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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7월 1일 자 관련기사. 사진 설명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 두 번째)과 부인 이순자 여사(왼쪽 첫 번째)가 지난달 30일 남재두 대전일보 회장(가운데)을 비롯한 지인 및 정치인, 전 청와대 관계자 등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분향한 뒤 묵념하고 있다'고 기재돼 있다.
 <대전일보> 7월 1일 자 관련기사. 사진 설명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 두 번째)과 부인 이순자 여사(왼쪽 첫 번째)가 지난달 30일 남재두 대전일보 회장(가운데)을 비롯한 지인 및 정치인, 전 청와대 관계자 등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분향한 뒤 묵념하고 있다'고 기재돼 있다.
ⓒ 이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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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대전 현충원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 여사와 장세동, 권정달, 황영시, 박희도씨 등 측근 90여 명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습니다. 인사들로 보면 5공화국이 재현된 듯합니다.

이들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참배한 대상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져간 독립운동가나 무명의 병사들이 아닙니다. 바로 최규하 전 대통령과 유학성씨, 이규동씨 등 측근인사들을 참배했습니다.

유학성 전 의원(1927~1997, 육군대장)은 12·12 당시 수경사 30경비단 모임에 참석한 핵심인물로 지목돼 군 형법상 반란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석방돼 숨졌습니다.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규동씨는 검찰의 괴자금 출처 수사 당시 전 전 대통령의 자녀인 전재용씨에 의해 "결혼 축의금 18억여원을 외조부(이규동)가 불려 167억 원으로 만들어 준 것"이라고 언급돼 회자된 바 있습니다.

장인의 묘소를 참배한 것이야 백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국가반란을 꾀하고 광주학살을 통해 정권을 찬탈한 전직 대통령이 쿠데타 주역의 묘소를 찾아 나선 일 또한 광주시민들이 보면 복장이 터질 일이지만 과거사 청산이 흐지부지된 나라의 시민으로 사는 죗값이라 자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지역신문사 회장이 전 전 대통령 일행과 나란히 서서 함께 쿠데타 주역을 참배하는 모습은 그냥 봐주기 어렵습니다.

7월 1일자 <대전일보> 신문에는 '전두환 前대통령, 대전 현충원 참배' 제목의 자세한 기사와 함께 큼지막한 사진 한 컷이 실렸습니다. 사진 설명에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 두 번째)과 부인 이순자 여사(왼쪽 첫 번째)가 지난달 30일 남재두 대전일보 회장(가운데)을 비롯한 지인 및 정치인, 전 청와대 관계자 등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분향한 뒤 묵념하고 있다."

<대전일보> 사장은 무슨 생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 5공화국 인사들과 쿠데타 주역의 묘소 앞에서 고개를 숙인 것일까요? 그리고 <대전일보>는 무슨 생각으로 이 사진을 실명을 당당하게 지면에 실은 것일까요?

남재두 회장(70)은 제11.12.14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대전일보 회장을 맡아 왔습니다. 한때 한국관광공사 이사장(1997년)을 역임하기도 했고 신한국당 대전시지부 위원장, 한나라당 당무위원, 민주당 대전서을지구당위원장을 지냈습니다.

그의 이력을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그의 당당한 행적의 배경이 여전히 알쏭달쏭할 뿐입니다.  

지난 1일 대전에서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희생된 수 천여 명의 민간인들에 대한 위령제가 열렸습니다. 멀리 제주에서 온 4.3 항쟁 희생자 유가족과 여수에서 온 여순사건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하여 부산에서, 서울에서, 광주에서... 각양 각지에 살고 있는 산내 희생자 유가족들이 달려와 눈물을 흘렸습니다. 희생자들의 유골은 대전 골령골에서 여전히 쓰레기처럼 나뒹굴고 있습니다. 산내 골령골은 1980년 광주와 그렇게 닮은 꼴입니다.

다음 날인 7월 2일 <대전일보>에는 작은 행사 사진 한 컷만이 실렸습니다. 전 전 대통령과 <대전일보> 회장이 현충원을 찾아 측근들을 참배한 기사 크기와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태그:#전두환, #유학성, #남재두, #대전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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