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생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에 필요한 장비를 리어카에 실어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로 옮기고 있다.
 학생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에 필요한 장비를 리어카에 실어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로 옮기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폭우를 맞으며 공연장비를 옮기는 학생들.
 폭우를 맞으며 공연장비를 옮기는 학생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 부산지역 공연이 예정된 부산대학교에서 9일 밤 학교측의 봉쇄를 뚫고 공연장비 반입에 성공한 학생들이 폭우를 맞으며 공연 관련 장비를 공연무대가 설치되는 '넉넉한 터'로 옮기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 부산지역 공연이 예정된 부산대학교에서 9일 밤 학교측의 봉쇄를 뚫고 공연장비 반입에 성공한 학생들이 폭우를 맞으며 공연 관련 장비를 공연무대가 설치되는 '넉넉한 터'로 옮기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2신 보강:10일 새벽 0시 25분]

부산대, 엠프 등 장비 반입 성공... 추모콘서트 예정대로 열릴 듯

폭우도, '인세산성'도 '노무현 바람'을 막지는 못했다.

10일 오후 부산대에서 열릴 예정인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되어'가 부산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이번 행사 자체를 불허해 온 부산대 쪽은 9일 오후 내내 학생들과 학교 정문 입구 등에서 대치하면서, 공연에 필요한 행사 장비의 교내 반입을 막았었다. 하지만 이날 밤 부산대, 동아대, 동의대, 부경대 등 부산지역 학생들은 공연에 필요한 엠프와 조명 등의 장비들을 부산대 정문이 아닌 다른 통로를 통해 교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안득균 부산대 부총학생회장은 이날 밤 9시30분경 교직원과 대치하던 학생들에게 "공연에 필요한 모든 장비가 학교 안으로 무사히 들어왔다"면서 "내일(10일) 공연은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선언했다. 이에 학생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답했고, 일부는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부산대 측은 여전히 추모콘서트 개최에 대한 불허 입장에 변함이 없다. 따라서 부산대측이 10일 학생들의 무대 접근을 막거나 행사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의 입장을 막는 등 행사를 방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안득균 부총학생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미 모든 장비가 학내로 들어온 상태에서 다시 학교측이 행사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행사는 반드시 예정대로 열린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잭슨도 추모 공연 하는데, 노무현은 왜 안돼?"

부산대학교 교직원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을 막기 위해 장비반입을 시도하는 학생들을 몸으로 막고 있다.
 부산대학교 교직원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을 막기 위해 장비반입을 시도하는 학생들을 몸으로 막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부산대학교 교문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교직원들.
 부산대학교 교문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교직원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마이클 잭슨도 추모 공연을 하는데, 16대 대통령 노무현은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추모 공연도 못하게 하나?"

9일 저녁 8시경,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준비가 한창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부산대 정문 앞. 한 시민이 교문을 막아선 교직원들을 향해 "길을 열라"며 호통을 쳤다. 교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던 학생들은 그 시민의 말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날 부산대 정문 앞에선 추모콘서트에 필요한 장비 반입을 막으려는 교직원들과 이를 강행하려는 학생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학교측에서 이중 삼중으로 설치한 바리케이드와 200여명의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가로막았다. 학생들은 정문 앞에 버티고 선 대형 버스에 지난해 촛불정국 때 광화문을 가로막은 '명박산성'을 빗대어 '인세산성'이라는 글씨를 써 붙였다. 명확한 이유 없이 행사를 불허한 김인세 부산대 총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특히 이날 저녁 7시께부터 시작된 촛불 문화제에서는 학생들과 교직원들간에 거친 몸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콘서트 장비를 실은 차량이 교문을 통해 진입을 시도하자, 양쪽간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기자가 한 교직원에게 "왜 행사에 필요한 장비 진입을 막느냐"고 물었지만, 그 직원은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다. 대부분의 교직원들도 기자의 질문에 침묵하거나 외면했다. 다만,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교직원은 "학교에서 허가하지 않은 행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지난해 학내에서 열린음악회도 열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것과 이번 행사는 성격이 다르다"고 답했다. 교직원과 기자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 시민이 "그럼, 몇 년 전에 학내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연 것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교직원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교직원과 학생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자 경찰병력이 투입되었다. 학생들이 '경찰은 학교를 떠나라'며 몸으로 경찰들을 막아서고 있다.
 교직원과 학생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자 경찰병력이 투입되었다. 학생들이 '경찰은 학교를 떠나라'며 몸으로 경찰들을 막아서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150여 명의 학생들은 교직원들에게 "우리는 교직원 선생님들과 싸우길 원하지 않는다"며 길을 비켜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교직원들도 완강했다. 결국 학생들이 몸으로 교직원들을 밀어내기 시작했고, 몇 차례의 실랑이 끝에 밤 9시10분경, 학생들이 정문 앞을 장악했다. 그런데 이번엔 경찰이 문제였다.

당초 경찰측은 "학교측으로부터 시설물 보호 요청을 받았지만, 우리는 학교 안으로 장비가 들어가는 것을 절대 막을 생각이 없다"며 "다만, 학생들과 교직원간에 마찰이 예상되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에 의해 교직원들이 밀려나자, 경찰 50여명이 정문을 향해 진입을 시도한 것. 교직원을 밀어낸 학생들은 다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해야 했다. 경찰과 학생간 대치가 길어졌고, 폭우까지 쏟아졌지만 학생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밤 9시 30분경, 갑자기 마이크를 잡은 안득균 부산대 부총학생회장이 "콘서트에 필요한 장비가 모두 학내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고 알렸다. 교직원과 경찰의 시선을 정문 앞으로 쏠리게 한 사이, 모종의 통로를 통해 콘서트에 필요한 장비를 들여온 것. 결국 교직원과 경찰, 그리고 폭우도 학생들의 의지를 꺾지 못한 셈이다.

실제 장비가 들어왔는지 뒤늦게 확인한 교직원들은 "이제 끝났네. 모두들 수고했어"라며 서로를 격려한 뒤, 곧바로 해산했다. 이후 학생들은 비를 맞으며 밤 늦게까지 추모콘서트가 예정돼 있는 부산대 넉넉한터에서 본격적인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1신: 9일 오후 5시]

부산대 교수들 "노무현 추모공연 막아선 안 된다" 성명

부산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다시 바람이 분다)을 불허하고 나선 가운데, 부산대 민주화교수협의회(회장 이민환, 아래 민교협)는 성명을 통해 추모공연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부산대 민교협은 9일 오후 "총학생회의 추모 콘서트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부산대는 교직원을 동원해 8일부터 정문 등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날 오후부터 버스 등을 이용해 모든 문을 차단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8일 무대 설치에 필요한 시설물을 학교 안으로 들여보내, 부산대 '넉넉한 터'에 무대를 설치해 놓았다. 학생들이 9일 음향 장비를 학교 안으로 들여보내려고 했지만 교직원들이 막고 있다.

9일 저녁 다음날 공연을 위해 장비를 반입하려는 학생들을 교직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저지하고 있다.
 9일 저녁 다음날 공연을 위해 장비를 반입하려는 학생들을 교직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저지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9일 저녁 부산지역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을 막고 있는 부산대학교측을 규탄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9일 저녁 부산지역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을 막고 있는 부산대학교측을 규탄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9일 저녁 부산대측이 공연장비 반입을 막기 위해 버스와 트럭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뒤 교직원들을 동원해서 교문을 봉쇄하고 있다.
 9일 저녁 부산대측이 공연장비 반입을 막기 위해 버스와 트럭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뒤 교직원들을 동원해서 교문을 봉쇄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을 막기 위해 부산대학교측이 교문에 설치한 차벽에 '명박산성'을 빗대어 부산대 총장의 이름을 따서 '인세산성'이라 이름을 붙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을 막기 위해 부산대학교측이 교문에 설치한 차벽에 '명박산성'을 빗대어 부산대 총장의 이름을 따서 '인세산성'이라 이름을 붙였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런 가운데 부산대 민교협은 성명을 통해 "부산대 총학생회에서 주최할 예정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모 콘서트를 부산대 당국이 불허하였다"면서 "그리고 행사 장비의 반입을 막기 위해서 학교 당국은 교내의 모든 출입문을 교직원을 동원하여 봉쇄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들은 "버스와 차량, 바리케이드를 동원하여 학교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는 모습은 대학이 아니라,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군사시설의 그것을 닮았다"면서 "교문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는 지난날 독재정권의 비상계엄 하에서 이루어진 휴교령 이후 본 적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교수들은 "대학은 진리, 자유, 봉사를 위해 열린 공간이며 개인의 양심과 정의에 따라서 학문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며 "이번 학교 당국의 조치는 부산대학교 학생과 동문, 교직원은 물론이고 부산대학교를 사랑하는 부산 시민들로부터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부산대 민교협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모 콘서트를 불허하며 대학 당국이 내세운 이유는 모두 납득하기 곤란한 것들이다"며 "대학 구성원은 누구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다양한 학술활동과 공연행사를 할 수 있어야 하며, 부산대학교는 지금까지 이 원칙을 충실히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10일 저녁 7시 노무현 대통령 추모공연 '다시 바람이 분다'를 열 예정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은 부산대 본관이며, 그 앞 운동장이 공연장소인 넉넉한터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10일 저녁 7시 노무현 대통령 추모공연 '다시 바람이 분다'를 열 예정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은 부산대 본관이며, 그 앞 운동장이 공연장소인 넉넉한터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국민장을 치른 전직 대통령의 추모행사를 총학생회가 열려 하는데, 이를 불허하고 물리력을 동원하여 봉쇄한 이번 조치는 학내시설 관리자로서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현 정부의 압력에 의한 것인지 그 여부는 알 수 없으나, 학교 당국의 추모행사 불허 방침은 부산대학교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처사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또, 대학 내 민주주의와 학생 자치활동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번 교문 봉쇄 행위는 부산대학교의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교수들은 "김인세 총장과 학교 당국에 정중히 요구한다"면서 "부산대가 진리·자유·봉사를 실천하는 대학, 부마항쟁의 발원지로서 민주화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대학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당장 교문 봉쇄를 풀고, 추모 콘서트를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또 교수들은 "그 길만이 지금까지 쌓아온 국립대학교로서 부산대의 위상과 위신에 걸맞고, 또 부산대 구성원인 학생, 동문, 교직원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이다"고 밝혔다.

9일 오후 정문 앞 학생-교직원 대치 상황 계속

부산대 총학생회는 9일 오후 정문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부산추모공연 성사를 위한 2차 장비 진입'을 시도했지만, 교직원들이 막으면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 200여 명이 교문 앞에 와 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9일 저녁 7시 "학생자치권 탄압하는 부산대학교 본부 규탄 및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공연 성사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연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부산지역시민사회단체와 부산대 민교협, 부산대 민주동문회 등이 참석한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불허방침 즉각 철회해야"

부산대가 10일 저녁에 열릴 예정인 노무현 대통령 추모공연을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부산대 정문으로, 8일 오후 교직원과 학생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부산대가 10일 저녁에 열릴 예정인 노무현 대통령 추모공연을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부산대 정문으로, 8일 오후 교직원과 학생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개인 등으로 구성된 "'노무현 대통령 부산추모공연-다시 바람이 분다' 함께 하는 사람들"은 9일 오후 성명을 내고 "'다시 바람이 분다' 부산대 공연 불허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워 눈물이 난다"면서 "학교 측이 내놓은 콘서트 불허 이유는 정권 눈치보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콘서트를 불허한 학교 당국의 논리가 더 정치적으로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정치적 중립은 양쪽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중립인 것"이라며 "부산대는 국가권력을 위한 대학이기를 거부해야 한다, 부산대는 부산시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한 대학이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과 대립을 조화시키는 방법이다, 그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곳이 대학이다, 대학이 깨어있어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부산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은 49재를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부산대 학생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부산대는 불의에 주눅들지 않았기에 오늘의 명예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부산대 당국은 교훈 자유, 진리, 봉사에 즉각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그:#부산대, #노무현, #추모공연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