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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수정: 16일 오후 4시 50분]

"듣도보도 못한 현병철... 식당서 햇반 내놓은 격"
인권단체들, 청와대에 '현병철 인권위원장 내정 철회' 요구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현병철 차기 인권위원장 내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개적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 선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현병철 차기 인권위원장 내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개적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 선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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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한양사이버대학교 학장.
 현병철 한양사이버대학교 학장.
ⓒ 한양사이버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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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가인권위원회 설립투쟁도 했던 사람입니다. 92년부터 인권운동을 했지만 그동안 '현병철'이라는 이름을 한번도 못 들었고, 그가 쓴 글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국가인권위원장 인사권을 장난으로 여기는 이런 모습, 우리가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을 들이미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입니다."
- 류은숙 인권연구소 활동가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는 한 마디로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이었다. 청와대가 현병철 한양사이버대학교 학장을 차기 인권위원장으로 내정한 16일 오후 2시, 인권단체 활동가 10여명은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17년째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활동가는 "그동안 인권운동하면서 한 번도 현 내정자를 본 적이 없다"면서 "이 사람이 얼마나 자격이 없는지 제 자신이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는 '조직 관리를 잘한다'고 인선 이유를 밝혔는데, 인권위원장의 전문성은 인권을 위해서 대통령에게도 '아니오'라고 저항할 수 있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을 골라서 임명장을 나누어주는 것"이라면서 "(임명장) 종이에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호영 민주법학연구회 활동가는 "오전 내내 법학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오히려 이 분들이 대학원 박사과정만 수료한 나에게 현병철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더라"고 전했다.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전문성과 무관한 이번 인사를 놓고 "식당에서 제대로 밥을 지을 자신이 없어서 근처 편의점에서 햇반을 사왔는데, 그것도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고 손님에게 내놓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청와대는 인권위원장의 역할을 행정 관리자로 간주하고 위원회 위상을 일개 행정위원회로 낮추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졸속적인 인권위원장 내정을 철회하고 공개적인 후보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 내정자에 대해서도 "인권에 관한 전문성이 있는지, 인권위 독립성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숙고하고, 본인이 합당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자리를 사양하라"고 요구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현병철 차기 인권위원장 내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개적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 선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현병철 차기 인권위원장 내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개적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 선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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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연구단체-교수단체도 "내정 반대"
법학연구단체와 교수단체들도 일제히 현병철 인권위원장 내정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16일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수호를 위한 교수모임(교수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 5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청와대가 제시한 인선사유에는 인권위법에 적시된 인권위원 요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현 내정자에 대해서 "학장 및 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여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 인권위 현안을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단체들은 이를 오히려 문제로 지적했다.

인권위 조직의 일방적 감축 등 독립성 훼손이 계속되는데, 청와대가 인권위원장을 인선하면서 '조직 안정화'를 강조하는 것은 "인권위를 무력화시켜 정부 산하 행정위원회로 고착시키겠다는 의도"라는 주장이다.

또한 학장·학회장 등 청와대가 제시한 현 내정자의 보직 경력에 대해서도 "국제적인 인권위상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임명 과정에 대해서는 "인선절차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면서 "실체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모두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달하는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인권위법상 인권위원이 결원이 된 후 30일 이내에만 임명을 하면 된다, 이번 인사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 속에서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 인권위법에 부합하는 인선배경 설명 ▲ 인권위원장에 대한 사회적 검증 ▲ 국내외 인권기구 및 단체들의 입장 경청 등을 요구했다.

[1신 대체 : 16일 낮 12시 35분]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사퇴는 이명박 정권의 인권위에 대한 정치적 탄압 결과"라고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사퇴는 이명박 정권의 인권위에 대한 정치적 탄압 결과"라고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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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오전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에 민법 및 노동법 전문가인 현병철(65) 한양사이버대 학장(한양대 법대 교수)을 내정했다.

전남 영암 출신으로 중앙고를 나온 현 내정자는 원광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양대 법대학장,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위원, 한국비교사법학회 회장, 한양대 행정대학원장 등을 거쳤다.

청와대는 "대학장·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보여준 균형감각과 합리적인 조직관리 능력은 인권위 현안을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시켜 인권선진국으로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현 내정자는 현재 학교업무와 관련해 중국에 출장 중이며 오늘 오후 귀국할 예정인데, 이번 주 안으로 이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아 위원장에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학교 홍보실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법학자로서 소신과 원칙에 충실한 업무처리를 통해 학생들을 포함한 대학 구성원들의 신망을 받고 있다"고 현 내정자를 소개했다.

그동안 현 내정자가 국가인권위원장 후보로 거론되지 않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가인권위나 인권단체들은 모두 뜻밖이라는 분위기다. 법학교수들 사이에서도 현 내정자는 성향이나 경력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예측불허", "정말 놀랍다"는 것이 이들의 첫 반응이었다.

"국가인권위법을 어긴 인사... 철회해야 한다"

현병철 내정자의 이름조차 모르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많을 정도로, 그는 인권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법학교수회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민법 관련 연구활동을 했지만, 인권과 관련해서는 대외활동은 물론 연구실적도 전무하다.

국가인권위 한 관계자는 "인권위원장 물망에 오른 적도, 인권위 관련 활동을 한 전력도 없다는 점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사"라면서 "전임 안경환 위원장이 시민운동을 활발하게 했고 현 정부의 인권정책을 비판하면서 물러났다는 점에서 정부와 각을 세우지 않을 무난한 인사를 내세운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무색무취한 인물을 위원장으로 세워놓고 실세 사무총장을 통해 국가인권위를 통제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지금도 인권위원 중 법학 전공이 8명인데, 시민사회 경력이 전무한 법학 교수가 위원장으로 올 경우 인권을 법 테두리 안에서 좁게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 독립성 수호를 위한 교수모임(이하 '교수모임')' 소속 법학교수들은 "현 내정자의 성향이나 경력을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 "인권 전문성이 없다는 점에서는 자격 문제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교수모임'은 지난 15일 '인권 전문성과 경험', '독립성 수호 의지', '시민사회와 협력' 등 8가지 인권위원장 자격기준을 제시했다.

김승환 '교수모임' 회장은 현 내정자에 대해 "법학계 내에서도 아무런 특징이 없는 인물이라서 오히려 정권이 쉽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그동안 인권위원장 물망에 올랐던 사람들은 활동이 잘 드러나 반박할 포인트가 확실한데 현 내정자는 검증도 어렵다, 정권도 그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을 지낸 바 있는 곽노현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역시 "인권에 대한 지식이나 시민사회·국제사회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현병철 내정자는 개인의 인품이나 소양과 상관없이 위원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색무취' 인물을 뽑은 청와대의 의중은?

인권단체들은 더 명확하게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기자들과 활동가들이 서로 '현병철이 누구냐'고 물어보는 상황 자체만 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낙마하고 그동안 알려진 위원장 내정자들에 대해 시민사회가 반발하자 '문제가 안 될 사람'을 낙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이번 인사가 국가인권위법과 국가인권기구 지위에 대한 '파리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인권위법 5조 2항은 인권위원 기준에 대해 "인권 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명시하고 있으며, 파리원칙은 인권위원을 "비정부단체, 노조, 전문가 집단, 철학 및 종교적 사조를 대표하는 구성원"으로 권고하고 있다.

애초 인권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인근 청운동 동사무소에서 '공개적 국가인권위원장 후보 선정위원회 구성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청와대 발표에 따라 '현병철 교수 인권위원장 내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으로 그 내용을 바꿨다.

단체들은 이후 현 내정자의 취임에 맞춰 항의행동을 전개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수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배여진 천주교인권위 활동가는 "발 빠르게 활동을 펴나갈 생각이지만, 워낙 예상 못한 인사라서 오늘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후 대응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현병철, #국강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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