건 그렇다 치고, 오른 곳에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도대체 동네 보습학원과 고입단과학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예상되는 호재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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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뛰었는지에 대해 수치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저런 해석을 해야 합니다. '서울 사람들은 원래 그렇다', 'MB 교육정책의 영향이다', '공정택 때문이다'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인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전반적인 추세는 조만간 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달 말에는 2분기 가계동향조사가, 다음달 초에는 8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학원비나 학원물가가 어떠한 흐름인지 보다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전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학원비 상승의 호재가 몇 개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은 현행 학원수강료 상한제가 헌법에 맞지 않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여기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개별 학원별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2심과 3심을 잘 준비하는 게 아니라 법원 판결을 수용한 겁니다. 따라서 개별 학원별로 학원비가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두 번째 호재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1부 리그 고교입시'입니다. 자율형 사립고 지정이 완료되어 12월 초에 첫 입시를 치릅니다. 20개의 자율형 사립고 중에서 13개가 서울에 있습니다. 이것도 서울 집중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특목고는 10개, 자립형 사립고는 1개입니다. 이들 학교 모두의 정원은 7945명으로, 전체 고등학교 입학정원의 6.5%입니다. 

앞으로 서울의 중 3 학생들은 7945등 이내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1부 리그 구단과 계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형은 12월 7일부터이지만, 본격적인 게임은 바로 지금부터입니다. 9월 1일 전형요강이 공고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호재는 일제고사입니다. 10월에도 보고, 12월에도 있습니다. 일제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학교의 노력이 예상됩니다. 물론 학교의 노력이란, 열심히 학생들을 공부시키는 겁니다. 그리고 공부란 단순암기, 반복, 문제풀이 등을 말합니다.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력 그런 것과는 상관없습니다. 이러한 학교의 노력과 동시에 학원가의 마케팅과 모의고사가 활발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개각? 그래서?

악재는 눈에 띄는 게 없습니다. 다음 주에 개각하면서 교육수장들이 물갈이될 것으로 보이지만, MB 교육정책의 기조는 그대로이지 않을까 합니다. 하긴 이제 막 MB 교육의 틀이 갖춰졌는데, 방향을 바꾸기 힘들 겁니다.

물론 누가 되느냐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대운하와 교육이 결합되거나 교원평가 추진에 매진하는 등 신임 교과부 장관과 청와대 수석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조 변경까지는 어렵다고 봅니다.

새 교육수장에 따라서는 충격을 일부 완화하는 정책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교육판 '민생행보'가 몇 개 더 추진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유아 무상교육 등 공교육비 경감의 방향이라면, 뜻하지 않게 학원비에는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 내는 돈이 줄어들면, 그 중 일부는 학원으로 이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주요 학원들의 실적이 기대되는 나날입니다. 이상 고교평준화가 사실상 해체된 첫 해의 서울 풍경이었습니다.


태그:#학원비, #사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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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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